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울충만 리뷰/[영화평Ⅰ]요즘 영화리뷰

영화 뒷담화 감독이 미쳤어요 - 컷 소리가 난 뒤의 모습을 담다

효준선생 2013. 2. 23. 07:30

 

 

 

 

 

  한 줄 소감 : 워낙 디렉션에 익숙한 배우들인지라...

 

 

 

 

 

학교에 들어가면서 들었던 말 중의 하나는 대학에선 고등학교와는 달리 누구도 이래라 저래라 하지 않는다. 그러니 과제니, 행사니 모두 스스로가 알아서 챙겨야 한다는 것이었다. 선생님이 시키는 것만 잘 해가면 욕 먹을 일 없었던 12년을 보내고 나니 그저 타의에 의한 지시가 삶의 당연한 지침이라고 여겼는데 그게 아닌 모양이었다. 금새 익숙해졌지만 한동안은 나만 손해를 보는 게 아닐까 걱정이 되었다. 그래서 일부러 친구들과 어울리고 정보도 공유했던 것 같았다.

 

 


군대는 그 반대다 절대로 상급자의 지시가 없으면 몸을 사리는 게 살아남는 방법이다. 뭣도 모르고 나섰다가는 고문관 소리 듣기 십상이고 만에 하나라도 일이 틀어지면 얼차려가 쏟아질 뿐이었다. 말년 병장때는 떨어지는 낙엽도 조심하라는 말은 그래서 나왔다. 직장에 들어가면 연봉싸움이라며 반대로 창의력 운운하고 아이디어 뱅크 소리를 들어야 한다. 이렇게 일생은 눈치보기, 나서기, 다시 눈치보기를 반복하며 살다보면 사는 건 대체 어떤 게 맞는 건지 헷갈릴 수 밖에 없다.

 

 


배우는 어느 쪽에 가까울까? 겉으로 보기에는 고집도 셀 것 같고 콧대도 높아서 다른 사람의 조언은 콧등으로도 듣지 않을 것 같지만 그래도 감독 앞에서는 주눅이 들 수 밖에 없는 대다수의 배우들. 그런데 촬영 현장에 감독이 없다니, 배우들을 황당할 뿐이다. 바로 한국에서는 최초로 시도되는 현장에 감독이 없이 찍은 단편영화 <십분 만에 사랑에 빠지는 방법>의 촬영 현장을 그린 영화 뒷담화 감독이 미쳤어요의 골간이다. 스캔들, 여배우들의 연출을 맡았던 이재용 감독은 소위 모바일과 넷 시대에 감독이 현장에 앉아 일일이 디렉션을 해야 하는 걸까 하는 의문을 품고 새로운 시도를 감행한다. 일단 14명+알파의 배우들과 스탭을 추리고 모이고 한다. 물론 감독은 그곳에 없다. 디테일한 지시사항은 커다란 모니터를 통해 조감독을 비롯한 스탭을 통해 배우들에게 전달되고 배우들은 단편 영화 하나를 알아서 찍으면 되는 것이었다. 그런데 여기서 말하는 “알아서” 가 문제였다. 그 많은 배우들은 남녀노소를 막론하고 입만 내밀 줄 알지 누구 하나 나서서 완장차고 인솔할 엄두를 내지 못한다. 그동안 감독의 현장 지시에 익숙한 탓일 것이다. 모니터 밖에 보이지 않는 곳에서의 촬영은 툭하면 끊기기 일쑤고 자신 분량이 없는 배우들은 “지금 내가 뭐하고 있나”며 심드렁해 하고 있다.

 

 


여기까지가 바로 이 영화의 리얼이자 트릭이다. 우리는 스크린을 통해 완성된 메이드 필름만 보았던 것과는 달리 카메라 뒤편에서 벌어지는 왁작지껄한 이야기에 대해서는 전혀 아는 바가 없다. 시장통이나 다름없는 곳에서 그토록 아름다운 멋진 한 컷을 뽑아낼 수 있음에 감탄할 뿐이다. 그런데 이 영화를 보면 실상 영화 속 영화인 <십분...>은 별로 의미가 없는 부분이다. 나름 완성본을 보여주긴 하지만 작품성은 없다. 다시 말해 영화 뒷담화 감독이 미쳤어요는 감독의 현장지시가 없는 상황에서 배우들을 마치 방목하듯 풀어 놓는다면 어떤 일들이 벌어지는 걸까 그것이 궁금해 찍은 몰래 카메라의 확장버전이라고 보면 옳다.


영화 중반에 감독이 배우들과 스탭들에 의해 가볍게 속는 장면도 나오지만 이 역시 의도가 불분명한 장치에 불과해 보였다. 즉, 이 영화엔 의도되지 않은 시도는 없다고 보는 게 맞다. 배우들이 불쑥 내뱉는 욕설 한마디에 의미를 담아서 그건 의도가 아니지 않느냐고 할 수는 있겠지만 이 영화를 만들기 위해 찍어야 했던 수 백분의 필름 영상에서 건져올린 단편적인 재미라고 보면 그만이다.

 

 


감독은 진짜 LA에 간 건지, 이번 시도가 진짜 기네스 북에 올릴 심산으로 찍은 건지, 혹여 몇몇 배우들은 진짜로 열받은 건지 궁금한 것들이 적지 않지만 이번 시도가 어떤 부분에서는 최초라는 타이틀을 달 수 있겠다는 느낌만은 진짜가 맞는 것 같다.   

 

 

   장르  픽션 다큐 드라마

   제작  뭉클픽쳐스,위더스필름

   배급  필라멘트 픽쳐스

   홍보/마케팅  퍼스트 룩 / 아트서비스 

 

 


뒷담화 : 감독이 미쳤어요 (2013)

Behind the Camera 
7.2
감독
이재용
출연
윤여정, 박희순, 강혜정, 오정세, 김민희
정보
드라마 | 한국 | 85 분 | 2013-02-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