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울충만 리뷰/[영화평Ⅰ]요즘 영화리뷰

영화 파라노만 - 이제 더 이상 구천을 떠돌고 싶진 않네요

효준선생 2013. 2. 9. 07:30

 

 

 

 

 

  한 줄 소감 : 죽은 자와 통한다는 게 생각보다 무서워 보입니다.

 

 

 

람이 죽으면 저승으로 가야함에도 이승에 미련이 남아 구천을 떠돌며 산 사람들을 괴롭힌다는 이야기는 말 안듣는 아이들에게 어른들이 경각심을 불러 일으킬 때 자주 써먹던 레파토리다. 하지만 어떤 이야기들은 제법 그럴 듯 해서 말도 안되는 이야기인 줄 잘 알면서도 오싹한 기분이 들기도 한다.

 

 


애니메이션 파라노만은 그런 류의 만화영화였다. 10살쯤 되어 보이는 노만은 죽은 혼령을 볼 수 있고 의사소통이 가능한 능력을 가지고 있다. 그런데 왜 그런 초능력을 가진 아이가 다른 아이들로부터 따돌림을 받아야 하는지는 모르겠다. 동양권에선 신이 내렸다는 표현을 쓰지만 노만에게선 그런 의미는 아닌 듯 한데, 역시 뚱뚱하다는 이유로 놀림을 받는 닐이라는 친구와 함께 300년 전 억울하게 죽어야 했던 한 소녀를 만나면서 제 역할을 찾는다.

 


 

80년대 후반 영환도사니 강시니하며 그로테스크하기 짝이 없는 홍콩 영화가 득세를 한 시절이 있었다. 지금의 눈으로 보면 허접한 분장쇼에 가까운 우스꽝스러운 호러 코미디였지만 당시엔 사람이 죽었다가도 다시 살아날 수 있는, 뭐 그런게 있나 해서 다소 무섭긴 했어도 집중해서 본 기억이 났다. 그런데 영화 파라노만을 보면서도 영환도사가 생각이 났다. 무덤 속에서 되살아난 좀비 무리와 대적하는데 두려움이 없는 소년의 용감함은 결코 다른 아이들로부터 왕따를 받을 이유가 없었고 도리어 노만을 무시하고 괴롭한 녀석이 무서워 덜덜 떠는 모습이 의미가 있었다.


그런데 이 영화는 노만이 주인공이 아닌 듯 했다. 고의도 아닌 실수로 인한 죄목으로 무려 사형이라는 끔찍한 형벌을 받아야 했던 한 소녀의 억울함이 이 영화의 주요한 소재였다. 당시 유행어로는 마녀 사냥쯤으로 다뤄볼 수 있을 텐데, 사실 오늘날 학교내 왕따 문제와 별로 달라 보이지 않는다. 다수가 한 사람에게 가해지는 압박이라는 건 두려움을 벗어난 수치다. 그걸 견디지 못하면 자신도 감당할 수 없는 짓을 저지르곤 하는데, 그게 후세 사람들 눈엔 저주가 내린다고 본 모양이다.

 

 


구천을 떠돌던 귀신들은 원한을 풀린다고 해서 다시 이승으로 와 사람이 될 수는 없겠지만 그래도 마음 편하게 저승으로 갈 수 있고, 그게 남겨진 사람들에겐 마음의 안위를 선물한다고 믿었던 옛 사람들의 말이니, 혹여 자신의 잘못으로 말미암아 누군가 속앓이라도 하지 않을까 두루 살피며 살아야하겠다. 좀비 중의 하나가 바로 법을 집행하던 인물이었는데, 요즘 사법기관에서 법조인으로 사는 사람들에게 타산지석이 되었으면 한다.

 

 


여러 애니메이션 제작 기법 중에서도 가장 어렵다는 스톱모션으로 만든 영화 파라노만은 특히 액체 류나 바른 속도감을 표현하기가 어려웠을텐데 이 영화에선 인상적인 장면들이 많다. 영화가 다소 어둡고, 죽은 자들의 영혼들이 오고가는 장면이 많아 만화영화지만 유아기 아동들 보다는 12세이상 청소년과 성인들에게 권한다. 작년 개봉한 프랑켄 위니를 좋아하는 영화팬들에겐 강추.  

 

 

   장르 심령 애니메이션

   수입 배급 UPI코리아

   홍보  오앤컴퍼니코리아

  

 

 

 


파라노만 (2013)

Paranorman 
7
감독
샘 펠, 크리스 버틀러
출연
코디 스미스 맥피, 터커 알브리지, 안나 켄드릭, 케이시 애플렉, 크리스토퍼 민츠-플래지
정보
애니메이션, 판타지, 어드벤처 | 미국 | 93 분 | 2013-02-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