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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웜 바디스 - 좀비처럼 사는 인간을 향한 마지막 충고

효준선생 2013. 3. 12. 07:30

 

 

 

 

 

  한 줄 소감 : 꿈은 인간만 꿀 수 있다는데, 꿈도 꾸지 못하면 좀비신세라니 서글프다

 

 

 

 

 

는 이미 죽었다. 그런데 확실하게 죽은 건 아닌 모양이었다. 사람들은 그처럼 “덜 죽은” 것들을 좀비라 불렀고, 보이면 사살하려고 눈을 번뜩였다. 살아 있는 사람들의 골수를 파 먹으면 그와 공감할 수 있고, 허우적거리는 팔다리지만 그래도 움직일 수 있는 자양분이 되었다. 늘 피를 묻히고 다녀서 그렇지 피부는 하얗다. 그런데 사람이었을때가 생각이 도무지 안난다. 무슨 일을 하고 살았는지, 어디서 살았는지, 이름은 무엇인지. 영문 이니셜 “R"로 시작되는 이름이라는 건만 기억날뿐 나머지는 기억에 없다. 지금은 폐허가 된 공항에서, 그리고 잠은 고장난 비행기 안에서 잔다. 그의 그의 삶의 전부다. 이렇게 살다가 뼈다귀라고 불리는 보니가 되면, 그게 바로 진짜 죽는 것이다.

 

 


영화 웜 바디스는 좀비가 된 청년과 첫눈에 반한 아리따운 소녀와의 사랑이야기를 엮어 기존에 볼 수 없었던 로맨스 좀비 액션 스릴러로 탄생했다. 사람이 아닌 “것”과 사람 사이의 사랑을 다룬 트와일라잇 분위기도 풍기지만 이 영화는 나레이터를 도맡은 청년 “R"의 독백이 흥미를 끄는 코미디 요소도 적지 않은 새로운 장르의 영화다.


동양권에서는 사람이 죽으면 일단 구천에서 대기했다가 황천길로 간다고 하는데 바로 이 황천길로 가기 직전 구천을 떠도는 혼령에 무늬만 육신인 몸뚱아리를 붙여 좀비로 만들었다. 중국에선 강시라고 했는데, 죽어서 혼백마저 사라져야 마땅한 이들이 인간과 약간 다른 형태로 인간처럼 돌아다니는 이유는 결국 죽은 게 억울해서는 아니었을까?

 

 


이 영화에서 “R"로 나온 청년 역시 장가도 못간 몽달귀신인 셈인데, 좀비치고는 심각하게 잘 생긴 모습에 여자들이 뿅간 모습으로 등장한다. 어쨌든 자신의 심장이 아직 펄떡거리고 있음을 느낀 그가 이제 사귀기 시작한 여자친구를 같은 좀비로부터 보호하고 인간에게 도움의 손길을 청한다는 줄거리는 상상만으로도 오싹하면서도 호기롭다.


기존 영화에서 좀비는 인간을 괴롭히거나 죽여서 좀비의 번식을 꾀하는 박멸대상으로만 그려졌었다. 그러나 영화 웜 바디스는 좀비의 시각으로 자신의 정체성에 대해 고민하는 좀비, 총에 맞으니 아픔을 느끼는 좀비, 마음에 두고 있는 여자의 손을 잡으니 심장이 뛰는 걸 느끼는 좀비로 승화해서 좀비도 때에 따라서는 다시 사람으로 변화할 수 있을지 모른다는 재미있는 가설을 심어 놓았다.

 

 


좀비로 살아가는 그들의 모습은 처참할 뿐이다. 그런데 “R"은 비행기 안에다 뭔가를 차곡차곡 쌓아두면 산다. 오래된 명반을 수집하고 빈티지 컬렉션으로 이성의 호감을 사기도 한다. 무엇보다 타인을 위한 희생을 두려워하지 않으며 무기력한 삶에서 다시 사람으로 살고 싶은 욕망이 불타 오른다. 과학적으로 그게 가능한지 여부는 별로 중요하지 않다. 살아 있으면서도 마치 좀비처럼 움직이고 좀비처럼 생각하는 우리들에게 이 영화는 그렇게 의미없이 살다가는 정말 보니가 될 지도 모른다며 마지막 경고장을 보내는 것 같았다.     

 

 


총으로 맞아도 죽지 않아서 좋을지 모르지만 살아가는 것에 아무런 희망도 가질 수 없는 상태의 좀비라면 어떤 생각을 하고 살까 오늘은 어디로 가서 사람의 생 피를 마실까? 뭐 이런 생각뿐일까? 좀비들의 언어구사력은 마치 외국인이 그나라 말을 한달 정도 배운 수준으로 떨어진다. 깊은 생각도 필요없다. 그렇게 조금 살다 다시는 인간으로 돌아올 수 없는 요단강을 건너면 그뿐이다.


죽은 사람이 되살아났다는 기사를 본 적이 있다. 완전하게 죽은 게 아닐거라고 생각이 들지만 그 사람은 “죽었던” 그 시간 동안 영화 웜 바디스의 주인공 “R"처럼 어그적 어그적 거리며 돌아다니다 오지는 않았을까?

 

 


지난 주 본 영화 잭 더 자이언츠 킬러에서 주인공으로 나와 역시 공주와 왕국을 지키는 청년 농부로 나왔던 영국 배우 니콜라스 홀트가 이번엔 어설프지만 따뜻한 감성의 소유자로 나온다. 연이어 영화에서 볼 수 있는 배우라는 점은 상당한 강점이 될 것 같다. (양진석의 씨네필 소울)

 

 

 

  장르  로맨틱 좀비 액션

  수입 데이지 엔터테인먼트

  배급 cj엔터테인먼트

  머케팅 영화인/아트서비스

 

 

 


웜 바디스 (2013)

Warm Bodies 
9.6
감독
조나단 레빈
출연
니콜라스 홀트, 테레사 팔머, 존 말코비치, 애널리 팁턴, 데이브 프랑코
정보
로맨스/멜로, 액션 | 미국 | 96 분 | 2013-03-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