소울충만 리뷰/[영화평Ⅰ]요즘 영화리뷰

영화 모래가 흐르는 강 - 그 누구도 자연을 거스를 수 없다

효준선생 2013. 3. 19. 07:30

 

 

 

 

 

   한 줄 소감: 순간의 선택이 수천년의 고고함을 뒤틀어 놓았네

 

 

 

 

 

모래는 흙과 다르다. 커다란 바위가 풍화되고 강물에 의해 깎여나가면서 잘게 부서진 상태, 그 상태가 되기 위해선 어쩌면 인간의 보잘것 없는 평균 수명 그 이상의 세월이 필요할 지도 모른다. 그런데 사람들은 그 작은 알갱이라 하여 무심히 퍼올려 제 자리를 벗어나게 하고 그걸 개발이라고 이름 붙인다. 미물처럼 보이지만 모래가 한데 어울려 있었기 때문에 강이 흘러왔고 나무가 자라고 물고기 살 수 있었다. 그렇게 놔둔다라고 해서 자연이라 했다.


자연을 돈으로 가치평가하고 놔두질 않고 인공 조형물을 설치해 사람들의 발걸음을 잡아 끄는 걸로 관광이라 하거늘, 누군가는 돈 좀 만졌겠지만 그 돈 이상의 가치였던 자연은 시름겨워 하고 있다. 홍수니, 사태, 가뭄이니 하는 것들도 자연이 인간에게 자신이 아프다는 걸 보여주는 것이라면 믿을 수 있겠는가.

 

 


자연이라는 하나의 화두만 놓고 보면 대도시는 이미 만신창이가 된 셈이다. 인구 수의 증가로 살고봐야 하니 공간의 인공화야 어쩔 수 없다치더라도 인간과 공존해왔던 다른 동식물들이 살던 곳, 어차피 그곳은 인간이 살지 못하는 곳임에도 그냥 놔두질 못한다.


영화 모래가 흐르는 강은 나름 격정과 한숨과 작은 대안이 함께 숨쉬고 있다. 지율 스님이 일당백으로 작은 캠코더 하나 들고 수년 간의 노고로 완성된 이 다큐멘타리는 그동안 활동가의 카메라에 의해 찍혀진 4대강의 속살을 움직이는 영상으로 전환해 극장에서 볼 수 있는 최초의 영상물임에 가치가 있다. 이 영화는 낙동강 수계의 지천은 내성천 일대를 탐사하고 있다. 영주댐 일원의 그곳은 역시 인공 조형물인 댐의 건설과 맞물려 평생을 그곳에서 땅을 일궈먹던 촌로들에게 걱정 근심을 더해주는 모습이 잡힌다.

 

 


내가 살고 있는 곳과 먼 곳이라고 별 관심도 갖지 않았던 마음에 그들의 움푹 패인 주름살과 고향을 떠나 낯선 타지로 가 좁은 거처에서 살아야 한다는 당장의 현실이 안쓰러웠다. 도시인이야 방 한 칸 얻어 이 동네에서 저 동네로 전입신고만 하면 그만인 삶이지만 땅에 기대어 살아온 그들은 다르다.


농삿꾼이나 건설업자나 땅을 파고 사는 건 매 한가지인데, 왜 그토록 땅을 대하는 마음은 천양지차인지. 살리는 마음과 죽이는 마음 이렇게 나뉜다는 게 신기할 정도다. 강은 우리보다 먼저 이 지구의 주인으로 행세해 왔다. 사람들이 태어나면 그 강물을 정수해 마시고 그 강에서 물장구를 치고 놀다 그 강에다 한 줌 가루로 뿌려지기도 한다. 그럼에도 제 돌아갈 지도 모르는 그 곳을 마구잡이로 파헤쳐 놓고 그걸 치적이라고 좋아라 하고 있으니 그 속내를 도무지 알 수 없다.

 

 


지율 스님은 말한다. 한번 파헤쳐진 자연은 원형으로 돌리기 어렵다며 탄식만 하고 있을게 아니라 오랜 시간을 두고 다시 자연이 자연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지금이라도 작은 노력이라도 해야 하지 않겠냐고. 자연이 가진 자정작용은 인간이 생각하는 그 이상의 힘을 가지고 있다. 맞는 말이다. 지난 4년간 아이들이 레고 장난감을 가지고 놀 듯 망가뜨린 자연도 앞으로 수십 년, 수백 년이 흐르면 자신에게 가장 잘 맞는 양상으로 돌아갈 것이다.


생각해보면 정말 아무것도 아니다. 단지 무엇을 위해 서로가 싸우고 흥분하고 희생을 치루고 돈을 써야했던 건지, 이 영화를 보면 인간이 흉물이 되어 버린 자연을 어루만져 주려는 노력 이상으로 자연이 인간을 보면서 “괜찮다. 너희들이 제 아무리 우리를 훼멸시킨다 해도 언젠가는 다시 제 모습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라며 오히려 인간들에게 따뜻한 눈빛을 보내주고 있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이 영화는 이미 자기만의 사고와 이해타산에 빠져 지지와 반대의 성향을 가진 어른보다 배우고 자라나는 아이들에게 권하고 싶다. 지금 자연에게 가해지는 폭력적인 물리력이 과연 어떤 가치와 의미를 가지고 있는지 아이들에게 물어 보고 싶다. 정갈한 강바닥에 철퍼덕 주저앉아 모래성을 쌓으며 놀고 있는 아이들의 의사가 가장 신뢰할 수 있을 것 같다.  (양진석의 씨네필 소울)   

 

 

  장르 환경 다큐멘터리

  제작 지율스님

  배급홍보  시네마달 스몰빌

 

 

 


모래가 흐르는 강 (2013)

Following Sand River 
8
감독
지율
출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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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
다큐멘터리 | 한국 | 75 분 | 2013-03-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