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울충만 리뷰/[영화평Ⅰ]요즘 영화리뷰

영화 그레이트 앤드 파워풀 - 가짜라도 희망을 주소서

효준선생 2013. 3. 6. 07:30

 

 

 

 

 

   한 줄 소감 :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칼라를 동원한 듯 한 때깔, 살아있네

 

 

 

 

 

국의 동화작가 라이먼 프랭크 바움이 오즈의 마법사를 쓴 시기는 20세기가 막 시작된 무렵이었다. 그가 이 이야기를 쓰기 시작한 이유는 아이들에게 들려줄 요량이었으며 주변에서 그의 이야기를 듣고는 글로 써보는 게 어떻겠냐는 조언을 받아 연재를 시작해 이후 세계의 많은 어린이들이 좋아하는 동화가 탄생하게 된 배경이 된다. 오즈의 마법사의 주인공은 마법사가 아닌 도로시라는 가냘픈 소녀다. 동화 속 주인공이 힘세고 강인한 이미지의 마초맨이 아닌 작은 소녀라는 점은 한창 성장기에 있을 또래의 여자아이들에게는 자신의 롤모델이 되었을 것이며 도로시와 여정을 함께 하는 허수아비, 겁쟁이 사자, 양철 나뭇꾼들은 그녀의 성장을 돕는 조력자로 여겼을 것이다.

 

 


영화 오즈 그레이트 앤드 파워풀은 원작동화를 가져다 새롭게 구성한 프리퀄 성격의 내용으로 구성되었다고 하는데 막상 들여다보면 그 행위자가 오즈의 마법사일 뿐 원작에서 다루고 있는 배경이나 이름씨등은 대부분 그대로 등장한다. 예를 들어 열기구를 타고 회오리바람에 의해 오즈라는 가보지 못한 신세계에 도착한다든지, 날개가 달린 원숭이, 사자, 도자기 인형등도 원작에 나온 도로시의 친구들과 이미지 상 크게 유별나지 않는다. 그 외에 세 명의 마녀와 그곳에서 살고 있는 독특하게 생긴 부족들도 원작에서 언급된 이름을 갖고 있다. 다시 말해 이 영화는 도로시가 만난다는 마법사를 도로시와 치환시켜 하고픈 말은 다 하는, 그래서 정작 원작에 맞는 다음 작품은 재고할 필요도 없게 만들어 버렸다.

 

 


영웅이 필요한 시대다. 사람들은 자신을 이끌어줄 지도자의 자리를 비워놓고 예언에 하늘에 의해 점지된 인물을 기다리고 있다. 사람들 뿐 아니다. 마녀들도 마찬가지다. 그런데 그 자리에 툭하고 떨어진 사람은 자칭 마법사라 했다. 이에 좋은 마녀, 나쁜 마녀들이 자신과 힘을 합쳐 권력을 양분하자며 그에게 추파를 던지지만 알고 보니, 오즈라는 세상이 겪고 있는 문제점에 대해 마법사가 해결할 수 있는 건 하나도 없다는 사실에 다시 고민에 빠진다.


이 영화의 시작은 1905년 캔자스의 실력없는 마술사 오스카의 공연을 보여주는 걸로 시작한다. 그런데 흑백영화에 화면도 딱 절반만 사용한다. 답답했다. 오스카의 마술 실력도 금방 들통나고 아랫사람들의 불만은 그를 야반도주케 만들 정도였다. 이윽고 열기구를 타고 도망치다 회오리바람에 휘말려 떨어진 새로운 세상, 바로 그 곳이 이 영화를 총천연색 눈이 휘둥그레하게 만드는 오즈란 곳이다.

 

 

 

이 영화는 30분 동안의 흑백 장면을 넘기고 나면 완전히 다른 영화를 보는 듯한 엄청난 비주얼의 컬러 영상을 접하게 된다. 입체 효과를 몰아넣은 이 장면에 이르면 자신도 모르게 눈을 감게 되고 심지어 손수건으로 안경을 닦는 시늉까지 하게 만든다. 세상의 모든 색감을 동원해 만든 오즈 나라의 비주얼은 동화책을 펴는 듯하며 본격적으로 이야기에 빠져드는 부분이 오기 전 까지 “와우, 정말 환상적이다” 라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오즈에서 마술사는 마음만 먹으면 황금을 베고 잘 정도로 좋은 기회가 있었지만 그는 그렇게 탐욕스런 인물로 그려지지는 않는다. 이동 중에 누군가의 공격을 받아 박살난 도자기 마을에서 어린 도자기 소녀를 구하고 날개 달린 원숭이의 수발을 받지만 그에 상응하는 댓가를 지불하는 것도 잊지 않는다. 그럼 그는 세상을 구한다는 구세주가 맞는 걸까? 사람들은 서로 종족 간 대결구도에 신물이 났고 악화를 양화를 구축한다며 마녀들끼리 사생결단을 내는 그곳에서 마법사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곤 중재자의 역할이 고작이다.

 

 


그런데 이 영화에서 중재자의 역할은 無所不爲의 권력과 萬機親覽의 독점욕을 버리고 백성들을 보살피는 착한 마녀를 돕는 일등 공신으로 化한다. 영화에 등장하는 세 명의 마녀들 역시 개인적으로 약간의 아픔을 갖고 있다. 그러나 그녀들이 보여주는 행동만 봐서는 최소한 한 명은 모든 자 위에 군림하고픈 욕구의 소유자다. 마녀가 자신의 헤게모니를 쟁취하기 위해  다른 마녀들을 힘으로 제압하고 모두가 그 마녀에 저항하는 과정이 이 영화의 주요한 테마가 된다. 그러나 정작 모두가 손가락질 하는 "나쁜 마녀"는 보는 사람 마음 속에서 갈린다.

 

 


 

깜냥이 안 되는 자들이 세상을 고쳐보겠다고 윗자리에 앉아 보지만 이내 밀려나듯, 오즈의 마법사는 그 흔한 괴물 퇴치법도 구사하지 못하지만 그래도 정의의 편에 서 준다면  백성들은 행복함을 느끼지 않을까. 제발 못된 마녀가 “내가 너희들의 통치자”랍시고 설쳐대는 모습에 모두들 지치지 않았으면 좋겠다. 가짜라도 좋으니 마법사가 나타나길 기다리며...(양진석의 씨네필 소울)

 

 


오즈 그레이트 앤드 파워풀 (2013)

Oz: The Great and Powerful 
9.6
감독
샘 레이미
출연
제임스 프랭코, 미셸 윌리엄스, 레이첼 웨이즈, 밀라 쿠니스, 잭 브래프
정보
액션, 어드벤처, 판타지 | 미국 | 130 분 | 2013-03-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