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울충만 리뷰/[영화평Ⅰ]요즘 영화리뷰

영화 미스진은 예쁘다 - 동래역, 그 이웃들 이야기

효준선생 2013. 3. 11. 07:30

 

 

 

 

 

   한 줄 소감 : 행복은 물질 소유의 양에 비례하지 않는다

 

 

 

 

 

후보에 선정되었습니다.

한표 부탁드립니다^^

 

은 간이역을 좋아한다. 철길이 지나고 건널목도 있고 콘크리트로 지어진 작은 역사 하나가 그 간이역의 전부라면 더욱 정감이 간다. 역명을 적은 간판이 퇴락해 글씨도 선명치 않지만 그동안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그 역을 거쳐갔을까 또 다른 세상으로 가기 위해 반드시 거쳐야 하는 그곳에서, 또 외부세상에서 그 동네로 들어가기 위해 반드시 내려야 하는 간이역. 이런 추억의 장소가 점점 사라진다는 건, 우리들 뇌리에 박혀있던 추억이 사라지는 것과 같다.

 

 

 


부산 동래역, 한국 제2의 도시에 있지만 지금은 외곽에 자리하고 있는 작은 규모의 역이다. 하루에 이곳에 정차하는 열차도 몇 편 되지 않지만 건널목이 있기 때문에 안전원이 꼭 필요한 곳이다. 그 외에 역장과 계장, 공익 요원 하나가 이곳에서 근무하는 정식 직원이라면 동래역을 이야기거리로 만들어 주는 또 다른 인물들이 있다. 소위 노숙자들. 어디서 왔는지 제 입으로 말하지 않은 탓에 알 길은 없지만 그래도 다들 얼굴 표정들이 좋다.


서먹한 첫 만남일텐데도 넉살좋게 다가서는 모양새며, 뜯어 먹는 심보가 훤히 들여다 보이지만 그래도 뭐라 각박하게 따지도 하는 걸 보면, 그냥 이웃이라고 해도 좋을 듯 싶다. 애초 자리잡고 있는 미스진이라 불리기를 원하는 30대 중반의 여자와 또한 홀연 나타난 7살 즈음의 여자아이, 그리고 왕년에 잘 나갔다고 제 입으로 말하지만 믿을 구석은 없는 한 40대 후반의 남자. 이들은 동래역에서 안전원으로 근무하는 수동씨와 예정에 없던 동거를 시작한다.

 

 


어느덧 우리는 더불어 사는 것의 가치에 대해 얘기하기 시작했다. 작은 규모지만 마음이 맞는 사람 5명이면 조합을 만들 수도 있고, 큰 돈벌이는 아니지만 세상 사람들과 함께 움직일 수 있게 해주는 여러 사회적 기업들. 또 재능기부니, 메세나니 해서 가진 자, 못 가진 자 구분없이 더불어 사는 데 관심을 보이기 시작함은 좋은 징조다. 그런데 이런 대부분의 활동이 정말 많이 움켜쥔 자에겐 우습게 보이거나 혹은 일회성 베품의 성격으로 치부된다는 사실은 안타깝다.


영화 미스진은 예쁘다엔 부자는 절대 나오지 않는다. 아니 나올 필요도 없어 보인다. 하나같이 없어 보이는 사람들 뿐이다. 그들은 돈으로 서로에게 상처를 주는 일 같은 건 하지 않는다. 그대신 오늘은 내가, 내일은 네가 그것도 힘들면 내일도 내가 라면서 호의를 베푼다. 알고 지내던 사람이 보이지 않자 마치 가족이 부재한 것처럼 안절부절하는 장면은 흔히 볼 수 있는 게 아니다.

 

 


이 영화는 동래역을 주된 무대로 하지만 막상 주인공들이 기차를 타고 유람이라도 하는 장면은 딱 한번 나온다. 그것도 처음 타본다는 경우도 있다. 기차가 주는 이미지는 참 독특하다. 정해진 시간에 맞춰 올라타기만 하면 그 어떤 경우에도 멈춰서질 않는다. 늘 같은 철도 위를 왕래하면서도 늘 새로운 풍광을 차창너머로 볼 수 있는 곳, 안전밸트 따위는 매지 않아도 믿을 수 있는 공간, 피 한방울 섞이지 않은 남들이 모인 이상한 사이지만 훈훈하다.

 

 


이 영화는 힐링무비라고 정의해도 좋을 것 같다. 시작부에 나온 프라스틱 바가지에 비빔밥을 섞어 나눠 먹는 장면부터 흔한 라면 한그릇을 나눠 먹는 장면까지, 허름하면서도 인정이 넘치는 면면들이 보고 나며 마음이 따뜻해진다. 날이 풀리면 동래역에 가볼 지도 모르겠다. 그게 이 영화의 가장 큰 장점이다. (양진석의 씨네필 소울)

 

 

  장르 드라마

  제작 문화예술사업단 biki

  배급 마케팅 어뮤즈

 

 

 


미스진은 예쁘다 (2013)

Beautiful, Miss J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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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장희철
출연
진선미, 하현관, 최웅, 박나경, 박호천
정보
드라마 | 한국 | 98 분 | 2013-03-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