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울충만 리뷰/[영화평Ⅰ]요즘 영화리뷰

영화 굿바이 홈런 - 승리보다 더 소중했던 젊은 날의 추억들

효준선생 2013. 2. 12. 07:30

 

 

 

 

 

  한 줄 소감 : 이길 수도 질 수도 있지만 그보다 더 소중한 건 지금 기억할 수 있는 그 때, 그 친구들 

 

 

 

 

 

앞에서 야구게임을 직접 본 건 1980년 어느 여름날로 기억한다. 무엇 때문에 어린 아이가 동대문야구장까지 가게 된 것인지 기억이 나지 않지만 혼자 찾아간 그곳에서 지금은 야구팀이 없는 대구 성광고와 서울고간의 봉황기 게임을 보았다. 야구장 외야석 뒤에서 팔았던 정말 허접하기 이를 데 없는 햄버거 하나를 우걱우걱 씹으며 선수들이 뛰고 달리는 모습을 보았던 그날의 기억은 2년 뒤 한국에도 생긴 프로야구의 골수팬으로 탄생하는데 도움을 주었다.


야구를 좋아하는데 그 만한 이유가 있다. 지금도 한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스포츠 종목으로 야구를 꼽을 수 있지만 원년 프로야구가 태동하고 나만큼이나 야구를 좋아했던 반 친구 녀석과 프로야구 선수들의 이름대기같은 유치한 게임을 하며 사춘기의 방황을 대신했다. 오죽하면 담임선생이 야구 좀 그만보고 공부 좀 하라고 했을까? 지금도 만약 다른 직업을 하나 선택해야 한다고 한다면 야구와 관련된 일을 하겠다고 했을 것이다.


야구는 10명의 필드 플레이어가 있지만 코칭스태프와 출격을 준비하는 후보 선수들, 그리고 프런트의 힘이 유기적으로 합쳐질 때 시너지 효과가 난다. 그리고 4번 타자처럼 한 방이 있는 선수도 필요하지만 1,2번처럼 걸음 빠르고 작전 수행능력이 좋은 선수도 필요하다. 하위타순의 선수도 선발 출장하면 최소한 한 게임에서 3,4 타석의 기회가 주어지며 그 순간만큼은 모든 눈이 그 선수를 주목하는 게 좋다. 단 한 타자만 상대하는 원 포인트 릴리프 투수도 인정을 받아 마땅한 게 바로 야구다.

 

 

 


프로야구가 생기기전 한국엔 고교야구가 그 인기를 독점했던 때가 있었다. 82년 프로야구가 시작하자마자 인기를 끌 수 있었던 건 고교야구를 비롯해 아마야구가 많은 사랑을 받고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그러나 요즘은 어떤가 화려한 프로야구에 밀려 고교야구는 상대적으로 그림자에 가려져 있다. 소수의 초고교급 선수만이 어느 프로팀에 지명될까 정도만 관심사지, 그 뒤에 가려진 수많은 선수들에겐 그 흔한 박수소리 한번 제대로 보내주지 못한다.


강원도 야구는 이른바 불모지에 뿌려놓은 씨앗에 비유한다. 척박한 인적 자원과 제대로 된 프랜차이즈 프로구단이 없는 현실, 고향팀이라는 인식보다 졸업하면 아무 팀에라도 좋으니 입단만이라도 되었으면 하는 바람. 강원도 고교야구팀에 부는 찬바람은 그야말로 시베리아 냉풍이다.

 

 

 

영화 굿바이 홈런은 잘 못나가는 지방 고교야구팀을 배경으로 감독과 코치, 그리고 선수들을 밀착취재한 다큐멘터리 영화다. 야구를 좋아하는 탓에 강원도 원주고 야구팀도 익히 알고 있었고 지금은 은퇴했지만 안경현, 안병원이라는 걸출한 프로선수들의 모교임도 알고 있었다. 그런데 영화를 통해서 본 2009년 그들의 현실은 성적만 놓고 보면 정말 별 볼일 없었다.


대회에 나가는 족족 1차전 탈락, 그것도 대부분은 콜드게임 패, 그런데 재미있는 건 연전연패를 하는 고교 야구팀이라면 추정할 수 있는 패배주의나 혹은 폭력이 난무하는 분위기는 거의 찾아 볼 수 없었다. 저러니까 이기지 못하는 건 아닐까 싶을 정도로 풀어진 상태였는데, 그게 다가 아니었다.


늘 지는 게임에 익숙해있던 아이들에게 이기기 위한 동기부여가 약했던 걸로 보였다. 정극 영화로 치면 주연배우에 해당하는 3학년 유격수 지민은 주장으로서 아이들을 이끄는데 고민이 많았고 3학년 학생들의 경우 대학진학과 프로진출의 기로에서 행복한 선택의 고민이 아닌 야구를 그만두어야 할지도 모른다는 의기소침이 야구게임에서 이겨야 한다는 사명보다 컸던 게 아닌가 싶었다.


일반 학생들과 함께 수업을 듣는 장면에서 아이들은 마치 꾸어다 놓은 보릿자루같았고, 간단한 영어간판조차 읽지 못한다는 고백은 다소 서글퍼보였다. 하지만 그런 아이들에게 상대를 이길 수 있는 동기가 주어진 건 서로가 서로에게 준 희망의 메시지였다. “그래 우리도 한 번 이기는 게임을 해보자. 남들이 자신들의 야구를 말도 안 되는 야구라고 비웃는 걸 깨보자”. 이런 다짐들이 그들을 강하게 만든 것이었다.

 


 

야구는 그 어떤 게임보다 멘탈이 강조된다. 9회말 투아웃까지 뒤지고 있던 팀이 역전을 할 수 있는 것도 바로 야구만의 묘미다. 물론 지는 팀은 약 오르겠지만 이기는 팀과 그들을 응원하는 사람들에겐 최고의 흥분이자 즐거움이다.


비록 원주고 야구팀이 설사 응원하는 팀이 아니라고 해도 그들이 기적의 게임을 만들어 가는 과정에서 상당한 박진감을 느낄 수 있었다. 창단 이후 최초의 4강진출, 그리고 시즌이 끝나고 난 뒤의 개개인인의 오늘 모습이 나온다. 그들은 엄청나게 성공한 것도 아니고 세상이 그들을 깊이 기억해줄 일도 없을 것이다. 하지만 선수 하나가 그랬듯이 이길 수도 질 수도 있고 그런게 인생사 아니겠냐고 하는 것처럼 아이들은 야구를 통해 살아가는 방식을 배운 것이다.

 

 


야구를 좋아하는 마지막 이유는 바로 야구는 인생을 가장 닮은 스포츠이기때문이다. 비록 어제는 대패를 했지만 오늘은 죽기 살기로 덤벼 믿을 수 없는 역전 승리를 할 수도 있는 야구. 승리의 기쁨도 패배의 쓰라림도 그 특정한 누구의 몫이라고 정해지지 않는 종목. 그래서 야구가 좋다. 영화의 주인공인 원주고를 비롯해 한국 고교야구의 부흥기를 기대해 본다. (양진석의 씨네필 소울)

 

 

  장르 야구 다큐멘터리

  제작 소울 다큐

  배급 홍보 시네마 달

  온라인 홍보 스몰빌

 

 

 


굿바이 홈런 (2013)

Goodbye Homerun 
10
감독
이정호
출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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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
다큐멘터리 | 한국 | 84 분 | 2013-02-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