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울충만 리뷰/[영화평Ⅰ]요즘 영화리뷰

영화 부도리의 꿈 - 한 사람의 희생은 만인의 기억 속에 남을 것이다.

효준선생 2013. 1. 29. 08:00

 

 

 

 

 

   한 줄 소감 : 부도리의 꿈은 과연 무엇이었을까?

 

 

 

 

 

본 동북지방 이와테, 일본의 동화작가 미야자와 겐지는 이곳에서 태어나 성장하면서 수많은 지진과 해일, 자연재해를 겪었고 그 경험을 토대로 동화 <구스코 부도리의 전기>를 집필했다. 은하철도 999의 모티프를 제공한 은하철도의 밤처럼 공상과학적 작품도 있지만 그의 동화 곳곳엔 땅과 하늘, 바다가 고스란히 들어있다. 이런 자연 친화적인 정서는 영화 부도리의 꿈에도 아련하게 펼쳐져 있다.


영화 부도리의 꿈의 배경이 되는 이하토브는 바로 이와테의 에스페란토어로 읽어낸 이름이다. 그곳은 고양이들이 의인화된 캐릭터들의 삶의 근거지다. 고양이 부도리와 여동생 네리, 그리고 부모님은 그 땅에서 키워낸 농산물로 그날 저녁 끼니를 준비하며 감사하는 마음으로 살고 있다. 하지만 어느해 닥쳐온 알 수 없는 냉해로 인해 마을은 황폐화되고 부도리의 가족은 뿔뿔히 흩어지고 만다.

 

 


부도리는 사람으로 치면 15세 정도 되는 청소년으로 보인다. 혼자가 된 그가 아무것도 구할 수 없는 고향을 떠나 새로운 세상으로 나서는 과정은 그저 단순한 자연재해는 아닌 것으로 보였다. 지구 온난화와 반대의 개념으로 한랭화로 인한 폐해는 그저 한 끼 식사거리를 구하지 못하는 문제가 아니었다. 가족을 해체하고 마을 공동체를 버려야 할 정도가 되었음을 은유하고 있다.


고향을 떠난 부도리가 보여준 노동의 소중함은 또 하나의 삶의 과제로 보인다. 자급자족이 불가능한 사회에서 그는 땅을 일구고 주인에게 약간의 세경을 받는 소작농의 모습이다. 또 비단공장으로 대변되는 제조공장에서의 노동력 착취는 근대 산업화 과정에서 한 개인의 가치는 몰수 될 수 밖에 없다고 주장하는 것 같았다. 그렇게 만들어진 비단 옷을 걸치는 사람과 그걸 만들어 내는 사람과의 차이. 마치 누에고치에서 실이 아닌 나방이 나와 전부 날아가 버리는 상상이라면 그 차이를 상쇄할 수 있을까?

 

 


세 번째 부도리의 도전은 배움이었다. 대학에서 자연재해를 연구하는 구보 박사를 만난 건 그에겐 행운이었다. 아무 것도 없는 그가 배움의 과정을 통해 스스로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주었고 사회 구성원으로 무난히 진입할 수 있었던 것도  배움이었다. 마지막 그의 등장은 화산 연구소였다. 그리고 그는 그동안 사회로 부터 받아온 혜택을 돌려주기 위한 마지막 선택을 한다. 이렇게 네 가지 짧다고도 길다고도 할 수 없는 부도리의 인생역정을 바라다 보면서 요즘 젊은이들의 20대와 흡사하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러나 부도리는 희생이라는 키워드를 하나 더 채워 넣었다. 사회로부터 받은 만큼 돌려줄 부분을 고민했다. 더 이상 많은 사람들이 자신이 겪었던 어린 시절의 끔찍했던 가정사를 반복하지 않도록 하기로 한 것이다.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 소위 식자들은 조금만 추워지거나 더워지면 이런 저런 과학적 지식을 총동원하여 근미래의 비관적  예측만을 내놓는다. 하지만 그 누구도 나서서 "이건 우리 인류 모두의 착오입니다. 지금이라도 지구를 위해 우리 스스로가 희생하는 모습을 보입시다"라고 하지 않는다. 그저 나는 이대로 살다 죽을 테니, 문제는 다 너희들에게 있다며 책임을 타인에게 전가하기 일쑤였다. 지난 100년 동안 인류는 그야말로 압축 성장을 하는데 전력질주를 했다. 산업화, 선진화의 결과로 조금 편하게 살게 된 건 사실이지만 앞으로 닥칠 더 불편한 현실은 어쩌면 인류가 극복하지 못할 부분일 수도 있다. 이 영화에서처럼 단 한사람의 희생으로 그 끔찍한 후유증이 치료될 수 있다면 오죽 좋으련만 기대난망, 아니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영화의 배경은 과거, 현재 그리고 미래의 상이 혼재된 모습이었다. 르네상스 식 건물이 등장하고 첨단 과학연구소의 모습이 그렇다. 거기에 중국 나시족의 글자인 동파문을 연상케하는 문자를 쓰고 실제 인간의 모습은 최소한으로 만들고 고양이를 등장시켜 인간의 이야기를 하고 있다.


이 영화는 12년전 일본 도쿄 신오쿠보 전철역에서 살신성인으로 희생의 가치를 몸으로 보여준 고 이수현님과 관계가 있다는 전언이 있었다. 영화를 보면 부도리의 삶과 많이 닮았다는 인상이다. 세상을 구한다며 큰 소리를 치기 보다 실천하는 작은 몸짓이 얼마나 많은 반향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건지, 영화는 그의 숭고한 희생을 진중하게 담아내고 있다.  (양진석의 씨네필 소울)  

 

 

  장르 일본 판타지 애니메이션

  수입  미디어 캐슬

  배급  나이너스엔터테인먼트 

  홍보 마케팅 이노기획 / 오앤컴퍼니코리아

 

 

 

 

 

 


부도리의 꿈 (2013)

The Life of Guskou Budori 
9.6
감독
스기이 기사부로
출연
오구리 슌, 쿠츠나 시오리, 에모토 아키라, 사사키 쿠라노스케, 하야시야 쇼조
정보
판타지, 애니메이션 | 일본 | 96 분 | 2013-01-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