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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불륜의 시대 - 남녀상열지사도 살아 있다는 반증이 아닌가

효준선생 2013. 2. 17. 07:30

 

 

 

 

 

  한 줄 소감 : 서울은 산 자의, 바라나시는 죽은 자의 거처로 보인다.

 

 

 

 

 

규환 감독은 영화 불륜의 시대를 통해 불륜이 갖고 있는 반사회적 행태에 대한 고발을 하지는 않는다. 그 대신 극히 우연이라고 할 수 있는 만남이 가져온 예기치 못한 결론에 떡하니 점을 찍고는 아무렇지도 않게 아웃한다. 남녀간의 밀고 당기는 사랑싸움이나 그 과정에서 보일 수 밖에 없는 속살 노출, 이런 것들을 기대했다가는 실망할 수도 있다. 영화 속 불륜의 주체라 할 수 있는 부부, 그리고 또 두 명의 남자와 여자의 등장과 그들 간의 관계는 사실 불륜이라는 이름표가 아니어도 별로 상관은 없어 보였다.

 

 

 

출판사를 운영하는 남자, 아내를 사랑하는 것 같지만 그에겐 내연의 그녀가 있다. 공적인 동료가 사적인 연인으로 연장된 관계로 보인다. 그들의 언어는 세상에 아무도 모르는 비밀언어들이다. 아내와의 잠자리보다 더 쾌감을 느끼는 지도 모른다. 보여지는 장면들이 그렇게 말을 한다. 남자의 아내, 요가를 배우고 또래 아줌마들과 수다를 떠는 걸로 소일한다. 그녀의 관심사는 별로 많아 보이지 않는다. 경제적인 여유와 남편과의 그럭저럭한 관계, 일견 권태로워 보이지만 불만도 없어 보인다.


이야기 전환의 도화선은 운전실수로 어느 인도 식당의 입간판을 망가뜨린 뒤 그 식당 종업원과의 우연한 만남에서 시작된다. 한국어를 할 줄 아는 외국인과의 만남, 마치 井底之蛙가 우물 밖 소식에 귀를 쫑긋 세우는 것 같다. 그게 그녀의 화근이라는 걸 아무도 알지 못했을 것이다.

 

 


이 영화의 흐름은 시간 순으로 되어 있지 않다.고의적으로 보인다. 한국에서의 네 사람의 만남과 지속, 그 사이 사이 인도 바라나시에서 逍遙하는 여자의 모습을 삽입시켜 놓았다. 아내는 자신의 생일날 사라졌고 아내를 찾으려는 남편은 텔레비전을 통해 아내의 행방을 추적하기 시작한다. 하지만 시간의 흐름에 따라 배열한 편집이 아닌지라 아내가 인도 바라나시로 간 시간과 남편이 아내에 대한 이야기를  다른 사람에게 하는 딱 맞아 떨어지지가 않는다.


이 영화엔 유난히 탈 것과 이동 장면들이 많이 나온다. 오토바이, 지하철, 배, 심지어 툭툭까지 나온다. 그것도 롱컷으로. 주인공이 탄 것일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카메라는 왜 그들을 오랜 시간 비추는 걸까? 현실에서의 탈피를 말하는 것 같기도 한다. 그리고 그 현실의 탈피는 이승이 아닌 저승으로의 이동이 될 수도 있어 보였다. 죽음을 연상시키는 졸도등이 그런 개연성을 부추켰다.

 

 


영화의 영어 제목으로 씌인 바라나시는 글자에서 이미 상당한 종교적 색채를 띠고 있는 도시라는 느낌이다. 힌두교가 주종인 인도의 지명은 이국에서 온 이방인에게는 배타적이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게 만들고 다음 세상을 기억할 수 있는 공간처럼 보이기도 한다.


영화 대사를 통해 남자는 이런 말을 한다. “남자는 권력을 추구하고 여자는 그런 남자가 가진 돈을 추구한다. 그걸 아는 남자는 끊임없이 권력과 돈을 자기의 것을 만들기 위해 애를 쓴다.”  물론 모든 남자와 여자가 다 그런 건 아니라는 사족을 달지만 방점은 앞에 찍힌다. 이 남자 아내가 있는 남자의 바람은 짜릿한 자극이라고 말한다. 그는 어느 순간부터 아내가 외국인과 만나고 있음과 그런 이유로 인도까지 간 게 아닐까 하는 의심을 한다. 그리고 그 시간이 되자 몹시 불안해 한다.  

 

 


이 영화는 불륜의 늪에 빠진 부부가 제 3자의 간섭없이도 오랫동안 유지될 수 있을가 하는 궁금증과 불륜이란 과정에서 발생하는 사랑의 감정이 실상은 지극한 얇은 막이라는 말을 하고 있다. 살짝만 자극을 가해도 찢어질 것 같은. 이용당하는 사랑이란 게 얼마나 무기력한 것인지, 남자와 여자 사이에 무엇보다 균형감각이 필요한 게 사랑이라는 점이 이들에겐 얼마나 허구적인 미사여구였는지를 말해주는 영화 불륜의 시대다.

 

 

 

 

 


불륜의 시대 (2013)

From Seoul to Varanasi 
9.1
감독
전규환
출연
윤동환, 최원정, 놀래그 월쉬, 신예안, 오성태
정보
드라마 | 한국 | 98 분 | 2013-02-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