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울충만 리뷰/[영화평Ⅰ]요즘 영화리뷰

영화 헨젤과 그레텔 : 마녀사냥꾼 - 우린 원래 착한 사람들 아니었나요?

효준선생 2013. 2. 19. 07:30

 

 

 

 

 

  한 줄 소감 : 87분동안 군더더기 없이 짧게 후려치는 영화가 좋다

 

 

 

 

그림형제의 동화 헨젤과 그레텔은 원래 무서운 동화였던가 언제 읽었는지 기억도 가물거리는 전설적 콘텐츠를 영상으로 보면서 이야기가 돈이 되는 세상을 살고 있음을 느끼게 된다. 한없이 선하게 그릴 수도 있으련만, 이제는 성인이 된 어른들에게 동화란 원래 좀 잔혹한 것이었음을 깨닫게 해주려는 듯 장면마다 깔죽없이 잔인했다.

 

 

 

지금은 지구특공대(지동원, 구자철)가 활약하기에 익숙한 지명인 독일 아우구스부르크엔 그 옛날 마녀 사냥이 한창이었다. 마녀도 목숨이 달린 생명체이니 사람들과 오순도순 어울려 살면 좋으련만 불로장생의 욕심은 인간과 같은지라 어린 아이들의 목숨 값으로 자신을 연명시키려고 하여 인간들은 눈에 쌍심지를 켜고는 마녀와 한판 전쟁을 벌이는 중이다.


영화 헨젤과 그레텔은 원본에서 두 남매와 마녀의 등장이라는 컨셉만 빌리고 나머지는 거의 대부분을 피아간의 개싸움을 장식해놓았다. 당연히 肉失하는 장면과 피칠갑이 난무한다. 그런데 그게 오묘하게 끌린다. 현실에선 할 수 없는, 그동안 착함에 길들여져서 그랬는지 몰라도 내재했던 惡性이 꿈틀거리기 시작했다.

 

 


이 영화는 선과 악에 대한 절묘한 대비가 돋보인다. 물론 헨젤과 그레텔은 선이고 마녀는 악의 축임은 안봐도 금방 알 수 있지만 그 외의 인물들도 두 편으로 나뉘어 패가 된다. 예를 들어 시장은 선, 보안관은 악, 그리고 착한 마녀와 악한 마녀들의 대결등. 이분법이 아니고서는 이 영화에선 대사 한마디 얻어내기 힘든 구조에서 트롤은 반전인물이다. 영화 호빗에서도 출연한 바 있던 트롤이 이 영화에선 轉向의 인물로 등장한다. 그의 역할과 이미지 메이킹도 나쁘지 않다.


영화를 보면서 다른 사람들은 마녀가 휘두르는 지팡이에 스치기만 해도 죽어가는 판에 헨젤과 그레텔은 대체 뭐길래 저렇게 오뚝이처럼 되살아나는 걸까? 혹시라도 쟤네들도 마녀와 마남이 아닐까 싶었다. 영화 후반부에 마녀의 친절한 설명으로 정체는 밝혀지지만 어찌되었든 선과 악은 끝장을 보고 만다.

 

 


사람들은 원래 선한 건데 나중에 악해진건지, 아니면 원래는 악했는데 나중에 선해지는 건지, 아니면 변하지 않는 건지에 대해 중국 철학자 노자를 비롯하여 많은 심리학자들은 떠들어 왔다. 그런데 선도 악도 아닌 아무 것도 아니었다면 그게 더 말이 되지 않을까? 만약 “악해진다”면 그건 인간의 욕심때문이라는 생각이다. 더 많이 갖고 싶고, 더 오래 살고 싶어서 남의 것을 힘으로 빼앗는 행위가 그를 악인으로 만들고 사람들은 그들을 악마, 혹은 마녀라고 부르는 것이다.


영화에서 마녀들의 분장을 보면 한눈에도 나쁜 사람이라는 게 보인다. 물론 착한 마녀로 나오는 미나의 경우는 곱디곱지만 결국 마음 씀씀이가 얼굴에 비춰지는 것이니, 오늘 하루도 좀 남을 위해 배려하는 마음으로 산다면 설사 본디 마녀라고 해도 얼굴은 그 모습이 아닐텐데 말이다. 거울을 들여다보니 나잇살 때문이 아니라 갈수록 삶의 욕심이 깃들여져 마녀의 형상이 되어가는 건 아닌지, 그래서 영화에서처럼 헨젤과 그레텔의 쫒김을 당하고 사는 건 아닌지 우려가 된다.

 

 


영화는 잔인하다. 어른들이 보기에도 편치 않다. 단걸 먹으면 당뇨에 걸리고 그래서 수시로 인슐린 주사를 맞아야 하는 헨젤의 모습도 서글프고, 그 외모에 관심을 받는 유일한 남자는 트롤 에드워드뿐이라는 사실이 그레텔의 처지도 애처롭다. 사는 건 남매뿐 아니라 마녀도 매 한가지이며 수 백년전 동화 속 이야기임에도 오늘날의 세상과 하등 다를 게 없으니, 영화는 시대를 관통하는 거울이다. (양진석의 씨네필 소울)

 

 

 

 

 

 


헨젤과 그레텔 : 마녀사냥꾼 (2013)

Hansel and Gretel: Witch Hunters 
8
감독
토미 위르코라
출연
제레미 레너, 젬마 아터튼, 팜케 얀센, 필라 비탈라, 피터 스토메어
정보
액션 | 미국 | 87 분 | 2013-02-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