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울충만 리뷰/[영화평Ⅰ]요즘 영화리뷰

영화 남자사용설명서 - 사랑하고 싶다면 이들처럼

효준선생 2013. 2. 6. 07:30

 

 

 

 

 

 

  한 줄 소감 : 이 정도 밀당할 수 있는 사이라면 없던 사랑도 고고씽 

 

 

 

 

 

국영화에서 단 한 번도 보지 못한 스타일의 영화였다. 영화와 만화와 광고의 경계를 허무는 작업을 하고 있나 싶은 생각마저 들게 했다. 배우들의 얼굴을 제외한 여백을 감독은 마치 자신의 이야기를 심어놓기라도 하려는 듯 맹렬하게 채워나갔다. 그것이 영화 남자사용설명서의 진행방식이었다.

 

 


남자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본 적 없어 보이는 여자가 있다. 그렇다고 남자 경험이 전혀 없는 쑥맥도 아닌 듯 했다. 그저 일에 치여 하루를 일주일처럼 사는 일상이 있을 뿐이다. 남자들의 세상에서 일을 하면서도 여자로 대접받지 못하는 그녀, 최보나. 속된 말로 광고쟁이다. 지금이야 거드름피우는 광고감독의 AD지만 언젠가 유능한 감독 소리 듣고 싶다는 일념은 분명 있다. 그런데 왜 사람들은 자신의 존재에 대해 무시하는 발언만 늘어놓을까 일 핑계로 며칠 동안이나 감지 못해 떡진 머리에 후즐근한 후드티가 패션의 전부인 그녀에게 이성으로서 매력을 못 느끼는 건 그녀를 제외한 모든 사람들이다.

 

무명 배우 생활을 어찌 견디고 막장 드라마로 확 떠버린 스타 이승재. 소포모어 콤플렉스에라도 걸린 듯 요즘 몇 편의 영화를 말아먹고 속상한 상태다. 그럭저럭 광고 찍어 먹고는 살지만 불안불안하다. 오늘도 광고 찍으러 간다고 하지만 뭐냐 콘티도 안나온 이 거지같은 시츄에이션은.

 

 


영화 남자사용설명서는 인기없는 여자 AD와 허세덩어리 벼락스타가 만나 티격태격하면서도 사랑을 키워나간다는 전형적인 로맨틱 코미디다. 그런데 이 영화는 두 주인공의 사랑이 눈사람 굴리듯 점점 커져가는 걸 보는 재미보다 사랑에 익숙하지 못한 두 남녀의 심리 변화와 그들을 사랑하게 만드는 러브 테라피스트의 활약에서 더욱 빛이 난다. 최보나의 꿈에서 본 비디오 파는 아저씨가 알고 보니 사랑의 메신저였고 그가 판 비디오 테이프 속의 내용대로 실천에 옮겨보니 예상외로 사랑의 진도가 나가더라는 것이다. 그런데 그 비디오 테이프의 내용이 기상천외하다. 단순히 문장의 나열이 아닌 두 러시아 배우들이 조연으로 등장해 닥터 스왈스키와 함께 몸으로 역설하고 있다. 그들이 떠벌이는 내용이야 연애 경험이 몇 번만 있는 사람이라면 어디서 들어본 가락이겠지만 실제에 적용하고 그 결과를 들여다보는 경험은 거의 하지 못했을 것이다.


최보나와 이승재 커플이 엮어내는 좌충우돌 사랑 방정식은 진정성은 없어 보인다. 하지만 세상의 사랑이 매번 진중해야 하고 어떤 공식에 맞춰 진행된다면 누가 사랑에 목을 매겠는가. 아마 재미없는 수학문제라고 치부할 것이다. 늘 예외가 있고 헤어짐의 위기가 있고 재결합의 안도가 있기에 안절부절하면서도 사랑의 세레나데를 쉬지 않고 부르는 것이다.

 

 

 

사랑을 누가 가르쳐준다고 그대로 할 리도 없고 딱 들어맞는 것도 아니지만 최보나처럼 열심히 따라간다면 그래도 원하는 사랑의 절반 정도는 얻을 수 있겠구나 싶다. 물론 그 나머지 절반은 결국 노력과 진심이라고 이 영화는 말하고 있다. 사랑이야기지만 오롯이 이 두 사람의 러브스토리에 집중한 것은 옳은 선택으로 보였다. 그렇지 않아도 로맨틱 코미디치고는 부담스런 러닝타임에 조연들의 러브라인까지 들어가는 愚는 범하지 않았다.


이 영화는 무엇보다 스타일이 눈길을 끈다. 소위 레트로(복고) 이미지를 적극적으로 활용한다. 어디서 그런 소품들을 구해왔는지, 뒷 배경으로 보이는 각종 장신구와 소품들은 독특한 스타일을 구현하는 데 일조한다. 뿐만 아니라 지금은 구닥다리 물건이 된 VHS방식의 비디오 테이프는 이 영화의 조연 그 이상의 역할을 하며 수시로 바뀌는 배우들의 패션과 헤어스타일도 눈요기로 부족함이 없다.

 

 


상당분량의 에피소드들과 적지 않은 인물들의 등장이 오로지 두 남녀 주인공을 중심으로 나선형을 그리며 결말로 치닫고 그 과정에서 보이는 기발한 장면들이 웃음을 유발하는 데 인색하지 않으며 시각적으로 이런 장르의 영화를 다시 보기 힘들지 않을까 할 만큼 독특했다는 점에서 한 표 던진다. 그래도 욕심을 부린다면 다음 편은 여자사용설명서라는 타이틀로.  (양진석의 씨네필 소울)      

 

 

  

  장르 시츄에이션 로맨틱 코미디 

  제작 영화사 소풍

  제공 데이지엔터테인먼트 / 이수창투

  배급 쇼박스 미디어 플렉스

  홍보 마케팅  언니네 홍보사 / 오앤컴퍼니코리아

 

 

 

What is the most impressive cut I have seen

 

엘리베이터 안에서 다짜고짜 키스를 하려는 오정세에게 날카로운 잽, 훅, 원투 스트레이트를 날리던 이시영...역시 현역 복서답다

맞는 장면인데 엄청 웃었다. 코미디를 보면서도 점점 가학적으로 되어가는 내 감정들...

 

 

 

 


남자사용설명서 (2013)

8.2
감독
이원석
출연
이시영, 오정세, 박영규, 김정태, 이원종
정보
코미디 | 한국 | 116 분 | 2013-02-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