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울충만 리뷰/[영화평Ⅰ]요즘 영화리뷰

영화 세븐데이즈 - 복수심, 그 이상의 잔인함

효준선생 2013. 2. 3. 07:30

 

 

 

 

 

  한 줄 소감 : 복수극이라기 보다 인간이 가진 잔인성에 대한 고발처럼 보인다

 

 

 

 

 

화 세븐데이즈가 다루는 소재는 최근에 빈번하게 발생하는 아동유괴 및 성폭력에 대한 것이다. 작년에 개봉한 돈 크라이 마미의 캐나다 버전으로 생각하면 될 법한데, 이 영화는 범죄에 대한 단죄를  개인의 힘으로 해결하는 과정을 극히 차분하면서도 잔인하게 묘사하고 있음이 좀 다를 뿐이다. 다시 말해 돈 크라이 마미가 피해자 모친의 행동을 폭발시켜 대중의 반응을 불러 일으켰다면 이 영화는 피해자가 다시 가해자 수준으로 변화해갈 정도의 심리적 반응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영화의 시작은 무의미할 정도로 조용했다. 사건의 전조도 거의 없이 의사인 남자의 일상을 보여주는데 할애한다. 그런데 사람의 목숨을 살리는 의사로서의 행동이 복수를 위한 칼질로 변할 것이라는 힌트는 영화가 끝나서야 깨닫게 된다. 그가 의사가 아닌 다른 직업이었다면 극적효과는 보다 덜 했을 지도 모른다. 남자는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아이를 학교에 보내고 한적한 소도시의 여유를 만끽하는 순간, 아이는 변사체로 발견된다.


영화는 범인이 누군지 지루한 줄다리기를 하지는 않는다. 곧바로 피의자가 잡히고 범인을 향한 응징으로 넘어가는 수순은 마치 물건을 훔치기 위한 도둑들의 계획만큼이나 치밀하게 진행된다.

 


 

영화의 본격적인 알맹이는 자막으로 1일차라고 찍히는 순간부터다. 차량사고를 위장해 범인을 비밀장소로 끌고 온 남자의 고문은 시작된다. 옷을 홀랑 벗기고 그를 묶고 망치질과 채찍질을 가하고 신체 부위를 도려내는 장면에서는 화면을 들여다보기 힘들 지경이었다. 이렇게 7일 동안 그가 보여준 행동에 대해 영화는 주관적 개입은 하지 않았다. 그 흔한 배경음악이나 음향효과하나 넣지 않았다. 날카롭고 퍽퍽한 현장음만으로 두 남자의 행위가 이어졌다. 영화를 중간부터 보았다면 묶인 자는 자신의 어린 딸을 추행하고 살해한 자이고 가해자는 그 아이의 아빠라는 사실을 모를 정도로 냉정한 톤은 끝까지 유지한다.


천인공노할 범죄를 저지른 자의 웃는 얼굴을 보는 순간 유족들의 심정은 대개 비슷할 것이다. 그런데 이 남자의 분노는 그저 마음 속으로 삭힐 수준이 아니라는 건 예전 같은 피해를 본 유족들의 증언과 일맥상통한다. 하지만 모두가 직접 나서서 범인을 제 손으로 응징하겠다는 것도 아니다. 영화 중간에 이질적인 두 사람이 끼어든다. 한 명은 남자를 찾아 나선 형사이며, 다른 한 사람은 방송에다 과거는 다 잊고 산다는 또 다른 피해자의 엄마다. 이들은 모두 가슴에 한을 품고 사는 사람들이다. 얼마나 편의점 강도 살해사건으로 아내를 잃은 형사로서도, 더 이상 과거의 끔찍한 기억만을 안고 살 수는 없었다라고 하는 한 아이의 엄마로서도, 제 손으로 범인을 처단하지 않으면 견딜 수 없을 것 같아 하는 남자로서도 다르지 않는 공통점이 하나 있다. 바로 “당한 자”라는 것이다.

 

 

 


복수라는 건, 내가 당한 만큼 너도 당해 보라며 힘을 가하는 행위다. 만약 상대방이 그 의도를 파악하지 못하는 수준이라면, 예를 들어 총 한발에 즉사를 하거나 영문도 모른 채 일방적으로 얻어맞거나 한다면 의미가 없다. 남자가 무려 7일 동안이나 범인의 신체를 유린하는 과정을 보면 이 영화가 말하고자 하는 부분이 명확해진다. 일대일의 앙갚음이다.


이 영화는 사법제도의 불신같은 건 언급조차 하지 않았다. 오히려 남자의 행위에 대해 동조하는 분위기로 몰아가는 측면도 있었다. 세상에 뉴스로 전해지는 부분에서 적지않은 사람들은 남자를 옹호하기도 했다. 결국 누군가는 마음 속으로만 생각했던 걸 마치 대리만족이라도 시켜준다고 본 모양이다. 그런데 인간은 어디까지 잔인해질 수 있을까 연쇄 약취 강간이라는 패륜적 범행을 한 범인의 만신창이가 된 살덩어리를 보면서 후련하다는 마음보다 어제까지만 해도 善人으로 살았던 한 남자의 180도 변한 모습의 잔인함도 함께 읽혀졌다. 남자는 과연 만족했을까? 통쾌한 복수 그 이상의 수준으로 넘어갔다는 생각이 든다. (양진석의 씨네필 소울)

 

 

 

 

 

 

 


세븐데이즈 (2013)

7 Days 
6.5
감독
다니엘 그로우
출연
끌로드 레가울트, 레미 기라드, 마르틴 듀브릴, 로즈-마리 코올리어, 파니 말레트
정보
스릴러 | 캐나다 | 105 분 | 2013-01-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