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울충만 리뷰/[영화평Ⅰ]요즘 영화리뷰

영화 실버라이닝 플레이북 - 약이 아닌 이해와 느낌이 필요한 사람들

효준선생 2013. 2. 15. 07:30

 

 

 

 

 

   한 줄 소감 : 남자의 사랑고백이 전해지자 다들 짜릿했다고 한다

 

 

 

 

 

 

화 시작부터 끝까지 전처인 “니키”의 이름만 읊조리던 남자 팻. 정신병원에 들어간 이유가 나오지만 그마저도 믿을 수가 없다. 아무리 봐도 일방적인 정황설명 같아 보이기 때문이다. 호전되었다는 설명과 함께 일단 집으로 돌아오지만 그가 보이는 행동은 정신병리학에서 말하는 망상과 조울증이 맞다.

 

 


영화 실버라이닝 플레이북은 거의 모든 러닝타임 동안 심리학 개론을 듣는 것 같았다. 주인공 팻의 경우말고도 여러 가지 실례가 등장했다. 팻의 아버지는 도박 중독과 일종의 편집증세를 보이고 팻의 동네 친구도 아내에게서 받은 스트레스를 물건을 부수는 행동으로 풀고 산다. 정신병원에서 만난 흑인 친구는 도대체 어떻게 출몰하는 건지 수시로 그를 찾아온다. 팻의 갈피를 잡기 어려운 행동은 그가 어렸을때 아버지로부터의 소외와 무관심에서 비롯되었다는 설명이 있지만 번듯한 학교 교사였던 그의 전력에 비추어 볼때 니키는 어쩌면 실존하지 않거나 혹은 다른 이유에서 팻과 멀어진 게 아닌가 싶기도 했다.

 

 


이런 팻에게 한 줄기 희망의 빛이 등장한 건 동네 친구의 처제 티파니였다. 그녀 역시 정상적인 시각에서 보면 드문 인생을 사는 케이스다. 자기 말로는 남편이 죽고 회사의 남자들과 불건전한 관계를 맺고 산다고 하는데, 중요한 건 팻을 보는 눈빛이다. 그녀에게 팻은 하룻밤 상대일까 아니면 심리적 구렁텅이에서 헤어 나오지 못한 한 남자의 구원의 빛일까.


이 영화는 흔히 말하는 로맨틱 코미디가 아니다. 다소 심각한 수준의 망상과 조울증 환자의 경거망동한 행동이 연이어 등장하고 그의 가정을 중심으로 하루도 조용할 날이 없는 정황을 비춘다. 그런 그에게 홀연 등장한 한 여인의 접근은 다른 영화에서처럼 우울에서 일거에 환희로 전환하는 치료제가 아니었다. 그보다는 “함께 추는 춤”이라는 목표를 앞에 두고 그 목표를 수행하는 과정을 들여다보며 뭔가가 더 있겠지 싶은 일종의 관음증을 만족시키는 장면들이 서서히 드러나게 하는 멜로 드라마였다.

 

 


첫 만남에서의 삐그덕거림, 스토커 같았던 조깅장면, 첫 데이트 치고는 어이없었던 메뉴선택, 그리고 강요에 가까웠던 댄스 경연대회의 참가등의 과정을 통해 팻과 티파니의 입장 차이는 달라진 게 없어 보였다. 그러나 사랑은 말하지 않는 의중에서 더욱 빛을 발한다는 게 이 영화의 포인트였다.


“나는 너를 좋아한다. 그러니 너도 날 좀 좋아해주면 안되냐”고 강요하는 입장이 여자였다면 그 마음을 짐짓 무시하는 듯 오로지 “니키”만을 외치고 다녔던 남자의 모습을 대비해 본다면 사랑의 무게는 확실히 팻에게 쏠린다. 물론 두 사람 중 어느 쪽이 더 “진심의 사랑”이냐고 물을 필요는 없다. 수 천년동안 DNA에 각인되어 유전되어왔던 남녀 간 방식의 차이일 뿐이다. “니키”를 지우는 순간이 새로운 사랑과 삶의 터닝 포인트가 될 것이라는 건 자명하다. 과거 팻을 그토록 힘들게 했던 것이 무엇이든 간에 결국 사람은 자신이 사랑하는, 자신을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해야 행복한게 아니냐고 영화 실버라이닝 플레이북은 반문하고 있다.

 

 


검은 구름에 가려져 잘 보이지 않은 은빛을 말하는 이 영화의 제목처럼 겉으로만 보이는 사랑이 아닌 진심이 담긴 사랑을 찾아보라고 발렌타인 데이에 개봉한 모양이다.  티파니 역할로 나온 제니퍼 로렌스는 이 영화 올해 아카데미상 여우 주연상 후보에 올랐다. 어느새 훌쩍 자라 미망인 역할을 한 그녀지만 타이트한 옷으로 감춰진 몸매만 봐서는 한창때임이 한 눈에 보인다. 올해 겨우 23살이라니.  

 

 

  장르  멜로 드라마+로맨틱 코미디

  수입  누리 픽쳐스

  배급  나이너스 엔터테인먼트

  홍보 오앤컴퍼니/ 누리픽쳐스

 

 


실버라이닝 플레이북 (2013)

Silver Linings Playbook 
9.1
감독
데이비드 O. 러셀
출연
제니퍼 로렌스, 브래들리 쿠퍼, 로버트 드 니로, 크리스 터커, 줄리아 스타일스
정보
로맨스/멜로, 코미디, 드라마 | 미국 | 122 분 | 2013-02-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