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울충만 리뷰/[영화평Ⅰ]요즘 영화리뷰

영화 누구나 제 명에 죽고 싶다 - 사소한 분노에 목숨을 걸다

효준선생 2013. 3. 17. 07:00

 

 

 

 

 

  한 줄 소감 : 근래 보기 드문 졸깃한 심리 느와르

 

 

 

 

 

화 누구나 제 명에 죽고 싶다는 한 술집 마담을 둘러싸고 아무런 관련도 없어 보이는 사람들 간에 어떻게 폭력이 전이되고 확대되는지, 그 파국이란 건 어디서 시작되었는지 되짚어보는 계기를 마련해준다.

 

 


폭력과는 별로 관계없어 보이는 정수기 업체직원, 같이 다니는 회사 직원에게도 별 말이 없을 정도로 무뚝뚝하다. 그의 남동생이 대학원 등록금을 이유로 돈을 빌려달라고 하자 의심을 감추지 못하면서도 대준다. 하지만 동생이 찾은 곳은 어는 술집, 외양은 바(bar)라고 하지만 손님도 없고 그곳의 마담에게 돈 5백만원이 흘러들어간 걸 알고는 형은 동생에게 일주일 안으로 돈을 돌려받아오라고 윽박지른다. 어느날 동생은 불의의 죽음에 이르고 마담의 정체가 조금씩 밝혀지며  형은 알 수 없는 나락으로 조금씩 빠져든다.

 

 


이 영화의 초반부는 마치 느와르 영화를 보는 것처럼 신경이 날카롭게 서있었다. 조직 폭력배가 등장하고 칼부림이 나면서도 왜 이런 상황에서 주인공의 처신이 궁금해졌는지, 영화 초반에 보여준 그의 예리하다 못해 삐죽 튀어나온 스릴러적 감흥때문이었을 것이다. 동생의 죽음 앞에서 의례 형으로 할 수 있는 것들이란 게 이런 장르의 영화에선 복수가 아닐까 라는 생각때문이었다. 하지만 복수는 오로지 그만의 것이 아님에 이 영화는 액션으로 전환한다.

 

 


아이러니 한 것은 형이 마담에게 묘한 감정을 느끼고 바에서 형사와 대치하는 순간부터 그동안 켜켜히 쌓아올린 극도의 긴장감이 용융되고 말았다. 이 장면에서 어쩌면 형사까지도 마담과 모종의 관계를 맺고 있고 그로인해 남자는 일종의 배신감 같은 것들로 더욱 복수의 집념이 강해질 것이라는 추측을 갖게 되었던 것 같다.  이런 영화에선 선과 악의 극명한 대치와 속 시원한 복수, 인과응보 그런 것들이 나와 주면 좋으련만 이 시점부터 등장인물 간의 속을 알 수 없는 행동거지와 공감하기 어려운 화법 때문에 맹렬하게 달려나가다 푹 주저앉고 만 기분이 들게 했다. 그만큼 주인공에게 동화되었다는 말이다.

 

 


이 영화의 키맨은 마담이다. 20대 후반으로 보이는 그녀가 보여주는 아슬아슬한 줄타기는 생각보다 진득했다. 보다 구체적으로 드러나지 않았지만 영화에 등장하는 모든 숫컷들을 좌지우지하며 부릴 수 있을 정도의 위치에 있었던 것으로 충분히 짐작할 수 있었다.   

   

빚은 어느새 빌려간 원금만이 아니라는 점은 여럿을 힘들게 한다. 사채업자이자 조폭들에겐 받아내야 할 돈이지만 또 어떤 사람에겐 목숨을 담보한 일이기도 하다. 예를 들어 마담이 갚아야 할 돈을 독촉받지 않았다면 한 젊은이의 삶도 순식간에 망가지지 않았을터이고, 결과론적으로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의 명운도 보다 길었을 게 틀림없다. 돈이 사람을 잡아먹었다고 말할 수도 있지만 이들은 결국 죽을 때가 되어서 죽었던 것일까? 그런데 영화제목을 누구나 제명에 살고 싶다라고 착각한 채 보기 시작해서 그랬는지 결말을 혼자서 오독(誤讀)하고 말았다.

 

 

 

 

선한 눈빛을 간직한 배우 최원영이 동생의 죽음과 관련, 점차 괴물처럼 변해가는 남자를 연기했고 마담역할의 김이정도 좋은 연기를 선보였다. 안정적인 카메라워크와 한정된 자원일텐데도 다양한 로케를 시도하고 그리고 쫀득한 이야기 구성력등이 이 영화의 연출을 맡은 김승현 감독의 차기작을 상당히 기대하게 만드는 요소다. (양진석의 씨네필 소울)

 

 


누구나 제 명에 죽고 싶다 (2013)

Your Time Is Up 
10
감독
김승현
출연
최원영, 신현탁, 김이정, 강호
정보
드라마 | 한국 | 85 분 | 2013-03-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