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울충만 리뷰/[영화평Ⅰ]요즘 영화리뷰

영화 사이코메트리 - 손대면 톡하고 터질 것 같았던 긴장

효준선생 2013. 3. 8. 07:30

 

 

 

 

 

   한 줄 소감 : 이런 능력이 그다지 탐나지는 않는다. 마치 신내림을 받아야 하는 무속인같아서...

 

 

 

 

물 혹은 사람과 접촉하면 그것, 혹은 그들을 지나쳤던 과거의 일들을 단편적이라도 읽어낼 수 있는 능력을 사이코메트리라고 한다. 과학적으로 입증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니만큼 액면그대로 믿기 어렵지만 실제 이런 초능력을 가진 사람은 과연 어떤 삶을 살고 있을까? 영화 사이코메트리는 미리 공개된 소재만으로도 상당한 흡인력을 가지고 관객들에게 호소하고 있다. 흔해 보이는 수사물의 외형 안에 한국영화에선 한번도 다루지 않았던 독특한 초능력, 그것도 심리학적으로 미묘할 수 밖에 없는 분야를 다루고 있음에 그 영화가 맺어놓을 결과에 호기심이 발동하는 건 무리가 아니었다.

 

 


하지만 이 영화는 사이코메트리라고 불리는 사람의 능력을 활용해 범죄를 소탕하는데 이용한다는 설정 외에 그 능력을 가진 사람의 속내를 들여다보는데 상당히 많은 시간을 할애하고 있다. 초능력이 유전된다는 설정과, 그런 능력으로 인해 사람을 죽일 수도 살릴 수도 있고, 그리고 그런 능력을 가졌다는 사실만으로도 왕따신세가 될 수 있다는 전제들이 마치 은둔형 외톨이처럼 살아가는 청년에게 과중한 부담이 되고 있지 않은가 하는 지적을 하고 있다.

 

 


제 아무리 남들은 갖지 못한 능력의 소유자라고 해도 세상과 유리되어 살 수 밖에 없다는 건 결코 행복해 보이지 않는다. 그런데 이 영화엔 그 말고 또 두 명의 남자가 유형은 다르지만 비슷한 사례로 등장한다. 어린 시절 자신의 무책임으로 동생을 잃어버렸다는 죄책감을 안고 사는 남자와, 번듯한 직업의 소유자임에도 소시오패스 성향을 가진 남자. 이들이 사람많은 도시 안에서 언제 어떻게 만날지 모르는 위태로움 속에서 서로를 견제하고 서로를 위협하고 혹은 서로에게 손을 내밀고 살고 있다. 현대화가 되면 될 수록 날카로운 흉기들을 손에 쥘 가능성이 높다는 건, 그만큼 언제 죽을지 모르는 불가예측한 세상이 되어가고 있다는 걸 증명한다.

 

 


세상은 험악하다. 아동을 대상으로 하는 범죄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발생하고 멀쩡한 사람이 낮과 밤이 다른 이중인격자로 더불어 살아가고 있음이 끔찍한 일이다. 그들은 왜 상대적으로 약자인 아이들에게 자신들이 가진 사회에 대한 분노와 사회로부터의 모멸감을 화풀이하듯 배설하고 살아가는 걸까 차라리 그런 이유라도 댄다면 사회 부조리라고 치부하면 그만일텐데, 그냥 재미를 위해서라니 더욱 할 말이 없어진다. 그저 희생당한 자들이 불쌍하다며 고개를 젓는 것 말고는 할 수 있는 일이 없음이 참담할 뿐이다.       


영화 속 사이코메트리 능력을 가진 자도, 그에게 동생의 그림자를 투영하며 다가서는 형사도 모두 평범한 행복과는 다소 거리가 먼 인물들이다. 거리에 그래피티를 그리는 이유도 그렇게 하지 않으면 견딜 수 없는 안으로부터의 불의 기운을 잠재우지 못할 것 같기에, 별 볼일 없는 무능 형사라는 손가락질에도 그래도 깡하나 만큼은 남 부럽지 않다는 자부심에, 한 배를 타고 가는 것처럼 보이지만, 글쎄 100% 서로를 믿으려면 얼마의 시간이 더 필요할까

 

 


영화를 보는 중간에 혹시 사이코메트리란 현혹이 아닐까 의심도 했다. 보여주기 위한 영상일 뿐 실제로는 존재하지도 않았는데, 관객은 이 영화를 보기전부터 이미 사이코메트리에 푹 빠진 건 아닐까 하는, 그런 의심을 품을 만한 장면도 다수 등장했다. 만약 그랬다면 몇 개의 알리바이만 충족하는 조건에서 훨씬 효과적으로 드러낼 수도 있었겠다 싶었다. 스릴러 장르는 영화에 등장하는 오만가지를 다 의심케 하는 魔力이 있는데, 이 영화는 그걸 끝내 선택하지는 않았다.


영화 사이코메트리는 코미디로 시작해 스릴러, 액션 그리고 드라마가 오고가는 장르의 변주에서 생각보다는 덜 질식할 것 같은 분위기로 꾸며져 있다. 두 건의 사건을 풀어가는 과정이 완벽하다고 보기는 다소 무리가 있지만 그래도 무턱대고 잔인함과 무자비함으로 버무려 보고나서도 찝찝함이 남게 하지는 않았다. 또 요즘엔 아역배우들의 연기력이 성인 배우 못지않음을 다시 한번 확인하게 된다. (양진석의 씨네필 소울)

 

 

 

 

   장르 미스터리 스릴러

   제작 미라클필름,파워이엔티,게이트픽쳐스

   배급 CJ엔터테인먼트

   홍보 마케팅 레드카펫/투래빗

 

 

 


사이코메트리 (2013)

9
감독
권호영
출연
김강우, 김범, 이솜, 박성웅, 김유빈
정보
미스터리 | 한국 | 108 분 | 2013-03-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