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울충만 리뷰/[영화평Ⅰ]요즘 영화리뷰

영화 누구의 딸도 아닌 해원 - 깃발이 펄럭이면 바람이 부는 걸 안다

효준선생 2013. 3. 3. 07:30

 

 

 

 

 

   한 줄 소감 : 사람들에게 "넌 정말 예쁘다"는 말을 반복해서 듣는다면...

 

 

 

 

여배우 정은채를 처음 본 건 영화 플레이에서였다. 극중 한 남자를 좋아하면서도 일과 상치해 고민을 안고 사는 여자로 나온 그녀의 모습은 풋풋하다는 표현이 가장 적당해보였다. 비현실적으로 길어 보이는 체구에 어쩌면 절반은 한국인이 아닐 수도 있겠다는 느낌의 비주얼을 가진 그녀였었다. 그 수많은 영화 속 신인배우들 중에 그래도 지금까지 인상이 남아있었다는 건 이 말을 듣는 배우로서는 기분 나쁜 일은 아닐 것이다.

 

 


배우이야기를 길게 나열한 이유는 영화 누구의 딸도 아닌 해원 때문이다. 다른 사람은 홍상수 감독의 또 하나의 영화를 그저 보러 가겠거니 싶기도 하지만 이 영화는 배우이자 자연인으로서의 정은채의 이야기를 담아 놓은 게 아닌가 싶었다. 영화에서도 그녀의 실제 이야기들이 적당히 구현된다. 제인 버킨을 서촌 골목에서 우연히 만나 유창한 영화를 하면서 어렸을때 영국에서 살아서라는 말, 학교 친구들과의 술자리에서 나왔던 그녀에 대한 소문들, 그녀와 불륜의 관계를 지속 중인 교수이자 감독이 그녀를 향해 외국에서 살다와서 그런지 이곳 아이들과는 좀 다른 시각을 갖고 있는 것 같다는 식의 이야기가 그녀의 이야기라면 “해원”의 이야기는 다른 각도에서 봐야 할 것 같다.

 

 


이 영화에서는 여대생 “해원”을 보는 남자들의 시선이 한결같이 짐승의 눈빛이다. 마치 먹이를 한 가운데 두고 서로를 견제하며 잡아먹을 듯 구는 숫컷의 양상. 왜 그런 느낌이 들었는지 모르지만 그럼으로써 몇몇 관객들은 해원을 구출하고 싶어한다는 이야기를 한다. 해원은 엄마마저 외국으로 나가고는 혼자다. 성인이지만 아무도 그녀의 울타리가 되어 줄 사람은 없다. 가장 가까운 관계에 있는 남자는 유부남이자 학교 교수다. 그런데 그 역시도 해원에게 갖는 감정은 사랑하지만 그 사랑은 내가 조율하는 것이며 설사 잠시 사랑할 수 없는 상황에 있더라도 상대는 그 자리에 꼼짝말고 서있어야 옳은 것이다 라는 마인드의 소유자다. 남한산성에서 이 두 사람이 언쟁을 하는 이유도 결국은 “남녀 관계에서 있어서 나 아닌 다른 사람과 사귀었다”. 이 문제가 불거져 야기된다.

 

 


교수뿐이 아니다. 길거리에서 만난 중년 남자, 자신을 미국 교수라고 하지만 신뢰가 가지 않는다. 서촌의 카페 사장처럼 행세하는 콧수염 남자. 왜 이들은 해원을 보는 시선이 곱지 못한 걸까 그래서 엔딩에서 그녀는 굳이 착한 남자를 언급한 걸까


만약 해원이 없던 시간, 나머지 사람들의 세상은 흑색이라고 했을때 해원의 등장은 그 위에 하얀 색 물감을 한 방울 떨어뜨린 정도에 비유하면 옳을까 조금 씩 번져가며 일대를 회색으로 만들어 버리는 능력, 해원은 바로 그런 이질적 색감의 물감에 비유하면 될 것 같다.

 

 


이 영화는 홍상수 감독의 전작들과 형식면에서는 큰 차이가 없지만 내용면에서는 마치 다른 사람의 시나리오를 받아 만든 것 같은 괴리감이 느껴졌다. 특정 장소를 명기하고 그곳을 부유하며 소요한다. 술집에서 술을 마시는 장면은 한 번 이상 등장한다. “나는 oo이예요” “네가 왜 oo이야”라는 대사가 등장한다. 그의 페로소나라고 불리는 배우들이 카메오로 나온다등이 이 영화에서도 발견된다면, 편집을 통해 이야기를 부각시키던 전작들과 달리 이 영화에서는 해원이라는 인물에 집중적으로 포커스를 맞추고 있다. 그리고 그 사이에 영화배우이자 자연인인 정은채가 들어 있다.


이태 전 서촌일대에서 카메라 하나 들고 유유자적하며 돌아다녔던 기억이 난다. 이 영화에서 등장하는 몇 군데에선 식사도 하고 걸터앉아 지나가는 사람들 구경도 했다. 이 영화를 작년 3월에 찍었다고 하니 주말에 그곳에 가면 영화 속 배경과 비슷한 정취를 얻을 수 있을 것 같다. 홍상수 감독의 영화는 그야말로 “중독”이다. 

 

 

 

 

   장르 홍상수 스타일 무비

   제작 배급 전원사/조제

   홍보 호호호비치/클루시안

 

 

 

 

 

 

 

 

 


누구의 딸도 아닌 해원 (2013)

Nobody’s daughter Haewon 
7.8
감독
홍상수
출연
정은채, 이선균, 김의성, 유준상, 예지원
정보
드라마 | 한국 | 90 분 | 2013-02-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