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울충만 리뷰/[영화평Ⅰ]요즘 영화리뷰

영화 비스트 - 소녀를 키우는 자양분은 용기와 희망이다

효준선생 2013. 2. 4. 07:20

 

 

 

 

 

  한 줄 소감 : 애어른이라는 말은 바로 이 소녀에게 잘 어울린다.

 

 

 

 

 

인 소녀 허쉬파피가 사는 욕조섬에 대해 이야기해보려고 한다. 소녀가 살고 있는 그곳은 세상의 끝, 그 바깥에 있다고 해서 사람이 살 수 없다고 했다. 엄연히 사람이 살고 있는데 사람이 살 수 없는 바깥이라는 건 무슨 의미일까? 욕조섬은 남극의 빙하가 녹아 수면이 높아지면 도심으로 물이 들어올 것을 걱정해 쌓아놓은 제방 바깥에 버려진 공간이다. 다시 말해 욕조섬 사람들은 버려져도 된다는 가정하에 목숨 걸고 살고 있는 셈이다. 왜 그들은 그런 삶을 사는지 궁금하다면 영화 비스트를 보자.

 

 


섬이라도 부르기도 민망하다. 각종 쓰레기가 지천이고 사람과 가축들이 함께 산다. 맨땅이라고 없어 장화를 신고 다녀도 발목까지 차오르는 썩은 물 때문에 피부질환을 달고 산다. 그래서 인지 허쉬파피의 아버지는 원인모를 질병에 각혈을 한다. 그런 아빠와 딸은 이곳을 떠나지 못한다. 가진 게 없어서다. 같이 사는 이웃이라고 별게 없다. 그래도 그들은 결코 절망 속에서만 살지 않는다. 그저 조금 더 늦게 남극의 빙하가 녹기만을 기다릴 뿐이다.

 

 

 


영화 비스트는 여러 가지 측면에서 주목받고 있다. 각종 영화제에서의 수상이 이 영화에 대한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는 점 말고도 어린 소녀의 목소리를 통해 21세기 초반을 살고 있는 한 무리의 인생을 가감없이 묘사하고 있기 때문이다. 가진 자들의 눈에는 욕조섬 사람들의 삶에 눈살이 찌푸려지거나 혹은 다른 이유를 들어 자신과는 무관함을 애써 강조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더 이상 없을 거라고 주장하는 거지들은 여전하다. 눈에 안보이게 한쪽으로 치워놓았을 뿐이다. 영화는 말하고 있다. 제방 안쪽 고층빌딩에서 사는 사람들. 박제된 삶이라고, 통조림같은 연명일뿐이라고. 욕조섬 사람들이 강제로 그곳으로 수용되는 장면이 나온다. 그런데 한사코 그곳을 떠나려 발버둥치는 모습은 판타지다. 역설적으로 그곳에선 "사람"이 살 수 없는 곳이라고 한다.

 

 

 


이 영화는 리얼리티의 극점에 있는 것 같지만 상당부분은 판타지로 메우고 있다. 아빠와 딸이 의견충돌이 생기자 오랜 시간 남극 빙하에 갇혀 있는 괴물 "오록스"가 깨어난다. 존재할 수 없는 비주얼의 오록스가 소녀 앞에서 마치 순둥이 강아지처럼 구는 장면도, 어디로 갔는지 알 길 없었던 엄마와 만나는 장면도 소녀가 갈구하는 그리움의 한 장면들이다.


영화의 배경은 태풍이 휩쓸고 간 버려진 땅 미국의 루이지애나를 비추고 있다. 하지만 실제로 남극빙하의 용해과 그곳은 별로 상관이 없다. 그저 가진 자가 사는 제방안쪽과 버려진 자들이 사는 제방 바깥쪽의 인물 군상을 대비해가면서 부자와 빈자가 더불어 사는 것에 대한 씁쓸한 반추일뿐이다. 하지만 이런 모습이 어찌 비단 미국뿐이겠는가.

 

 


극단적인 접근 포커스로 잡아낸 흑인 소녀(쿠벤자네 왈리스)의 연기가 압권이다. 피부색 때문에 표정연기가 보이지 않는다는 건 말도 안된다. 그녀가 감정에 북받쳐 흘리는 눈물은 검을 리 없다. 아버지는 자신의 삶의 마지막을 혼자 남은 어린 소녀의 삶에 자양분으로 남겼다. 그런 장면들이 자주 나왔다. 한 세대가 자신이 남긴 다음 세대를 위해 해줄 수 있는 가장 원초적인 모습이었다. 그리고 허쉬파피가 그렇게 자주 읊조리던 마지막 퍼즐 조각은 용기와 희망이다. 누구는 자기가 사는 아파트의 평수를 자랑스럽게 이야기 하지만 소녀는 나즈막히 우주를 이야기 한다. 이 영화는 당연히 후자를 조명한다. (양진석의 씨네필 소울)

 

 

  장르  감정을 자극하는 다큐 같은 드라마

  수입 배급 마운틴 픽쳐스

  홍보 마운틴 픽쳐스/ 클루시안

 

 

 

 

 

 

 


비스트 (2013)

Beasts of the Southern Wild 
9.5
감독
벤 제틀린
출연
쿠벤자네 왈리스, 드와이트 헨리, 레비 이스털리, 로웰 랜디스, 파멜라 하퍼
정보
판타지, 드라마 | 미국 | 93 분 | 2013-02-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