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울충만 리뷰/[영화평Ⅰ]요즘 영화리뷰

영화 피메일 에이전트 - 나라를 위해서라면 남녀가 따로 없다

효준선생 2013. 2. 18. 07:30

 

 

 

 

 

  한 줄 소감 : 이 와중에 살아서 아흔까지 장수했다니, 그것도 놀랍다

 

 

 

 

 

본 제국주의자들에 의해 식민지 국민으로 살아본 경험이 있는 한국인들에게 독일 나찌군에게 압제를 받았던 프랑스와 기타 주변국의 저항을 그린 영화는 좀 다른 느낌을 준다. 2차 세계대전을 다룬 수많은 영화들 속에서 영화 피메일 에이전트는 저항과 독립의 쟁취과정에서 여성의 활약상을 담았다는 데서 의미를 둘 만하다.

 

 


우리도 항일 운동역사를 통해 알고 있는 것처럼 여성의 역할이라는 건 다소 부수적인 차원에서 이뤄졌다. 독립군자금을 마련하거나 독립군의 아이들을 챙긴다거나 교육 분야에서 종사하거나 하는, 물론 그런 것들이 대수롭지 않다는 건 아니지만 전쟁터에 나가 총을 들고 총격전을 펼치거나 혹은 요인을 암살하거나 하는 수준은 아니었다는 점에서 이 영화 속 5명의 여성들의 움직임은 낯설면서도 자꾸 들여다 보게 되는 매력이 있다.

 

 


1940년에 접어들어서도 여전히 독일의 야욕에 밀리게 된 영국과 프랑스, 특히 프랑스의 경우 국토의 대부분을 독일에게 점령당하면서 민초들의 희생은 늘어갔고, 바다 건너 영국의 경우도 마음을 놓을 수 없는 상황이었다. 이즈음 만들어진 SOE라는 조직은 특수 목적 부대로 이 영화는 바로 이들 조직원의 활약을 그린 내용이다. 프랑스 출신이면서 작전 중에 남편도 죽고 남동생과 함께 다른 작전에 투입된 루이. 전략적으로 중요한 비밀을 알고 있는 영국의 지질학자를 무사히 빼내와야 하는데, 그녀는 다른 요원은 물론이고 양동작전을 펼치기 위한 쇼걸까지 동행하기로 한다.

 

 


낙하산으로 프랑스에 도착한 이들은 우선 지질학자를 우여곡절 끝에 빼내는 데는 성공했지만 동생은 포로로 잡히고 나머지 요원들은 뿔뿔히 흩어진다. 영국으로 돌아가지 못하는 대신 두 번째 작전에 투입되면서 이들 간의 갈등과 이들의 정체를 알아챈 독일군 장교 하인리히의 추격은 긴장감을 높여간다.


이 영화는 앞 부분에선 지질학자의 구출작전이, 뒷 부분은 작전의 내용을 알고 있는 하인리히를 암살하는 것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그런데 재미 때문에 그랬는지 모르지만 5명이 처한 인간적인 상황이 극적요소를 갖고 있다. 예를 들어 죽은 남편의 아이를 임신한 사실을 알게 된 루이와 하인리히의 옛 애인, 돈만 챙겨 도망갈 궁리만 하던 여자, 전형적인 저항군, 그리고 중간에 포로로 잡혀 모진 고문을 당하고 결국 비밀을 털어놓는 바람에 이들을 위기에 처하게 한 여자등. 각자 할 말들이 있기 하겠지만, 5명의 여인들이 가지고 있는 고충은 시대의 아픔 속에서 감내할 수 밖에 없었다.

 

 


본격적으로 훈련을 받고 투입된 요원들이 아닌지라 총도 잘 못 쏘는 여자도 있지만 그녀들은 자신을 점점 옥죄는 현실 속에서 누구보다 극악스런 저항을 하면서 자신을 지키는 동시에 임무를 수행하는 모습들이 나온다. 엔딩에서 이런 말이 나온다. “나찌의 극악무도한 만행에 항거한 모든 여성들에게 이 영화를 바친다.” 실제로 그랬는지 모르지만 이들의 활약 덕에 노르망디 상륙작전은 성공적으로 끝나고 독일의 만행은 예상보다 일찍 종결되었다.

 

 


제 몸을 바쳐 임무를 수행하다 먼저 간 누이들의 활약이 비단 이들 뿐은 아닐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과거의 잔재를 털어버리지 못한 우리가 이 영화를 보는 것만으로도 독립운동 과정에서 희생당한 무수한 "꽃"들 생각해보는 의미가 되지 않을까 싶다. 청초한 이미지의 프랑스 여배우 소피 마르소가 힘든 고문장면을 마다하지 않는 걸 보니, 더욱 그런 생각이 들었다. (양진석의 씨네필 소울)

 

 


피메일 에이전트 (2013)

Female Agents 
7.5
감독
장-폴 살롬
출연
소피 마르소, 줄리 드빠르디유, 마리 질랭, 데보라 프랑소와, 모리츠 블라이브트로이
정보
스릴러, 드라마 | 프랑스 | 117 분 | 2013-02-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