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울충만 리뷰/[영화평Ⅰ]요즘 영화리뷰

영화 링컨 - 딜레마에 빠진 대통령, 협상과 설득을 선택하다

효준선생 2013. 3. 15. 07:00

 

 

 

 

 

  한 줄 소감 : 노예제도 철폐, 남북전쟁의 승리 그리고 정치9단

 

 

 

 

 

안 통과가 절실했다. 의원들의 찬반 투표를 앞두고 수 싸움이 연일 치열해지는 가운데 필요한 찬성 투표수는 전체의 3분의 2, 하지만 집권당의 의원 의석수에서 정확하게 20석이 모자른다. 이것도 집권당 의원 전원이 찬성표를 던져야 가능한 셈법이다. 대통령으로서는 풀지 못할 난제를 앞두고 있다.


이 이야기는 2013년 한국의 정치상황이 아니지만 어쩜 이토록 1865년 미국의 상황과 거의 정확하게 일치하는지 놀라울 정도다. 당시 미국의 대통령은 링컨, 제 아무리 미국에 대해 모르는 사람도 링컨이라는 이름을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가 그토록 유명해진 이유 중의 하나인 노예제도 철폐가 바로 이 해에 일어난 일이다. 그리고 그가 지루하게 끌고 온 남북전쟁을 종식한 해도, 그리고 암살당한 해도 바로 이 해다.

 

 


영화 링컨은 대통령으로서 링컨의 일생 마지막 4개월을 조명하고 있다. 영화의 시작은 노예제도를 없애자는 내용의 13차 헌법 수정안 통과를 앞두고 골머리를 앓고 있는 그의 모습과 남북전쟁의 끝자락, 전쟁터에서 흑인 병사들의 고민을 경청하는 장면에서 시작하고 있다.


하지만 당시 링컨은 딜레마에 빠져 있었다. 단순히 표대결을 의식해 한국처럼 그냥 날치기로 할 것이냐 아니면 당시 야당이던 민주당을 설득해 진심어린 득표를 얻어낼 것이냐의 문제 뿐이 아니었다. 노예제도를 근간으로 경제적 우세를 유지하고 있던 남부군에게 노예제도를 없애는 것이 그들에게 어떤 효과를 가져올 것인지, 그리고 전쟁이 먼저 종식되고 나면 노예제도 철폐주장이 설득력을 잃지 않을까 고민을 했던 것이다. 그의 선택은 수정안 통과였다. 그렇게 결정한 뒤, 그의 행보는 많은 정치인들에게 귀감이 될만한 것들이었다.

 

 


며칠 전 정치인으로 다시 돌아온 안철수 전 교수는 느닷없이 영화 레미제라블과 영화 링컨을 보고 감명을 받았다고 했다. 전자는 이미 본 것이라 충분히 그럴 것이라고 생각이 들었지만 일개 미국의 대통령의 이야기를 담은 링컨을 보고 도대체 무슨 감명을 받았을까 매우 궁금했다. 이 영화가 대통령 링컨의 통수권자라로서의 용맹이나 지략, 혹은 인정등에 초점을 맞추었다면 이 영화는 별로 감명받을 건 없어 보였다. 하지만 정치적 난맥상을 앞에 두고 그가 보여준 협상력이나 정무적 감각은 탁월했다.  


물론 그를 보좌하는 의원과 비서진들의 노고도 돋보인다. 정략적이란 단어가 지금에 와서는 매우 부정적인 의미로 들리지만 영화 속에서 그들이 보여주는 정치정략적 행보는 서툴면서도 기본에 충실하다는 느낌을 받게 한다. 특히 반대표를 행사하려고 마음먹은 민주당 의원과 무소속 의원들을 설득하는 장면에선 저렇게 하는 방법도 있구나 싶었다.

 

 


만약 그들이 몰어붙이는 정책이 자신들만의 이득을 위해서라면 설사 법안이 통과되었더라도 상당히 불편했을 것이다. 그러나 정의는 평등에서 시작한다는 명언은 둘째 치고 같은 하늘아래에서 같은 공기를 호흡하면서도 누구는 상전으로 누구는 노예로 살아야 하는 것에 측은지심을 갖는다면 당연히 이 법안이 아슬아슬하게 통과되는 장면에서 희열을 느낄 것이다.


비교적 긴 러닝타임 내내 전쟁의 피해를 고발하고 백인과 흑인이 동등한 가치를 가진 생명체임을 강조하고 설사 반대파의 의견을 무시하지 못하는 수준임에도 시간을 두고 지속적으로 설득해가며 자신의 신념을 피력하는 장면은 매우 파괴적이었다. 비록 그의 암살이 반대파에 의해 저질러졌다고 하는데 어쩌면 대통령 링컨은 그 사실조차도 이미 예견하고 있지 않았을까

 

 


국민을 위해 정치하겠다고 주먹을 쥐는 정치인들은 많다. 과연 국민을 위하는 것이 무엇인지, 그것이 사회구성원의 이익과 그동안의 선입견에 배치되는 결정이라고 했을 때 그들은 어떤 행동을 보여줄까 오늘날 대한민국의 정치인들에게 꼭 보라고 권하고 싶은 영화다. (양진석의 씨네필 소울)

 

 

 

 

 


링컨 (2013)

Lincoln 
7.7
감독
스티븐 스필버그
출연
다니엘 데이 루이스, 조셉 고든-레빗, 샐리 필드, 데이빗 스트라탄, 제임스 스페이더
정보
드라마 | 미국, 인도 | 150 분 | 2013-03-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