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울충만 리뷰/[영화평Ⅰ]요즘 영화리뷰

영화 남쪽으로 튀어 - 꿈틀대지 않으면 늘 당하고만 산다는 걸

효준선생 2013. 1. 24. 07:30

 

 

 

 

 

   한 줄 소감 : 사회파(社會派)영화도 이렇게 재미있을 수 있다네

 

 

 

 

 

약 국적을 선택할 수 있다면 그래도 한국이라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 문득 어지러운 세상사를 뉴스를 통해 보고나면 그런 생각이 든다. 어쩌다 이렇게 시끄러운 나라에서 살게 되었을까. 태어난 나라라고 모국이라 불러야하고 누가 강요하지 않았다고 하는데 나랑 일면식도 없는 국가대표 선수들이 금메달을 따기라도 하면 명치끝에서부터 치고 올라오는 느꺼움. 누가 그러데, 그게 애국심의 발로라고. 좋다! 그런데 그게 행복이라는 생각이 안든다.  우편함에 가득찬 관인찍힌 지긋지긋한 최고장들을 보니.

 

 

 

 

 

 

 

 

 

영화 남쪽으로 튀어의 주인공 최해갑은 정말 독특한 인물이다. 주민등록증은 꺾어 버린 지 오래고, 사회안전망이라고 하는 각종 제도에 대한 불신이 극에 달한다. 국민연금도 안낸다고 떼를 쓰고, 아이들 급식을 할 땐 교장의 치부를 건드리고 전기요금도 안낸다며 죄없는 텔레비전 수상기를 냅다 집어던진다. 대체 이런 사회 부적응에 가까운 반골기질은 어디서 나온 걸까? 대학다닐 때 툭하며 시위대 일선에 서고 지금은 대중들에게 잘 먹히지도 않는 사회고발성격을 가진 다큐영화를 찍는 그. 아내도 그렇게 만났다. 오죽하면 아직도 국가정보원에서 그의 뒷조사를 하고 다니겠나.


그런 그가 뿔이 났다. 고향 후배 뻘 되는 동생이 잡혀 들어가면서 최해갑 일가는 서울 생활을 청산하고 머나먼 남쪽 도서생활을 자처한 것이다. 그 섬은 최해갑의 할아버지 때부터 일궈 먹던 곳이라는 설명이 있지만, 적막강산에 변변한 문화시설이라고는 하나 없는 곳에서 가족들을 대동하고 찾은 그곳도 역시 최해갑의 심기를 건드리는 일들로 가득하니, 어디서든 그는 자유로울 수 없는 영혼인 모양이다.

 

 

 

 

 

 

 

 

일본 작가 오쿠다 히데오 원작 소설과 일본의 동명 영화(http://blog.daum.net/beijingslowwalk/16153292)가 이미 한국에 소개된 바 있기에 이 영화의 기본적인 줄거리는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는 듯 하다. 3년전 일본의 영화를 본 적이 있었는데, 일본 본토에서 멀리 떨어진 오키나와 섬을 가진 나라이고 개인주의가 만연한 일본에서나 가능한 이야기를 생각으로 보긴 했는데 이게 한국의 상황과 절묘하게 매치될 것이라고 생각지도 못했다. 남쪽으로 간다고 해도 기껏 마라도에다, 주인공처럼 굴다가는 불순분자로 낙인찍힐 게 뻔한 한국에서 현실적이지 않다고 보았다. 그런데 그게 아니었다. 임순례 감독은 일단 에둘러 부정했지만 다양한 한국병을 곳곳에 심어 놓았음은 누구라도 눈치챌 수 있다. 근래 들어 곳곳에서 벌어진 분규와 갈등들, 現場과 思考안에서 소용돌이치며 한반도를 뜨겁게 달군 이야기들이 담겨 있었다.

 

 

 

 

 

 

 

 

최해갑에 맞서는 자들은 공무집행자들처럼 보였지만 그들은 어느새 관찰자 겸 조력자가 되었고, 결국은 탐욕스런 자본가와 거기에 기생하는 정치인의 검은 그림자에다 흰옷을 입히고 춤을 추게 한 것이다. 개발이라는 미명하에 그냥 두고 보기만 해도 눈이 부시게 푸른 그곳에 시멘트질을 하겠다는 그들을 막아서는 건 한 개인의 힘이었다. 사실 용역폭력과 불도저 앞에서 몽둥이 하나 든 최해갑의 모습은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이었다. 그럼에도 포기하거나 두려워하지 않았다.


없이 살아도 비겁하게 살지는 말라며 아직은 어린 아들에게 훈계하는 최해갑의 모습은 과장은 아니다. 목적을 위해서라면 편법을 마다하지 않는 어느 재벌의 아들 소식이 뉴스에 올랐다. 공부를 못하면 거기에 맞는 학교로 가면 되련만, 그 아이가 커서 세상은 조금 비겁하면 떵떵거리며 살 수 있는 곳. 그래서 이 나라 이 땅이 좋다고 생각하지 않을까? 콩알만한 섬에 있는 퇴락한 분교, 아이들이 다 떠나 선생마저 상주하지 않는 그곳에서 몇몇 아이들이 홈스쿨링을 하고도 행복해 하는 얼굴과 오버랩된다.

 

 

 

 

 

 

 

가족은 남쪽으로 튀었으나 부부는 다시 더 먼 남쪽으로 가볼 생각을 하고 배에 오른다. 어쩌면 그들이 꿈꾸는 세상은 실존하지 않는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그들은 꾸준히 "튀려고" 한다. 반겨주지 않는 곳, 누군가에겐 절망으로 가득한 이곳을 떠나려고 한다는 걸 비난만 해서 쓰겠는가. "중이 절이 싫으면 중이 떠나야지" 라는 심정임을 헤아려 준다면 좋으련만 이미 차지하고 앉은 그들에겐 씨알도 안먹히는 이야기다. 마뜩치 않은 사람들과 더불어 산다는 건 그 역시 어려운 게 아닐까 싶다. 근데 우리는 지금 함께 살고픈 사람들과 살고 있는 거 맞는 걸까?  비단 최해갑네 식구들만의 생각은 아닐 듯 싶다. (양진석의 씨네필 소울)

 

 

 

  장르 할말 많은 사회적 드라마 & 코미디

  제작 영화사 거미, 필름 트레인

  제공 배급 롯데 엔터테인먼트

  홍보 딜라이트/지앤이 

 

 

 

 

 

 

이름하여 박사랑, 올해는 유난히 귀요미 아역 배우들이 많이 보인다.

 

 

 


남쪽으로 튀어 (2013)

9.4
감독
임순례
출연
김윤석, 오연수, 김성균, 한예리, 백승환
정보
코미디, 드라마 | 한국 | 121 분 | 2013-02-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