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울충만 리뷰/[영화평Ⅰ]요즘 영화리뷰

영화 분노의 윤리학 - 폐부를 찌르는 심리학적 통찰

효준선생 2013. 2. 26. 07:30

 

 

 

 

 

 

  한 줄 소감 :  작년엔 건축학, 올해는 윤리학이다

 

 

 

 

즘은 파워 멀티 캐스팅이 주효(奏效)한다. 영화 도둑들에서 시작된 이런 흐름은 지난 연말을 거쳐 올 해 개봉된 여러 작품에서도 이미 검증된 바 있다. 천만 관객을 넘긴 7번방의 선물도 류승룡 뿐 아니라 7번 방의 명품 조연들이 아니었다면 이룰 수 없었을 결과물이고 베를린 역시 원톱 주연이 가능한 배우들이 대거 등장했다. 주연은 주연대로, 조연은 조연대로 한데 뭉쳐 조금씩 부족한 면을 채워가는 시스템은 한동안 대박공식이 되지 않을까 싶다. 여기에 덧붙여 영화 분노의 윤리학은 독특한 조제(調製)시스템을 선보이고 있다.

 

 

 

 

누굴 첫머리에 올려도 손색없을 정도로 연기력 하나만큼은 출중한 4명의 남자 배우들과 그들을 콘트롤하는 한 명의 여배우, 그리고 신인 배우들. 이들의 대다수가 하나의 소속사라는 이름을 내세워 이른바 하우스 프로덕션으로 이 영화를 만들었다. 아무래도 자주 보는 얼굴이고 회사의 영업을 극대화하기 위해 똘똘 뭉쳤으니 분명 색깔이 남다르게 나왔을 것이다. 

 

영화 분노의 윤리학은 치정 스릴러와 블랙 코미디를 적절하게 섞어놓은 어른들의 유희물이다. 미모의 모델이 힘의 논리에 의해 부평초처럼 떠돌다 살해당한 사건을 계기로 여기에 연루된 4명의 남자들, 범인이 누군지 밝혀놓은 채 그 후일담이 제법 쫀득한 맛을 내고 있다. 마치 찰진 인절미처럼.

 

 

 

이 영화는 범인 색출에 힘을 주지는 않는다. 이미 죽은 여자의 원혼을 달래주려는 시도도 없다. 그런 이유로 공권력의 개입은 없다. 한 여자의 억울한(?) 죽음과 관련해 자신의 책임을 무마하려고 애를 쓰는 4마리의 불쌍한 숫컷들의 면면을 그리고 있을 뿐이다. 그렇다면 이 영화는 숫컷들의 승전보인가? 절대로 그렇지 않다. 이 영화에서 여성들은 상대적으로 물질적 소모품으로 간주된다. 가난한 여대생은 빚을 지고 그 빚을 갚기 위해 룸살롱과 사진모델, 나중에는 속살을 드러내는 모델로 전락한다. 그건 그녀의 자원이 아니었다. 이 4명 중의 한 명이 파 놓은 모래 함정에 빠져든 것이다. 그런 그녀를 원하는 남자는 또 있다. 겉으로는 학식있는 교수인 척 하지만 그 역시도 호색한에 다름 아니다. 그 남자 역시 이 4명 중 한 명이다. 차라리 그런 그녀가 좋다고 쫒아 다니는 남자친구가 그나마 그녀에게 힘이 되어줄 것 같지만 그 역시 그녀에겐 몹쓸 짓을 하고 만다. 그리고 이 모든 과정을 지켜보는 마지막 남자.

 

 

 

빚을 갚지 못했다며 자기 영업장에서 일하는 여자를 동승시키는 사장이나, 돈을 보고 궁지에 처한 남자의 여자친구 행세를 하는 또 다른 여자나 이 영화에선 수세에 몰린 여자들의 캐릭터들은 교수의 아내의 등장에서 한번 터닝을 한다. 그러나 그녀 역시 모든 것에서 자유로워 보이지는 않는다. 

 

이렇게 서로가 물리고 물리는 상잔(相殘)의 비극 속에서 이들은 인두겁을 뒤집어 쓴 짐승이나 다름아니었다. 하지만 영화를 보면서 혀를 차게 되면서도 일견 다음 장면이 기다려지는 이유는 영화가 짜놓은 비교적 탄탄한 줄거리 구성에 있다. 이런 점은 후반부에서 돋보이는데 컷과 컷 사이의 연락과정을 과감하게 생략하고 인물과 대사에 포커스를 맞춰 마치 인터뷰이를 마주 대하고 있는 것 같은 효과를 내었다. 즉, 그들의 말 한마디에 전환이 되고, 마치 전기줄을 타고 흐르는 영상을 지나면 시제(時制)와 상관없이 인물들은 제각각 자신의 할말을 하고 있는 장면을 발견할 수 있다. 즉, 개연성을 보강시켜주는 한편, 다지기 효과를 보여주는 셈이다. 

 


영화를 다 보고 나면 최후의 승자는 뜻밖의 인물임을 발견하게 된다. 정말 이외의 인물이다. 영화 중반부 불쌍하다 할 정도로 얻어맞은 대가인가 싶기도 하고 세상을 만들어 가는 건 남자고, 그런 남자를 조종하는 건 여자라는 말이 맞는가 싶기도 하다. 그녀가 다시 구렁텅이에 빠져 도돌이표가 되어서는 안 될 테지만 말이다. 극중 사채업자로 분한 조진웅은 이런 말을 했다. “분노는 인간이 드러내는 감정 중에서 가장 극한의 것”이라고, 요즘들어 그 말이 맞는 게 아닌가 싶다. 그러면 안될 텐데... (양진석의 씨네필 소울)

 

 

 

 

 

 

  장르 심리 스릴러& 블랙 코미디

  제작 TPS COMPANY,사람엔터테인먼트

  배급 롯데엔터테인먼트

  홍보/마케팅 필름마케팅캠프

  온라인 마케팅 지앤이

 

 

 


분노의 윤리학 (2013)

7.8
감독
박명랑
출연
이제훈, 조진웅, 김태훈, 곽도원, 문소리
정보
범죄, 드라마 | 한국 | 110 분 | 2013-02-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