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울충만 리뷰/[영화평Ⅰ]요즘 영화리뷰

영화 아기기린 자라파 - 옛날 옛적에 할머니 무릎을 베고 듣던 이야기처럼

효준선생 2013. 2. 11. 07:30

 

 

 

 

 

  한 줄 소감 : 노예로 팔려가는 소년과 가진 자들의 눈요기로 끌려가는 기린이 다를 바 없어 보였다.

 

 

 

 

 

전 아이들은 특히 할머니들의 무릎을 베고 누워 할머니가 들려주는 “옛날 옛적 호랑이 담배먹던 시절...”로 시작하는 이야기를 들으며 잠이 들곤 했다. 아이들은 할머니의 목소리가 잦아드는 것도 모른 채 꿈나라가 가 자기가 만들고 싶은 이야기로 하루를 접었다. 그게 자양분이 되어 자신만의 스토리텔링이 되고 나중에 장래 희망으로 연결되기도 했다. 물론 무의식 속의 일들이다.

 

 


더 이상 할머니의 옛 이야기를 들을 수 없는 아이들은 혼자 책을 보거나 인터넷 속에서 단편적인 글귀만으로 세상의 이야기를 접하는 탓에 지식이나 상식은 풍부하지만 스스로가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감수성이나 페이스 투 페이스에서 전해지는 인간적인 정감은 부족한 편이다.


영화 아기기린 자라파는 아프리카 부족 아이들이 마을 村老에게 옛 이야기를 듣는 형식으로 진행되었다. 즉, 할아버지의 이야기는 19세기 말 경 이야기지만 그걸 듣는 아이들의 눈빛과 가슴 속에선 마치 어제 일처럼 선명하게 각인이 될 터이니, 학교 수업보다 훨씬 좋은 역사 수업인 셈이다.

 

 


영화 제목인 자라파는 아기 기린의 이름이다. 아프리카의 다수 국가가 프랑스 식민지였던 시절 노예를 팔려가는 어린 남자아이 마키와 여자아이 술라의 이야기가 근간인데 먼저 탈출에 성공한 마키가 사막에서 생명의 은인이자 인생의 멘토를 만나 좀더 강인하고 좀더 영민하게 세상과 맞부딪쳐 살아가는 법을 배운다는 내용이다.


이 영화에선 프랑스와 프랑스인이 상당히 부정적인 이미지로 나온다. 아프리카 식민지의 피지배자로 산다는 건 녹록치 않은 일이다. 그들은 흑인들, 설사 어린 아이들임에도 마치 동물 사냥을 하는 것처럼 굴고, 총을 겨누기까지 한다. 그들은 본국으로 팔려가 노동력을 제공하는 누군가의 소유물이라는 시각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반대로 사막을 횡단하는 캐러반은 소년에겐 목숨을 구해진 은인이자 스승인 셈이다. 아랍인으로 보이는 그에게선 소년에겐 부모의 역할을 기대했고 나중에 초총상을 입는 순간에도 극단의 결과를 보이지는 않을 것 같은 믿음이 갔다. 사람은 하기 나름이지만 이렇게 자신을 사이에 놓고 누군가는 자신을 노예로, 누군가는 자신을 보호해야 할 대상으로 여긴다면 어느 쪽으로 끌리지는 자명한 일이다.

 

 


어린 기린 자라파 역시 운명은 소년과 다름 없다. 아프리카 초원에서 풀을 뜯고 오아시스에서 물을 먹으며 유유자적 하던 어린 기린이 졸지에 엄마를 잃고 머나먼 여정을 끝내고 도심의 동물원에 갇혀 지낼 때의 심정은 미물이라 말은 못하지만 사람과 별로 다르지 않을 것이다. 동물들을 한 공간에 몰아넣고 구경을 하기 위해 만든 동물원의 시작점이 보이는데, 잘 차려입은 프랑스 귀족과 부자집 자제들이 머나먼 이국땅에서 들여온 진귀한 동물을 구경하는 모습이 마치 사람들이 동물을 구경하는 건지, 동물이 사람들을 구경하는 건지 알 기 어려웠다. 하마가 사람들을 향해 시원하게 배설하는 장면도 그런 연유로 넣어 놓은 것 같다.

 

 

 

체효과가 난무하고 줄거리보다 자극적인 시각효과에 치중하는 요즘 애니메이션과 달리 이 영화는 마치 동화책 한 장면을 들여다 보는 것 처럼 평면적이다. 그래서인지 감수성이 예민한 어린 친구들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그만큼 영화를 보면서 생각할 시간을 준다는 의미다. 자유란 얼마나 소중한 것이며, 동물과의 유대감, 그리고 힘없고 가난하다고 해서 무력으로 대하는 것에 대한 생각이 드는 교육적 애니메이션 한편이다.

 

77분 동안의 할아버지의 이야기는 끝이 났다. 이야기를 듣던 아이들도 제 집으로 돌아갔다. 텅빈 자리엔 할아버지가 이해를 돕기 위해 만든 나무인형만 남아 있다. 소년과 자라파는 어떻게 되었을까? 짧은 이야기지만 이야기를 듣던 소년들 중엔 나중에 커서 삶의 지표로 삼을 이야기 하나쯤은 건지지 않을까? 그러고 보니 문득 재미난 이야기를 듣고 싶어졌다. 하지만 들려줄 할머니가 안계시네...  (양진석의 씨네필 소울)

 

 

 

 

  장르 어드벤처 애니메이션

  수입 제공 유니코리아

  배급 롯데시네마

  홍보 지앤이

 

 

 

 

 

 

 

 

 

 


아기기린 자라파 (2013)

Zarafa 
9.7
감독
레미 베잔송, 장-크리스토프 리
출연
맥스 르노딘, 시몬 압카리안, 프랑소아 제르비에 드메종, 버논 도브체프, 로저 뒤마스
정보
애니메이션 | 프랑스 | 77 분 | 2013-02-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