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울충만 리뷰/[영화평Ⅰ]요즘 영화리뷰

영화 1999, 면회 - 군필남자, 그 시절을 떠올리다.

효준선생 2013. 2. 27. 07:30

 

 

 

 

 

  한 줄 소감 : 한국 남자들에게 군대란, 안 가본 사람에겐 정말 이해시키기 어려운 난제다

 

 

 

 

최근 높은 자리에 올라보겠다고 눈치작전을 하는 고위공직자 몇몇의 면면을 보면 딱하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그들 본인이 장정이 될 나이였던 60년대, 70년대 초반은 보릿고개가 있을 정도로 나라살림도 어렵고 각종 전염병이 창궐해 소아마비나 천연두에 걸리는 아이들도 많았던 걸 감안하면 신성한 병역의 의무를 다하지 못할 지경임도 이해는 가지만 그들의 자제들은 대한민국 최고의 압축성장기라는 달콤한 열매를 따먹을 때 나라를 지키려 하지 않고 아버지, 혹은 아는 사람들의 청탁으로 그 흔한 단기 사병도 마다할 정도였으니, 제 아무리 핑계를 둘러대도 군필 대한민국 남자들이라면 직감으로 알 수 있다. 신의 아들이라는 사실을...


예전과 달리 군대가 많이 좋아졌다고 하지만 세상에 비슷한 또래로부터의 맹목적인 지시와 억압적 공동체 생활이 달가울 리 없다. 그러니 아버지의 사업부도로 인해 군대에 갈 수 밖에 없었던 민욱은 정말 아무 것도 아닌 셈이다. 영화 1999, 면회는 군대에 잠시라도 다녀와본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확실하게 공감이 될 요소들을 많이 품고 있다. 이 영화처럼 영화 밖 신분이나 처지에 따라 받아들이는 감수성이 다른 영화도 드물 것이다. 물론 위의 있는 집 자식들처럼 총 한번 잡아보지 못한 사람들에겐 별로 관심도 없을 테지만, 혹여 지금 군대에 남자친구를 보낸 곰신들에겐 호기심의 대상이 될 수 있지 않을까?

 

 

 

1999년이 시작되었다. 사람들은 세기말이라 애써 내색은 하지 않으면서도 뭔가 우울함을 감추지 못했다. 그건 다름아닌 그 전해 한국을 강타한 IMF사태 때문이었다. 무수한 직장인들이 직업을 잃었고, 무수한 학생들은 휴학 혹은 군대에 가야 하는 처지였다. 금리는 고공행진을 했고 원화가치는 휴지조각이 될 날이 멀지 않았다고들 예상했다. 국내 굴지의 대기업들은 줄줄이 도산하고, 이런 분위기가 뭔가 새로울 2000년이 온다는 신호와 함께 일소되길 간절히 바랬던 걸로 기억한다. 하지만 변한 건 없었다. 이 영화는 바로 그 즈음을 달리고 있었다.


영화는 교내 성가대 합창단의 짧은 머리를 한 학생들에게 포커스를 맞추고 시작한다. 그들 중 세 친구는 1년 뒤 서로 다른 모습으로 조우한다. 대학생으로, 재수생으로 그리고 군인으로. 머나먼 면회의 길은 두 친구가 지칠 때쯤 등장하고 누구나 비슷한 경험을 하고 대충 마무리 될 것 같은 친구들과의 하룻밤은 예상치 못한 사건 사고들의 연속으로 길어져만 간다.

 

 


강원도 어느 부대 앞이 이 영화의 배경이다. 여느 살림집이 있는 동네와 다름없어 보인다. 단지 군복을 입은 군인이 많다는 것뿐, 다른 군인은 여자친구가 면회를 왔건만 이등병 민욱에겐 두 녀석뿐이다. 그런데 오랜만에 본 이 녀석들 표정이 좋지 않다. 무슨 일이 있나?


군대에선 적의 공습보다 두려운 게 여자친구로부터의 난데없는 이별통고다. 사회에 있으면 전화끊고 당장 달려가 애걸복걸에 이유라도 캐물을 텐데, 매인 몸이니 군복이 웬수로 보일 지경이다. 영화에선 군인에게 닥칠 몇 가지 사례를 언급하고 있다. 그 중에 다방 여자로 나오는 여자는 이 쑥맥같은 삼총사를 구슬리는 재주가 여간 아니다. 그녀의 정체는 또 뭐란 말인가.

 

 

 

영화는 자못 흥미롭다. 피가 끓는 청춘들에게 툭하고 떨어진 이성으로부터의 유혹, 그리고 먹어도 먹어도 줄지 않는 술병들. 이들의 대화를 들어보면 군대 이후의 이야기는 거의 없다. 오로지 지금, 내 기분, 그리고 내 곁에 있는 친구들과 함께 있다는 사실만을 반복해서 언급할 뿐이다. 물론 군대 안에서 벌어지는 예를 들어 군대에서 족구한 이야기들은 절대 나오지 않는다. 세 친구는 각각 한두 가지씩의 물건을 잃어버리는 설정이 나온다. 재수생 승준은 입시에 쓸 포토폴리오를 만들려고 찍어둔 카메라를, 군인인 민욱은 시간과 사회에 있는 여자친구를, 그리고 유일한 대학생 상원은 돈과 첫사랑의 설레임을. 이들에게 뭔가를 잃어버리게 만든 설정은 그렇게 비워내야 새로운 것으로 채우고, 그리하여 어른이 된다는 걸 말하고 싶었던 걸로 보인다.


뭔지 확실하지는 않지만 계속 당한다는 느낌이었던 면회객으로 간 두 친구는, 엔딩장면에서 차 안에 남겨진 두 개의 물건을 확인하고는 그래도 함께 있었기에 외롭지 않다는 사실을 확인한다. 고만한 청춘들의 심경의 진폭을 올렸다 내렸다 잘 조율한 셈이다.

 

 


영화 1999, 면회를 보면서  추억을 파는 영화라는 느낌을 받았다. 그 해 어떤 일이 있었는지 각자의 사정은 모두 달랐겠지만 같은 건 하나다. 앞으로 20세기는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는 것. 그들은 지금 어디서 무엇을 하며 살고 있을까. 특히 김꽃비의 매력이 돋보인 다방 여자는... (양진석의 씨네필 소울)

 

 

  장르 밀리터리 시츄에이션 드라마

  제작 광화문 시네마

  배급 마케팅 인디스토리 / 클루시안

  

 


1999, 면회 (2013)

The Sunshine Boys 
9
감독
김태곤
출연
심희섭, 안재홍, 김창환, 김꽃비, 황미영
정보
드라마 | 한국 | 89 분 | 2013-02-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