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울충만 리뷰/[영화평Ⅰ]요즘 영화리뷰

영화 설인 - 감추고 싶은 응어리는 원래 모호하다

효준선생 2013. 3. 18. 07:00

 

 

 

 

 

  한 줄 소감 : 이 영화에서 설인은 명사가 아니라 동사라는 느낌이다.  

 

 

 

 

에 보이지 않는 것에 대한 집착 수준의 행태는 인간에겐 두려움을 극복하거나 외면하려는 반응이다. 예를 들어 미확인비행물체라든지, 네스호의 괴물이라든지, 혹은 히말라야에 산다는 설인이라든지. 제 눈으로 보지 못했지만 수많은 호사가들은 마치 방금 확인이라도 하고 온 것처럼 진지하게 그 존재에 대해 그럴 듯 하게 살을 붙인다. 토템이나 애니미즘과도 궤를 같이 하는 이런 시도들은 결국 인간이 극복할 수 없는 것들을 신비화로 치장하여 경외하거나 추앙하려는 의지로 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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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설인은 눈이 덮힌 산속에 산다는 거대한 괴물을 일컫는다. 사시사철 눈에 뒤덮힌 히말라야엔 설인이 살고 있고 지나가는 인간들을 잡아먹는 다는 말로 세상사람들을 두려움과 의구심을 갖게 하지만 정작 밝혀진 것은 거의 없다. 하지만 설인을 판타지라고 놓고 보면 우리 곁의 설인은 충분히 있을 가능성이 있다. 바로 우리 인간들이다. 설인이 자신의 영역 안에서 인간들에게 공포심을 유발시키는 것처럼 그 바깥에선 인간이 인간을 잡아먹는 식인사회가 존재한다.


굳이 눈 쌓인 산 속이 아니어도 좋다. 외등도 하나 없는 어두운 골목길에서 스치듯 지나가는 반대 편 사람은 설인처럼 느껴지고, 좁은 엘리베이터 안에서 마주치는 험상궂은 남자도 설인처럼 보일 수 있다. 설인이 공포와 회피의 대상이라면 어디서든지 구경은 가능하다. 영화 설인에선 진짜 설인이 등장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이유없는 누군가를 죽이려 하는 두 남자와 뱃속의 아이를 지우려는 주인공, 그리고 이미 죽은 아빠를 찾아 깊은 산까지 들어온 어린 여자까지, 이들은 살고 죽는 것에 대해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그것이 능동이냐 피동이냐만 조금 다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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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에 설치된 보(洑)를 제어하는 일을 하던 연수는 지금 죽음까지 감내할 수 있는 심정이다. 영화에서 보이는 그의 가정사는 어렴풋하지만 흥겨운 마음에 산 속에 있는 허름한 호텔에 찾아든 것 아니다. 그런데 옆 방 투숙객과의 기묘한 인연으로 자신도 모르게 쫒기는 신세가 되고 아이러니하게도 살아야겠다는 심지가 굳어졌다. 죽음에 대한 두려움이라기보다 영문도 모르는 지금의 상황에서 탈출하고 싶었던 것이다.


호텔에서 벗어나 산 속으로 도망을 치지만 자신을 추격하는 두 명의 남자로부터의 도피는 예상치 못한 상황이다. 게다가 같이 움직이는 어린 여자가 그 옛날 자신의 친구의 딸이라는 사실도 어렴풋하게 인지할 수 있었다. 연수에겐 지워버려야 할 아이와 지켜야 할 아이가 근 시일에 동시에 생긴 것이다.

 

 


영화 도입부 산에서 내려와 히치하이킹을 하려는 남자 둘의 모습이 나온다. 그들의 모습은 대략 20년 전으로 보이고 그들이 이야기 하는 산 속에 사는 누군가는 진짜 산 속에 사는 괴물 따위가 아니라 20년 뒤 인간을 해치는 인간의 모습이라고 말하는 듯 싶다.


예를 들어 여관 여주인과 경찰이라고 (사칭)하는 남자의 피살, 그리고 산 속 영감의 죽음 역시도 그 누구도 원치 않는 생의 마지막이지만 그렇게 한날에 황천으로 향한다. 외면한다고 외면할 수 없는 게 외부로부터의 생명에 대한 위협이라면 연수의 선택은 과연 옳았던 것인가 그리고 마치 죽지도 않는 좀비처럼 산 사람들을 쫒아 다니며 총질을 해대는 두 사람의 이미지는 무엇을 차용한 것인가.

 

 


이 영화는 판타지 스릴러를 표방하고 있다. 각각의 인물들에 대한 전후사정을 많이 들어낸 탓에 이해가 쉽지는 않다. 스산한 설악산 어느 퇴락한 호텔과 주변 산등성이에서 벌어지는 추격과 격투 장면들은 인간대 설인, 아니 인간대 인간의 사생결단 정도로 이해하고 보면 될 것 같다.  KAFA film 2013의 프로젝트에 따라 만들어진 작품으로 아용주, 김종엽, 지우등 이 영화 역시 앞으로가 기대되는 신인들의 호연이 빛난다. (양진석의 씨네필 소울)

 

 

 


설인 (2013)

When Winter Screams 
9.7
감독
이사무엘
출연
김태훈, 지우, 아용주, 김종엽, 조은아
정보
판타지, 스릴러 | 한국 | 91 분 | 2013-03-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