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울충만 리뷰/[영화평Ⅰ]요즘 영화리뷰

영화 그 여자 그 남자의 속사정 - 짚신은 오늘도 잃어버린 한짝을 찾으러 다닌다

효준선생 2013. 1. 25. 07:30

 

 

 

 

 

  한 줄 소감 : 사랑은 결과나 확인이 아닌 과정임에도 그게 쉽지 않네

 

 

 

 

 

사랑의 감정이 시작되고 서로간의 스킨십이 부담스러워지지 않게 되면 이 사람, 내 인연이 맞을까 궁금해진다. 시간이 많으면 좋으련만 우물거리고 있는 사이 다른 사람이 홀딱 채 갈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가끔 조바심이 나기도 한다. 많은 사람 앞에서 “우리 결혼 했어요”라고 소리라도 치고 같이 살면 좋으련만 아직 많은 것이 부족한 처지라 그도 쉽지 않은 일이다. 혈기왕성한 청춘남녀에게 손만 잡아도 전기가 찌릿하고 입술이라도 닿을 정도가 되면 이게 천국인가 싶다.

 

 


거리에서 얼굴을 붉히며 거친 언사를 내뱉고 마치 외나무 다리위에서 만난 원수대하듯 하는 연인이 있다. 얼마 전까지만 서로 사랑하기에 헤어질 수 없을 것 같았건만, 벌써 식은 건가 다른 사람들이 말하는 사랑의 유효기간이 이토록 짧은 건지 이제 알았다. 이럴 줄 알았다면 사랑하지 말걸 그랬나 싶다.


사랑의 피리어드가 갈수록 짧아지고 있다. 한 세트가 끝나면 좀 휴지기가 있으면 좋으련만 다른 선수가 한판 하자고 한다. 아직 직전 게임의 후유증이 남았건만, 그래도 이길 자신이 있기에 뿌리치지 못하겠다. 영화 그 여자 그 남자의 속사정은 젊은 청춘의 첫 사랑, 첫 경험, 그리고 헤어짐과 만남에 대한 케이스 바이 케이스 스토리다.  

 

 


혼자 원룸에 사는 수정에게 다가온 연하남, 다짜고짜 육체관계만을 요구하는 그를 만류하다 지친 그녀는 어색하고 민망하기 짝이 없는 이상한 첫 경험을 하게 되고 오래 가지 못할 것 같은 사랑의 종지부를 찍는다. 그녀의 빈 자리를 채운 남자, 은근 그녀를 배려해주는 것 같고 연애세포가 분실이라도 된 듯, 수정이 들이대는 추파에 긴장하며 흐물거린다. 첫 사랑에 지친 그녀에게 그 남자는 대타가 될 수 있을까 묘한 호기심에 그녀는 또 다른 밤을 기다린다.

 

남녀 관계에 대한 다양한 묘사 중에 만리장성을 쌓는다는 표현이 있다. 굳이 많고 많은 건축물 중에 만리장성일까? 지금이야 관광명소가 되어 입장료 수입을 거두는 전 세계인의 구경거리지만 그걸 쌓기 위해 동원된 수많은 인부들, 통계가 없던 시절인지라 알 수 없지만 수 십 만, 수 백 만이 죽었다고 한다. 그럼 하룻밤 남녀관계라는 게 그토록 지난한 일인가  누군가에겐 그럴 수도 또 다른 누군가에겐 상대방을 확인하는 시간으로 충분할지 모른다.

 

 


영화는 서로 엇갈린 인연이면서 서로를 갈구하는 젊은 연인을 보여주는데, 진심으로 보이지 않는다. 그들에게 사랑이라는 건 대체 어떤 모습일까? 육체적 관계의 통과의례에 불과한 것일까? 이 밤이 지나고 나면 지난밤의 사랑한다는 달콤한 언어유희들이 새하얀 식언이 될 지도 모른다는 불안감 때문이라도 그건 사랑이 아니라고 보인다.


커플들을 분리했다가 다시 조합하는 과정에서 다소 흩어져 버린 그들이 엔딩 즈음에서 제자리를 찾는 모습과 서로 조우하는 장면이 유머러스했다. 과연 그들은 새로운 반려를 사랑의 완성체로 여기는 걸까.  사랑, 좀 느긋하게 즐기면 안 되는 걸까? 누가 어디 가는 것도 아닌데... 오늘도 잃어버린 자신의 짚신 한 짝을 찾아 열심히 헤매거나 찾기를 포기한 이들에게 이 영화 권한다.  (양진석의 씨네필 소울)

 

 

 

  장르 발칙한 섹시 로맨틱 코미디

  제작 모티브 필름

  제공 배급   어뮤즈

  홍보 어뮤즈 / 클루시안

 

 

 

찌질한 연하남을 연기한 연제욱. 이 친구 경쾌하다.

 

 


그 여자 그 남자의 속사정 (2013)

0
감독
이윤형
출연
정다혜, 연제욱, 서지석, 이상일, 한설아
정보
로맨스/멜로, 코미디 | 한국 | 102 분 | 2013-01-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