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울충만 리뷰/[영화평Ⅰ]요즘 영화리뷰

영화 파파로티 - 인간답게 살게 해준 그 이름, 선생님

효준선생 2013. 2. 28. 07:30

 

 

 

 

 

  한 줄 소감 : 코믹에서 시작해 감동으로, 다들 좋아할 듯 싶다.

 

 

 

 

 

국 사마천의 사기 자객열전엔 예양(豫讓)의 일화가 나온다. 춘추시대 진(晋)나라 사람인 그는 자신을 거두어 준 지백(智伯)에게 중용되었다. 그러나 권력 암투 끝에 지백이 조양자(趙襄子)에게 죽자 그는 야인이 되어 복수를 꾀한다는 이야기다. 그가 한 말 중엔 “士爲知己者死  女爲悅己者容” 이 후대에서도 자주 인구에 회자된다. 이 말은 남자는 자신의 능력을 알아주는 사람을 위해 죽고 여자는 자신을 어여삐 여기는 사람을 위해 멋을 낸다는 말이다. 학창 시절을 떠올려 보면 유난히 따랐던 선생님이 있을 것이다. 그 기저엔 자신의 능력과 인성을 믿고 다독여주었던, 서로간의 믿음이 존재하고 있어서가 아니었을까

 

 

 

사회생활을 하면서도 느끼는 거지만 초년병 시절, 실수도 많았지만 크게 탓하지 아니하고  격려를 아끼지 않았던 사수, 혹은 상사가 떠오를 수도 있다. 요즘엔 멘토라는 말이 유행이지만 결국 인간은 혼자의 힘으로만 성장하기엔 쉽지 않은 난관을 겪어야 하는데 자신을 이끌어주는 이런 스승 한 분 있다는 건 정말 크나큰 행운이다.

 

 


요즘 뉴스에선 아이들 다루기가 험해서 아예 명예퇴직을 하려는 선생이 적지 않다고 한다. 그 직업군에 있어보지 않아서 모르겠지만 그 분들이 학생이었을 때를 떠올려 보면 학생을 포기한다는 건, 선생으로서 소임을 다하지 못하는 거라고 생각이 든다. 우리 때도 말썽쟁이들이 무수했다. 회초리, 몽둥이 빳다가 횡행하는데도 그것 역시 사랑의 매라고 가르쳐 주던 그 말을 그냥 믿었다. 그런 “야만의 시절”이 옳다는 건 아니다. 매를 쓰고 나선 왜 매를 들어야 했는지 진심으로 알려주던 선생님이 더 기억에 남는다는 말이다.

 

 


4차례나 전학을 해야 했던 조폭 학생을 맡아야 하는 담임 선생. 시골 학교에서 교편을 잡아야 한다는 것도 마뜩치 않은데, 이런 학생에게 성악을 가르치라는 미션이 떨어졌을때 심정은 어떨까? 영화 파파로티는 현직 조폭의 중간 보스이자 좀 연식이 되어 보이는 예술 고등학교 학생과 전직 성악가이자 지금은 김천 예술고등학교 성악반 담임을 맡은 선생님의 믿기 어려운 동거생활을 코믹하면서도 진한 울림으로 그려낸 드라마다.


이 영화를 보는 도중에 컨셉을 나름대로 잡아보니 처음엔 건달이 클래식을 배우는 과정을 그렸나 싶었는데 영화를 보면서  클래식이 엇나갈 수도 있는 건달을 교화시키는 구나라는 기분이 들었다. 다시 말해 천부적인 발성과 기교를 이미 지닌 학생이, 좋은 선생인지는 모르지만 자신의 재주를 알아봐주는 스승을 만났다는 사실이 천재일우의 기회란 생각 때문이었다. 만약 이 두 사람이 조우하지 못했다면 학생은 대충 고등학교 졸업장 받고는 결국 그 바닥 생활을 벗어나지 못했을 것이며, 선생은 고만고만한 애들을 놓고는 진학상담이나 해주는 신세를 면치 못했을 것으로 보였다.

 

 


이 영화 초반부에는 자신이 어떤 계기를 통해 고아출신으로서 조직에 몸담고 넘버 3 정도의 자리에서 오락가락하는 건달과 가진 재주를 통해 새 삶을 살아야겠다는 각오사이에서 갈등하는 소년의 모습이 보였다. "형님"의 전화 앞에선 경직된 자세를 유지하다가도 한 가락 뽑을라 치면 고고한 자세를 유지하는 그의 상반된 태도에서 약간 궤도를 이탈한 것 같아 보이기도 하지만 그만큼 아직은 순수하다는 방증으로 여겼다. 거기에 비해 세상 살이에서 이미 한차례 실패를 맛본 스승의 눈과 훈육의 방법은 노련했다. 이렇게 두 사람이 의기투합하거나 충돌을 반복하고 얻은 결론은 후련했다. 비가 올수록 땅은 굳어진다고 스승이 이루지 못한 꿈을 대신하러 가는 제자의 뒷모습은 제 3자가 봐도 듬직해보였다.

 

 


무릇 사표(師表)가 다 무너진 요즘이라고 한숨을 내쉬지만 이 영화 후반부, 공항신에서 스승을 앞에 놓고 큰 절을 올리는 제자의 모습에선 격한 울림이 전해졌다. 진정한 존경심의 발로가 아니겠는가. 자신을 믿고 이끌어주는 스승이 존재한다는 건, 한 남자에겐 인생을 뒤바꿔놓을 수 있는 찬스다. 그리고 그 기회를 살리는 건 순전히 재능과 노력의 결과물이다. 아직 배움이 남은 자들과 그들의 손을 잡고 있는 모든 선생과 제자들에게 영화 파파로티를 권해본다. (양진석의 씨네필 소울) 

 

 

 

 

 

  장르 코믹&감동 드라마

  제작 KM컬쳐

  배급 쇼박스

  홍보 마케팅 퍼스트룩/ 웹스프레드

 

 

 

 

 

 

 

 

 

 


파파로티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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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윤종찬
출연
한석규, 이제훈, 오달수, 조진웅, 강소라
정보
드라마 | 한국 | 127 분 | 2013-03-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