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울충만 리뷰/[영화평Ⅰ]요즘 영화리뷰

영화 몬스터 주식회사 3D - 얘들아, 무서움은 아무 것도 아니란다

효준선생 2013. 2. 13. 07:30

 

 

 

 

 

   한 줄 소감 : 10년도 더 된 영화지만 메시지가 결코 작지 않다.

 

 

 

 

개봉한지 10년이 넘은 영화 몬스터 주식회사가 입체효과의 옷을 입고 다시 극장에 걸렸다. 그때 보지 못했고 영화가 상당히 괜찮다는 말에 보고 왔다. 안경위에 안경 하나를 더 써야 한다는 게 불편한 일이지만 결론부터 말하자면 보길 잘했다는 생각이다. 입체효과 같은 걸 말하는 게 아니라 영화가 말하고자 하는 심리의 틀이 지금 봐도 상당히 개연성이 있기 때문이다.

 

 

 

이 영화는 설리라는 덩치큰 털 복숭이 괴물과 부라는 꼬마 여자아이 사이의 교감이 우선 보이지만 그것을 유지하는 건 모르는 것에 대한 두려움과 누군가로부터의 보호에서 자각되는 안온감 같은 것이다. 아이들은 구강기 즈음을 지나면서 엄마에게서 조금씩 거리를 두기 시작한다. 대충 유치원에 다닐 무렵이다. 또래 아이들과 지내며 사회성도 익히고 세상엔 자기 집이 아닌 또 다른 세상이 존재한다는 것에 대해 일종의 두려움을 갖게 된다. 그것은 머리털 나고 접해보지 않은 것에 대한 두려움이다. 만약 그것도 알게 된 이후엔 두려움이 제거될 가능성이 크다. 영화 몬스터 주식회사는 바로 이 시점, 아이들이 괴물이라는 존재, 단 한번도 맞닥뜨리지 못한 존재에 대해 시각적으로 접한 이후 보이는 즉각적인 신체적 반응, 즉 비명을 미래의 에너지 원으로 삼는다는 설정이다.

 

 


몬스터 주식회사가 필요로 하는 아이들의 비명이 전기를 발전시키는 에너지 원이 된다는 사실은 아이디어의 승리다. 기존의 석유, 석탄, 가스 같은 것이 아닌 어린 아이들의 비명소리가 에너지 원이 된다는 사실은 두 가지 측면에서 의미가 있다. 하나는 인간이 괴물을 보면서 두려움을 갖게 된다는 사실은 반대로 괴물도 인간을 보면서 두려워하는 것과 마찬가지지만 인간은 결코 괴물의 두려움이나 비명을 에너지 원으로 만들지 못한다. 둘째 그렇게 만들어진 에너지원은 괴물들의 주거환경에 필요한 전기를 만들어내는 데 사용되는 필수불가결한 것이지만 요즘 아이들은 갈수록 무서운 걸 모른다는 전제에서 에너지를 절약해야 한다, 혹은 대체 에너지를 만들어 내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된다는 점이다.

 

 


이 영화의 또 하나의 키워드는 문이다. 괴물들이 전세계 어린이들을 놀래키러 가는 작업은 바로 이 문에서 시작된다. 문은 괴물들이 일하는 몬스터 주식회사 공장의 한 켠이지만 문을 열면 그곳은 아이들이 자고 있는 방이 된다. 즉, 아이들은 방안의 옷장이나 다락문, 혹은 창문이 될 수 있다. 만약 방에 문이 없다면 아이들은 안심할까 한국식 가옥의 특성상 옷장이 없는 집의 경우, 이 영화의 설정은 딱히 와닿지 않을 수도 있다.

 

 


두려움의 반대는 안온감이다. 영화에서 털 복숭이 파란 괴물 설리는 아이들을 놀래키는 재주로 신기록을 작성중이다. 하지만 어린 여자아이 부를 만나고 아이를 지켜주는 과정을 통해 인간과 괴물의 접점을 넓혀간다. 말을 아직 잘 못하는 부가 다른 아이들에겐 공포의 대상이었던 설리에게 호감을 갖게 된 계기, 그리고 후반부에 무서운 존재일지 모른다며 피해다니는 장면들을 통해 자신을 해치지 않을 것이라는 믿음이 생기고 나서의 반응이 흥미롭다. 부는 설리에게 부모에게서 느끼지 못하는 정을 갖게 된게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영화를 보면 알겠지만 아직은 어려 보이는 아이들이 부모와 같이 잠들지 못하고 따로 방을 쓰고 있는 지, 매일 밤 가위에라도 눌린 듯 비명을 지르는 데도 독립심을 키워준다는 이유로 심리적인 방치를 하는 것인지, 그게 서구인들의 사고인지는 모르지만 그 때문에 부는 자신의 든든한 방패막이 되어 준 설리에게서 떨어지지 못하는 것으로 보였다.

 

 


부족한 에너지 원에 대한 이야기, 아이들에겐 자신을 지켜주는 든든한 보호자가 필요다는 것, 그리고 기왕이면 아이들의 비명보다 웃음이 더 소중한 것임을 알려준다는 것. 동료의 치적을 시샘하고 부하직원을 못살게 구는 회사원들의 일상등. 이 영화는 단순히 애들이 보는 만화영화로만 돌려놓을 수 없는 여러 가지 화두를 심어 놓았다. 당시로서는 획기적이라 할 수 있는 미세한 털 묘사와 입체효과가 두드러진 눈 속에서의 활강장면, 공중에서 빠르게 이동하는 문을 오고가며 보여준 아슬아슬한 장면들을 극장에서 봐야 하는 이유로 꼽고 싶다. 엔딩 크리딧을 지루하지 않게 만든 보너스 컷과 본편 영화 시작 전의 초단편 애니메이션 <새가 되어 버린 새>도 감상 포인트.     (양진석의 씨네필 소울)

 

 

  장르  어드벤처 애니메이션

  제작 픽사

  제공배급 소니픽쳐스릴리징월트디즈니스튜디오스코리아

  홍보 흥미진진

 

 

 


몬스터 주식회사 3D (2013)

Monsters, Inc. 3D 
8.8
감독
피트 닥터, 데이비드 실버맨, 리 언크리치
출연
존 굿맨, 빌리 크리스탈, 메리 깁스, 스티브 부세미, 제임스 코번
정보
판타지, 애니메이션 | 미국 | 96 분 | 2013-02-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