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울충만 리뷰/[영화평Ⅰ]요즘 영화리뷰

영화 다이하드 굿 데이 투다이 - 시끌벅적했던 부자상봉기

효준선생 2013. 2. 2. 07:30

 

 

 

 

 

  한 줄 소감 : 다이하드1편을 추억하는 중년 아빠와 고딩 아들이 함께 볼 수 있는 영화 한편

 

 

 

 

 

맥클레인 형사는 지쳐보였다. 사격 솜씨는 여전해 보였지만 새까만 후배 형사와 나란히 서있는 모습을 보니 반백에서 이젠 백발에 가깝고 그마저 듬성듬성한 머리숱은 세월도 이 열혈 형사를 비껴가지 못하는 구나 하는 처량함마저 들겠했다. 낼 모레 은퇴를 앞둔 그는 하나 있는 아들 소식도 궁금하고 오랜만에 외국에나 나가 콧바람이라도 쐴까 룰루랄라 한결 가벼운 마음으로 여행길에 오른다. 그의 목적지는 러시아의 모스크바, 딸이 선물한 “멍충이를 위한 여행가이드”에서 얻어 들은 러시아어로 택시기사와 실없는 농담을 주고받을 정도로 한껏 들떴지만 그의 아들이 길거리에서 벌이는 행각 때문에 울고 싶은 지경이다.

 

 

 

 

 

 

 

영화 다이하드 굿 데이 투 다이는 한국에 소개된 미국의 경찰이 등장하는 영화중에서 가장 인지도가 높은 브랜드라고 할 수 있는 다이하드 시리즈의 그 다섯 번째 이야기다. 주연배우인 브루스 윌리스의 노쇠기미로 인해 더 이상은 그의 활약을 이 영화에서 볼 수 없을지 모른다는 걱정도 있었지만 그는 이 영화를 통해 모든 건 기우(杞憂)라면서 한껏 몸을 날려주신다. 그도 그럴 만 했던 건 바로 그제 영화 문라이즈 킹덤에서 정적인 이미지의 경찰로 등장해서 감성 풍부한 연기를 목도했기 때문이다. 같은 배우의 다른 역할을 연 이틀 감상한다는 건 아무래도 좀 헷갈린다.

 

 


아무튼 다이하드 시리즈물이 그래왔듯이 이번에도 대적할 만한 인물 군이 등장했고 그의 조력자로는 다름 아닌 그의 아들 잭을 골랐다. 존 맥클레인 형사의 나이를 감안하면 대략 스물 중반쯤의 인물이 나오면 적당할 것이고 피는 못 속인다고, 어느 정도 액션에 능숙할 법 하다는 예측은 가능했다. 아니나 다를까 아들을 만나러 간 아버지와 오랜만의 만남은 목숨을 건 카체이싱이 한창 벌어지는 거리 한복판에서였다.

 

러시아의 비밀을 잔뜩 알고 있는 인물을 악당으로부터 빼돌려 신변보호에 나선 아들과 그런 아들이 못마땅한 아버지는 결국 한 덩어리가 되어 상대와 맞선다. 이들 부자의 활약인 영화 속에서 정의라면 반대편 부녀의 활약은 계략이라고 볼 수 있다. 이 두 편이 맞부딪치는 장면이 이번 시리즈의 핵심인데, 그 과정에 반전이 들어있다. 과연 누가 이길까?

 

 


단순하게 승부를 논한다는 게 액션 영화에서 얼마나 의미가 있는지 모르겠지만 최소한 이 영화에서는 가능하다. 진중한 의미부여를 할 만큼의 스토리라인이 두껍게 깔리고 그 위에서 총을 쏴 상대의 목숨을 해치거나 조직을 배신하면서 겪는 갈등, 이런 건 없다. 그저 난사되는 총알을 피해 다니며 응사를 해서 한 녀석이라도 더 쓰러뜨리면 되는 구조라서 그렇다.

 

그만큼 이 영화는 액션에 부여하는 가중치가 상당하다. 헝가리 부다페스트 거리를 쑥대밭으로 만들어 버린 카체이싱 장면, 근래들어 이 정도 물량을 쏟아 부은 걸 본 적이 없을 정도다. 아무리 촬영용 차량이지만 멀쩡한 차량 수 십대가 거기 주차되어 있다는 사실만으로 작살이 나고 심지어 고가도로 한쪽이 붕괴되기 까지 했다. 트레일러 위의 자동차를 깔판 삼아 내달리는 모습에선 경악할 수 밖에 없었다. 근데 만약 저 차의 주인이라면? 이 뿐 만이 아니다. 연회장을 가루로 만들 정도의 총격씬과 헬리콥터 공격씬과 도망씬은 이 영화를 왜 액션 영화의 지존이라고 부르는 지 알 수 있을 것이다.

 

 


울림이 큰 만큼 빈틈도 작지 않은데  화끈한 액션이 지나고 난 뒤 그 빈공간을 치고 들어온 건 결국 아버지와 자식간의 공감이라는 정서적인 측면들이다. 미국인 부자와 러시안 부녀의 대결은 그래서 의미가 있다. 설사 그들이 핵폭탄의 원료를 장난감처럼 갖고 논다 해도 본질은 결국 가족으로서의 “情” 이 우선아니겠나 그런 이야기를 하고 싶었던 것 같다.


존 맥클레인 형사는 이른바 루저급 인물이다. 아내는 어디로 간 건지, 이제 그의 곁엔 아들과 딸 뿐이다. 은퇴할 나이는 다되어 가고, 웃통을 벗어봐야 예전처럼 잔 근육도 얼마 남지 않았다. 그런데도 매번 타의에 의해 수천발의 총알이 쏟아지는 현장에서 “죽음을 불사” 하고 다니니 이게 다 그의 숙명이 아닌가 싶다.

 

 


영화 전체를 놓고 보면 드라마의 내러티브가 다소 부족한 느낌을 러시아의 모스크바를 비롯해 핵발전소 사고로 유명한 체르노빌과 헝가리 부다페스트등을 돌며 찍어낸 화려한 액션과 브루스 윌리스의 인생에 초연한 듯한 연륜과 여전히 식지 않은 입담으로 보충했고, 새로운 얼굴인 제이 코트니의 가세로 어쩌면 생각보다 이른 시간에 6번째 이야기를 볼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갖게 한다. (양진석의 씨네필 소울)

 

 

 

  장르 액션 블록버스터

  수입 배급 20세기 폭스코리아

  홍보 이가영화사/ 웹스프레드

 

 

 


다이하드 : 굿 데이 투 다이 (2013)

A Good Day to Die Hard 
8.8
감독
존 무어
출연
브루스 윌리스, 메리 엘리자베스 윈스티드, 재이 코트니, 콜 하우저, 메갈린 에키컨워크
정보
액션, 범죄 | 미국 | 96 분 | 2013-02-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