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울충만 리뷰/[영화평Ⅰ]요즘 영화리뷰

영화 플라이트 - 양심은 마지막에 폭발한다

효준선생 2013. 2. 25. 07:30

 

 

 

 

 

   한 줄 소감 : 영웅은 만들어진다는 것, 그런데 요즘엔 그런 영웅도 드물다

 

 

 

 

 

는 사람이 운전하는 차량은 겁이 나서 못 탄다는 사람이 적지 않다. 그래서 모르는 사람이 운전하는 차량이 오히려 편하다고 한다. 그렇다면 자신을 믿고 운전을 맡기는 사람을 위해 운전수는 최적의 몸 상태에서 운전대를 잡아야 마땅한데, 며칠동안 술에 찌들고 심지어 약까지 했다니 믿을 수 없는 일이다. 아니 사전에 알았더라면 그 차를 타지 않았거나 중간에 내렸을 것이다. 그런데 그게 일반 차량도 아닌 비행기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영화 플라이트는 어느 민간 항공사 기장인 휘태커의 개인사적인 아픔이 公衆앞에 노출되었을때 진실이 어떻게 왜곡되는 지를 드라마적 사실에 비추어 풀어놓은 작품이다. 비행기 추락이라는 엄청난 사고에 비해 상대적으로 피해자 수가 많지 않았다는 사실에 비추어 사람들은 영웅 기장이라고 엄지 손가락을 치켜세웠지만 알고 보니 술에 만취된 상태였음을 알고 나서는 가운데 손가락을 내보인다는 이중적 잣대도 곁들여 보여준다.


휘태커는 조종 실력으로는 우수한 재원임은 회사에서도 인정한 바 있다. 하지만 별거와 이혼이라는 처참한 개인사로 인해 그는 하루도 술이 없으면 견디기 힘든 상황이었으며 새로 만나고 있는 여인과의 관계도 아슬아슬하기만 하다. 그는 유능한 비행기 기장이었지만 그 내면을 알아줄 지인을 갖지 못했던 게 사건의 발단이 되었던 것으로 보인다. 즉, 사람이 아닌 술이라는 기호식품에 기댈 수 밖에 없었으며 하필 난기류를 만나면서 곤욕을 치루게 된다.

 

 


영화 초반부 비행기 사고가 나는 장면에선 항공 재난 사고를 다룬 영화에선 좀처럼 보기 드문 장면이 등장한다. 비행기를 180도 회전시켜 동체의 균형을 잡으려고 하는 시도였는데, 바로 이런 점이 휘태커의 능력을 대변하는 장면이다. 하지만 이런 수고도 결국 그가 알콜 중독이라는 사실 앞에서는 한낱 쇼가 아니냐는 구설에 오를 수 밖에 없었으며 간신히 살아남은 그가 생존자들을 찾아다니며 자신의 결백을 힘겹게 요구하는 장면에선 그 뿐 아니라 인간이라면 누구라도 그러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즉, 이 영화 속 휘태커라는 캐릭터는 진실을 숨겨 자신이 영웅이 되는 대신 이미 죽은 자들을 욕보일 수는 없다는 마지막 양심을 과연 만천하에 공개할 수 있냐는 심적 부담을 가진 인물로 설정되어 있다. 음주와 마약 흡입장면, 노출과 삭발등 쉽지 않은 연기의 연속임에도 늘 믿음을 주는 덴젤 워싱턴의 연기를 통해 잘 드러난 수작이다. 전작인 <펠헴123>에서는 지하철을 납치한 범인들을 설득시키는 협상가로, <언스토퍼블>에서는 질주하는 열차를 멈추는 특명을 받은 퇴역 운전수로 나왔던 것과 비교하면 이번 영화에서도 역시 탈 것과 관련된 연기를 멋지게 해낸다.

 

 


비행기를 타면 기장이 마이크를 잡는다. 자신을 소개하면서 곁들이는 이야기의 요지는 이런 것 같다. 우리는 지금 “한 배”를 타고 있다고. 그러니 자신을 믿어 달라고. 역시 그와 일면식도 없다는 사실에 안위해야 하겠다. (양진석의 씨네필 소울) 

 

 


플라이트 (2013)

Flight 
8.4
감독
로버트 저메키스
출연
덴젤 워싱턴, 돈 치들, 켈리 라일리, 존 굿맨, 브루스 그린우드
정보
드라마 | 미국 | 138 분 | 2013-02-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