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울충만 리뷰/[영화평Ⅰ]요즘 영화리뷰

영화 잭 더 자이언트 킬러 - 거인과 인간의 공생에 대해 생각해보다

효준선생 2013. 3. 2. 07:30

 

 

 

 

 

  한 줄 소감 : 거인들이 그저 "악의 축"이기만 한 건 아니라는 생각이다.

 

 

 

 

 

어린 시절 읽었던 잭과 콩나무를 떠올리면서 영화 잭 더 자이언트 킬러를 기대했다. 그런데 어디부터 어디까지가 동화의 원작인지 혼미해졌다. 인간과 거인 사이의 스펙타클한 싸움과 평범했던 한 소년이 이런 혼란스런 과정을 겪으며 어느새 부쩍 자라났다는 성장동화였던가 싶어서였다. 뭐가 되었든 상관은 없지만 비주얼이 압도하는 거인들의 모습이 남겨진 인상의 대부분이라는 사실은 이 영화의 주인공이 잭이 아니라 자이언트가 아닐까 싶은 생각을 해보았다.

 

 


영화에선 잭과 클로이스트 왕국 사람들은 선(善), 그리고 간투아에 살고 있는 거인들을 악(惡)의 이미지로 각각 대표하고 있지만 시각을 좀 돌려서 자이언트들의 입장에서 이야기를 시작해보려고 한다. 사실 간투아의 강역이 살기에 나빠보이지는 않았다. 산림이 우거지고 멀리 폭포가 보일 정도로 수려한 자연환경에 인간을 주식으로 하는 거인들에게 크게 아쉬울 건 없어 보였다. 대신 인간들에게 당한 수모를 잊지 못한 채 복수의 그날만을 곱씹으며 살고 있는 그들에게 헤게모니 쟁탈전 정도만이 그들을 위협하는 요소였다. 거인들이 인간에 의해 자신들의 심장을 녹여 만든 왕관 앞에선 고양이 앞의 쥐처럼 군다는 건 인간에겐 필사기지만 거인들에겐 치욕이나 다름없었다.

 

 


다양한 비주얼의 거인들이 등장하지만 주목할 만한 캐릭터는 넘버 3쯤 되는 폼이었다. 피, 파이 포, 폼들과 머리가 두 개 달린 폴른이 후계자 자리를 두고 다투는 과정에서 마지막 권좌를 차지한 폼의 모습은 우리에겐 친근해 보였다. 다른 거인들이 서양인의 모습이라면 폼의 모습은 동양인의 그것을 하고 있어서였다. 그들은 엄청난 속도로 자라난 콩나무를 타고 자신들의 강역인 간투아에서 인간의 영역으로 옮겨오고 싶어했던 이유는 다름아닌 복수와 쟁취욕 때문이라고 보인다. 그런데 이걸 그냥 나쁜 것이라고 매도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다른 이야기 축은 왕국의 모험쟁이 외동딸과 보잘것 없는 농부의 손자 잭의 이야기다. 주인공인 이 둘의 활약도 의미는 있지만 그렇다고 거인들처럼 당위성이나 치열함을 갖고 있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그저 눈에 떨어진 위협으로부터 열심히 탈출하고 당시로서는 이루어질 수 없는 평민과 왕족의 결혼을 암시하는 장면만으로 뿌듯해 하기엔 너무나 타성적이지 않은가.

 

 


이미 언급한 왕관을 비롯해 잭의 작은 이야기 책, 공주의 팔찌, 왕국 호위무사가 준 가디언 뱃지등 아이템들이 여럿 나온다. 이들 信物들은 인간들의 관계와 믿음을 상징하고 있지만 거인들은 그저 인간으로 포식하고 서로가 자리를 탐하고 무지막지 하게 폭력을 쓰다 결국 인간에 의해 다시 격리 수용되는 처지로 전락해야 한다는 건 씁쓸할 뿐이다. 이 과정에서도 누군가는 이유없이 죽어야 하고 누군가는 자신만의 이득을 위해 엉뚱한 음모를 꾸미기도 한다.


이 영화는 크게 두 공간에서 볼거리를 선사한다. 콩나무에 의해 간투아에 올라간 공주를 구하려는 호위무사와 잭의 활약상이 펼쳐지는 간투아에서의 도피행각, 그리고 콩나무를 타고 인간세상으로 내려와 왕궁을 중심으로 어마어마한 스케일로 한판 전을 펼치는 후반부, 너무나 작은 인간들이 간혹 거인에게 잡히는 장면은 만화같아 보이기도 한다. 특히 간투아에 떨어진 콩을 이용해 거인들이 인간 세상으로 하강하는 장면은 상당한 쾌감과 더불어 공포심을 유발한다.  

 

 


격렬했던 왕궁 전투장면을 보여주고는 치열한 삶의 현장을 기대만큼 채워주지 못한 채 서둘러 마무리 지은 점은 다소 아쉽지만 컴퓨터 그래픽등으로 꾸며놓은 거인의 크리쳐들을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그들은 실제 배우들의 이미지를 따온 것이라 실사에서 누구인지 맞춰보면 뜻밖에 결과에 놀랄 수도 있겠다.  (양진석의 씨네필 소울) 

 

 

 

 

 


잭 더 자이언트 킬러 (2013)

Jack the Giant Slayer 
7.6
감독
브라이언 싱어
출연
니콜라스 홀트, 이완 맥그리거, 엘리너 톰린슨, 빌 나이, 존 카서
정보
판타지, 어드벤처 | 미국 | 114 분 | 2013-02-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