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울충만 리뷰/[영화평Ⅰ]요즘 영화리뷰

영화 헨리스 크라임 - 내 삶엔 새로운 전기가 필요해, 돈? 짝?

효준선생 2013. 1. 28. 07:30

 

 

 

 

 

   한 줄 소감 : 이 남자의 운명도 참으로 기구하다.

 

 

 

 

화 헨리스 크라임은 미국 버팔로라고 하는 지방도시를 배경으로 한다. 주인공이라 할 수 있는 헨리는 유부남이다. 아름다운 아내도 있지만 겉으로 봐서는 그저 별 볼일 없는 유약한 소시민이다. 호구지책으로 고속도로 톨게이트에서 통행료 징수원으로 일한다. 남들은 언제든지 자가용 몰고 가고 싶은 곳으로 가는 모습을 보며 살지만 정작 본인은 떠날 수 없는 인생인 셈이다. 그런데 이 무료한 일상에 큰 파도가 인다. 하루는 친구들이 찾아와 같이 야구나 하러 가자고 꼬드겨 어쩔 수 없이 따라 나섰다가 은행 강도로 몰려 3년 징역형을 언도 받는다.

 


 

영화의 도입부는 상당히 흥미로웠다. 정작 진짜 은행강도였던 친구들은 죄다 도망을 가고 영문도 모르는 헨리만 감옥행이라니, 그런데 더 우스꽝스러운 건 남편이 감옥에 있던 사이 아내는 딴 남자와 새 살림을 차렸다는 건데,  재미있는 건 이 친구 한국산 키친 웨어로 다단계 판매를 한다며 김치를 담는 밀폐용기를 보여준다.

 


이야기는 누명을 쓰고 3년을 살다나온 그가 출옥 뒤에 본격적으로 은행을 털려고 마음을 먹고 새로운 전략을 짜면서 흥미진진해진다. 우연히 발견한 은행 건너편의 극장 지하와 은행 금고가 연결되었다는 사실을 알고 나서 그는 감방 동료와 자신을 감옥으로 보내고 아내를 빼앗은 남자와 한 패가 되어 두더지처럼 땅을 파기 시작한다.


이 영화는 케이퍼 무비처럼 보이긴 하지만 영화 중간 중간 헨리의 말처럼 그는 은행 금고의 돈에 큰 미련은 없어 보인다. 더 이상 잃은 것도 없는 그에게 새로운 일상을 위한 전기가 필요한 것으로 보인다. 극장에선 안톤 체홉의 유명한 벚꽃동산을 리허설 중이고 설상가상으로 헨리는 남자 주인공이 되어 연습과 도굴을 병행한다.

 

 


영화 종반부는 안톤 체홉의 명작 벚꽃 동산의 줄거리 일부와 은행 강도단의 행동이 맞물려 들어가며 연극의 일부인지 아니면 은행을 터는 것이 이 연극의 일부인지 헷갈린다. 공연도중 여배우에게 연민의 정을 느낀 헨리는 마지막 선택의 기로에 선다.

 

일반적으로 영화에서 다루는, 사랑과 일의 중간에 선 남자의 선택은 99% 사랑이다. 이 영화의 선택도 다르지 않다. 그런데 그때까지 이들 배역들이 보여주는 언밸런스한 움직임들은 과연 이 영화가 은행을 터는 도둑들의 이야기에 국한되는 걸까 의심이 들었다. 헨리의 죄라는 타이틀을 달고 있듯 억울한 옥살이에 나와서 다시 은행을 턴다는 사실도 애매하지만 여기서 죄라는 건 한 여자의 마음을 훔친 죄가 아닐까 싶은 다소 닭살스런 결말을 내려봐야 하겠다.

 

 

 


그 많은 돈을 챙기려는 각 인물들의 사연도 그다지 절박하지 않고, 돈을 훔치는 과정도 아이들 손에 들린 과자 뺏는 수준인지라 긴박감도 떨어졌다. 대신 주인공 헨리를 맡은 잘 생긴 키아누 리브스가 촌스런 비주얼의 소시민으로 등장해 자신의 잃어버린 삶과 다시 찾아낸 삶을 저울질하는 이야기에 초점을 맞추면 볼 만할 것 같다.

 


헨리스 크라임 (2013)

Henry's Crime 
7.7
감독
말콤 벤빌
출연
키아누 리브스, 베라 파미가, 제임스 칸, 커리 그레이엄, 아드리안 마티네즈
정보
로맨스/멜로, 범죄, 스릴러 | 미국 | 108 분 | 2013-01-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