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울충만 리뷰/[영화평Ⅰ]요즘 영화리뷰

영화 제로 다크 서티 - 10년, 환희보다 허탈감에 그녀는 울었다

효준선생 2013. 3. 7. 07:30

 

 

 

 

 

  한 줄 소감 : 미국인에겐 복수극, 나에겐 제시카 차스테인의 영화

 

 

 

 

화 제로 다크 서티의 엔딩은 한 여자의 눈물로 장식된다. 장장 10년에 가까운 시간동안 그녀는 특정한 한 인물에 집중하며 살았다. 만약 그 인물이 그녀의 짝사랑 상대라도 된다면 그 둘의 인연은 대단도 하다. 하지만 한 사람은 처참하게 죽고 한 사람은 그의 시신을 확인하고 헛헛한 기분으로 돌아선다. 그녀의 눈물은 무엇을 의미하는 걸까

 

 


미국의 정보요원 마야가 처음 사우디에 들어가 접한 건 그 당시 전 미국인의 증오의 대상이자 척결 1순위 인물인 오사마 빈 라덴의 은신처를 알만한 포로를 족쳐 답을 얻어내는 고문의 현장에서였다. 아랍계 청년을 고문하는 장면은 눈살을 찌푸릴 만한 장면의 연속이었다. 시끄러운 락음악을 틀어 잠을 못 자게 하고 물고문도 수시로 자행되었다. 리얼리티를 살리기 위해서였는지 헐렁한 바지에 분뇨가 그대로 묻은 장면은 악취가 화면을 뚫고 나오는 듯 했다. 고문 기술자는 따로 있었지만 그 장면을 목도한 마야에게 오사마 빈라덴을 잡는데 운명같은 것이 있다면 바로 이때부터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

 

 


이 영화는 여자 요원인 마야의 시선에 의해 이야기된다. 실제로 911 테러사건이 발생하고 오사마 빈라덴이 미국의 팀식스에 의해 살해된 10년간 이야기 중에서 우리가 알고 있는 부분이란 건 지난해 개봉한 코드네임 제로니모를 통해 오사마 빈라덴 체포장면을 본 것 말고는 거의 없었다. 그런데 이 영화는 그 현장말고 10년동안 지구촌 각지에서 벌어졌던 여러 테러 사건의 실제 영상과 이면의 이야기를 바로 마야의 눈과 입을 통해 살을 붙이고 있다.


그 숨겨진 비화를 얻어내기 위해 영화 제작팀은 정보국과 국방부 비선을 통해 상당분량의 이야기꺼리를 얻어냈다고 한다. 어찌되었든 강렬한 액션씬을 기대한 영화 팬에게 이 영화가 보여주는 현실적인 이야기 코드가 제3자인 한국 영화팬에게 먹힐지는 미지수로 보인다. 이 영화에 대한 감상 포인트에 대해 이해 당사자인 미국인과 달리 객관적인 심정이기 때문이다. 저들이야 테러라는 방식으로 자국민을 해친 자에 대한 분노의 응징이라는 마음으로 들여다 보겠지만 서구문명에 의해 짓눌려 왔다는 피해의식을 가진 또 다른 한 축의 그들로서는 할 말이 왜 없겠는가. 누구에겐 암살범이겠지만 또 다른 누군가에겐 열사일 수 밖에 없다는 건, 한국의 멀지 않은 역사에서 수없이 읽혀온 내용이기 때문이다.

 

 


빈라덴이 암살을 당한 건지 아니면 총격전에 의해 당한 건지 영화를 보면 알겠지만 상대방을 제압하기 위해 은신처에 들어가는 군인들의 총질에 다소 아연해졌다. 이미 숨을 거둔 시신을 향해 확인 사살을 감행하는 그들. 작전이 완료된 뒤 환호작약하는 뒤로 아이들의 겁에 질린 모습이 오버랩되었다. 복수는 또 다른 복수를 낳는 법, 훗날 자신의 아버지, 삼촌의 원수를 갚기 위해 새로운 인물이 되지 말라는 법도 없다. 남자 아이가 아니라면 여자 아이도 못하란 법도 없다.

 

 


영화를 진득하니 보고나면 이 영화를 만든 캐서린 비글로우의 아랍권에 대한 형용하기 쉽지 않은 어떤 고집이 느껴졌다. 전작인 하트로커가 이라크였다면, 이 영화는 아랍권 전체에 대한 충격파가 될 듯 싶다. 마야를 연기한 제시카 차스테인은 어쩌면 여류 감독인 자신의 투영일 수도 있겠다 싶다.  (양진석의 씨네필 소울)

 

 


제로 다크 서티 (2013)

Zero Dark Thirty 
8.4
감독
캐서린 비글로우
출연
제시카 차스테인, 제이슨 클라크, 크리스 프랫, 조엘 에저튼, 카일 챈들러
정보
액션, 드라마 | 미국 | 157 분 | 2013-03-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