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울충만 리뷰/[영화평Ⅰ]요즘 영화리뷰

영화 러브레터 - 사랑은 왜 아스라하게 간직될까

효준선생 2013. 2. 22. 07:30

 

 

 

 

 

  한 줄 소감 : 노인들이 왜 옛날 영화를 보러가는지 이해가 되었다

 

 

 

 

 

루지 못한 옛사랑을 추억하는 건 그때부터 지금까지의 잃어버린 시간이 애틋해서다. 1995년 개봉했던 일본의 대표적인 멜로 영화인 러브레터가 디지털 리마스터링으로 재개봉을 했다. 처음 개봉했을 때 비디오테이프를 빌려다 본 기억이 나는데 디테일한 내용은 전혀 기억이 나지 않았다. 인구에 회자가 된 명장면 오겡끼데스카를 엔딩 신으로 알고 있을 정도였으니, 이번에 다시 보는 편이 좋은 영화를 기억에 각인시키는데 좋을 것 같아 선택했다. 물론 옳은 선택이었다.

 

 


시간이 많이 흘렀다. 18년이나 된 영화라 고루하지 않을까 싶었지만 색감이 약간 낡았다는 느낌 말고는 요즘 만들어진 영화와 크게 달라보이지도 않았고 몰입하기 시작한 중반이후엔 옛날 영화라는 생각을 거의 하지 못했다. 이 영화 자체가 과거를 추억하는 내용인지라 배우들의 촌스런 헤어와 의상 역시도 어색하게 느껴지지 않았다. 80년대의 어린 후지이 이츠키와 90년대의 후지이 이츠키, 실제로 한국에서도 그런 패션이 유행했었으니 말이다.


95년에 볼 때만 해도 영화에서 말하는 사랑이라는 아포리즘이 그렇게 크게 마음에 와닿질 않았는데, 다시 보니 사랑은 마음에 깊게 자리잡고 있다 불쑬 불쑥 튀어나오는 녀석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한동안 잊고 지냈던 사람들 생각도 나고.

 

 

산에서 조난 사고로 죽은 남자친구의 중학교 때 앨범에서 주소를 알아낸 히로코, 그녀는 늘 눈으로 덮혀 있을 것 같은 북해도 오타루에 무작정 편지를 보낸다. 그런데 어느날 그곳으로부터의 편지, 발신인이 후지이 이츠키라고 되어 있다. 이럴수가 있나. 확인차 재차 편지를 발송한 그녀는 그곳엔 남자친구와 같은 이름의 여자가 살고 있다는 뜻밖의 사실에 놀라고 그녀에게서 남자친구의 어린 시절 이야기를 듣는다.


이 영화는 두 명의 남녀 중학생 후지이 이츠키의 이야기와 성인인 후지이 이츠키 그리고 히로코의 이야기가 교차된다. 둘 다 마치 백지에 살그머니 붓을 이용해 가벼운 터치로 그림을 그리는 듯한 사랑이야기다. 누군가를 막 좋아하기 시작했을때의 설렘이 이 영화의 主調이며 끝까지 톤을 유지한다.

 

 


엄청난 사건 사고가 반복되고 죽네 사네를 따지는 영화에 익숙한 사람에겐 이 영화는 양념하나 없이 삶아 먹는 채소의 맛이다. 밍숭거리지만 먹고 나면 몸이 건강해질 것 같은, 보고나니 아련해진다. 나에게도 저런 시절이 있었나 하는, 95년이라 그런지 요즘은 흔한 휴대폰 하나 나오지 않으며 워드 프로세서가 등장하고 일회용 카메라가 선보인다.


이제는 중년의 아줌마가 되었을 나카야마 미호의 아직은 앳된 모습이 스크린을 장식하고 오타루와 고베의 전경이 저곳에 한번 가보고 싶다는 생각이 꾸역꾸역 들었다. 그나저나 잘 살고 있는 거겠지...

 

 

 

 

 

 


러브레터 (2013)

Love letter 
9.3
감독
이와이 슌지
출연
나카야마 미호, 사카이 미키, 카시와바라 타카시, 토요카와 에츠시, 시오미 산세이
정보
드라마 | 일본 | 117 분 | 2013-02-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