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울충만 리뷰/[영화평Ⅰ]요즘 영화리뷰

영화 터치 오브 라이트 - 보이지 않는 만큼 더 들을 수 있지요

효준선생 2013. 3. 13. 07:30

 

 

 

 

 

   한 줄 소감 : 나야말로 눈 뜬 장님 처럼 살아가는 것 같다

 

 

 

 

 

는 내내 적지 않게 마음이 움직였던 영화, 앞이 보이지 않아도 행복해 보이는 모습이 지금의 나와는 정반대의 삶인 것 같아서 그랬나 보다. 불이 꺼진 상태였음에도 그의 피아노 선율은 그칠 줄 몰랐고 눈을 감고 들었던 그의 소리는 귀를 일깨워 주었다. 영화는 보기만 하는 게 아니라 들을 수도 있음을 확인해 주었다.

 

 


영화 터치 오브 라이트는 대만의 한 시각장애인 남자 대학생의 잔잔하면서도 울림이 있는 휴먼 힐링 드라마다. 이 영화는 세상을 눈으로 보기를 원하는 남자와 마음껏 춤을 추고 싶은 비슷한 또래의 여자의 이야기를 두 축으로 해 결국 인생이란 자기가 가장 하고픈 일을 할때가 가장 행복함을 다시 한번 이야기하고 있다. 하고픈 일을 한다는 게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님은 그만큼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환경이 녹록치 않다는 점이다.

 

 


선천성 시각장애를 안고 태어난 위상은 눈이 보이지 않는 대신 천부적인 청력을 가지고 있다. 피아노를 접하며 그가 건반을 두드릴 때가 가장 행복한 것임을 여러차례 말해주지만 가족들은 혹시라도 그가 사고를 당하지 않을까 혹은 다른 사람에게 따돌림을 당하지 않을까 노심초사한다. 하지만 영화 속 위상의 친구들과선생님은 다들 위상에게 수호천사나 다름없어 보였다. 장애인에 대한 동정이 아닌 친구와 제자에게 향한 배려와 격려다.

 

 


위상에겐 단 하나의 트라우마가 있다. 어렸을때 피아노 콩쿨에 나가 입상을 했던 날, 다른 아이들이 그의 등 뒤에서 앞 못보는 장애인이라 동정심에서 상을 준거라는 말, 그런 이유는 그는 각종 경연대회에는 참가하지 않았다. 영화 말미에 그가 무대에 오른 순간에도 그 장면이 겹치는데, 세상이 그들에게 대하는 일종의 선입견이나 차별을 말하는 것 같았다


위상과 좋은 관계가 될 것 같았던 지에는 경제적인 이유로 춤을 반 포기한 상태다. 쇼핑광인 엄마는 지에가 벌어오는 돈으로 오늘도 홈쇼핑 주문을 하고 늘 플로어에서 춤을 추는 모습을 상상만 하던 그녀는 우연히 본 무용선생님의 자태에 홀딱 매료된다. 그녀가 이후 어떤 선택을 하게 될 지는 위상과의 우연한 만남, 그리고 위상의 공연장면과 오버랩 되면서 아름답게 선보인다.

 

 


음악과 무용, 인간이 창조해낸 가장 아름다운 예술 장르지만 위상과 지에에겐 남다른 의미다. 부모의 강요에 의해서도, 상급학교 진학이나 돈벌이를 위해서도, 상을 받기 위한 욕심도 아닌 그저 정말 하고 싶어서 하는, 마음 속에서 우러나는 “하고 싶다”는 욕망의 발현이다.


이들은 꿈을 꾸는 것 같다. 아직은 다 여물지 않은 열매지만 언젠간 툭 하고 터질 것이다. 그리고 그들의 성장과정을 아름답게 표현한 영화 터치 오브 라이트는 이들에게 빛을 선사했듯 관객들에게 따뜻한 온기를 선사할 것이다. 이 영화는 2008년 이 영화 연출을 맡은 대만의 장롱지 감독이 만든 단편영화를 보고 홍콩의 왕가위 감독의 권유로 만들어진 장편영화다. 단편 더 엔드 오브 더 터널에서도 이 두 사람이 호흡을 맞췄다. 여주인공으로 나온 장용용은 대만과 프랑스 혼혈로 이 영화를 이국적으로 만드는 데 일조한 느낌이다.

 

 


대만영화는 같은 중화권이지만 중국이나 홍콩영화와는 그 궤를 달리한다. 소소한 일상에서 찾아낸 인정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나누려고 하고 무협이나 느와르 영화처럼 과격함에서 주는 스릴보다 더불어 살아가는 것에서의 카타르시스를 선물받는 것 같아 좋다. 이 영화도 그런 범주에 넣을 수 있다. (양진석의 씨네필 소울)

 

 

 


터치 오브 라이트 (2013)

Touch of the Light 
9.4
감독
장영치
출연
상드린 피나, 황유시앙, 이열
정보
드라마 | 대만 | 109 분 | 2013-03-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