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울충만 리뷰/[영화평Ⅰ]요즘 영화리뷰

영화 베를린 - 궁지에 몰렸을때 할 수 있는 딱 한가지

효준선생 2013. 1. 22. 07:30

 

 

 

 

 

 

   한 줄 소감 : 액션, 멜로 그리고 텁텁하지 않은 이야기 전개, 기대작 답다

 

 

 

 

 

 

 

부르고 등 따뜻하면 힘들게 사냥에 나서지 않는 맹수들과 달리 인간의 탐욕은 채우지 않으면 결핍을 느끼는 수준이다. 그런데 어느 순간 자신의 영역을 노리는 상대의 위협을 느끼면 아이러니하게도 인간의 본성은 도리어 짐승의 그것이 된다. 쥐의 천적이라는 고양이도 구석에 몰려 자신을 향해 날카로운 이빨을 드러내는 쥐를 섣불리 공격하지 못하듯 인간도 마찬가지다.


상반기 최고의 기대작인 액션 블록버스터 영화 베를린을 보았다. 이 영화는 보는 요령이 있어야 했다. 캐릭터들의 소개가 이어지는 초반부 어떤 인물을 중심에 놓고 어떤 이야기의 흐름을 따라잡을까 하는 일반적인 영화 독법으로는 중요한 장면들을 놓칠 정도로 흐름이 빠르다. 그건 이 영화에 등장하는 캐릭터 외에 배우들의 면면을 허투로 봐서는 안될 것 같다는 지레짐작이 있었기 때문이다. 4명의 주연배우들이 이미 한가닥씩 하는 배우들인지라 그들의 시선을 따라가게 마련인데 그렇게 되면 숲은 보지 못하고 나무만 보다 흐름을 놓치기 딱 십상이다.

 

 

 

 

 

 

 

 

남북대치 상황에서 그동안 한국 영화는 분단의 현실을 소재로 다룬 적지 않은 영화들이 선을 보였고 대부분 나쁘지 않은 스코어를 거두었다. 그러나 반복되는 소재의 식상함을 이 영화는 액션과 멜로로 극복한다. 영화를 다 보고 나면 안구가 튀어나올 것 같았던 몇 장면에서의 액션신들이 먼저 떠오른다. 현기증이 날 정도인 액션 장면들은 배경이 되는 동구권의 퇴락한 듯 하면서도 고풍스런 거리와 건물 모습과 잘 어울리면서 머릿속에 확실히 각인이 된다.


그리고 류승완 감독 작품에서 보기 힘들었던 남녀관계의 멜로라인이 첨가되는데 이 영화의 중요한 매듭이 된다. 세 남자가 죽기 살기로 육박적과 총격전을 해야하는 당위 한 가운데 모두가 지켜야 하는 한 여인이 있기 때문이다. 여인의 등장은 결코 곁가지가 아닌 누군가에겐 슬픈 자화상과도 같다. "오늘 접대하라우" 가장 짠한  대사였다.

 

 

 

 

 

 

 

 

 

이 영화의 시간적 배경은 오늘이다. 크게 그림을 그려보면 독일의 수도인 베를린, 통일 독일이 된 지도 이미 20여년이 지났음에도 여전히 암약, 모략등의 단어들이 어울리는 그곳, 북한의 자금줄 역할을 하는 주 베를린 북한 대사관이 있고 이들을 견제하는 한국의 정보부 요원들도 상주한다. 마치 팽팽한 활 시위처럼 서로가 서로를 겨누는 시점에 재작년 김정일의 사망과 김정은의 등장은 이 영화의 중요한 배경이 된다. 이런 혼돈기엔 누구는 榮華의 환희를, 또 누군가는 沒落의 위협을 느끼게 된다. 마치 코너에 몰린 쥐와 그 쥐를 노리는 고양이의 입장이 되는 셈이다.

 

 

 

 

 

 

 

 

영화는 배척당하는 입장에 선, 다시 말해 쥐의 입장이 된 사람들의 이야기를 꺼낸다. 과거의 호시절을 보내고 자리조차 보전하기 어렵게 된 자들, 남은 건 비자금이지만 그걸 노리는 또 한 무리들. 그들 역시 권좌의 보호를 받지 못하는 처지인 것은 마찬가지다. 반대편에 있는 정보부 요원들이라고 무사태평이 아니다. 정권이 바뀌면 또 누군가는 물을 먹고, 충직한 부하라고 여긴 놈들이 치고 올라와 목을 조른다.


흔들림없이 자기 할일만 하면 되는 줄 알았건만 사랑하는 아내는 목적을 위해 희생되고 자신마저 궁지에 몰리는 처지가 된 한 남자의 분투로부터 이 영화의 긴박한 사정은 시작된다. 영화는 상당부분은 추격전과 탈출 장면으로 채워지는데 이 부분이 액션의 진수다. 특히 “고스트”라 불리는 북한 최정예 요원 표종성(하정우 분)과 그의 아내 련정희(전지현 분)가 아파트에서 도망가는 장면은 압권이다. 가느다란 전기줄 몇 가닥에 의지해 바닥으로 떨어지는 장면은 위험천만해 보였다.

 

 

 

 

 

 

북한의 두 세력은 궁지에서 벗어나기 위해 몸부림치며 서로를 제거하려고 하고 한국의 정보부 요원은 그들을 저울질하며 한쪽 편에 서야 하는 처지이며 여기에 아랍권의 무기상들, 미국CIA의 개입, 망명, 비자금, 권력투쟁들이 맞물리면서 잠시도 쉴 틈을 주지 않는다. 하지만 이런 거대담론에 매몰되어 주제의식 같은 걸 따지다 보면 이 영화에서는 흔히 말하는 커머셜한 재미를 즐길 겨를이 없다. 대신 권력과 돈을 움켜쥐기 위한 인간의 본성, 그리고 사랑하는 사람을 지키려는 남자, 그리고 눈 깜박일 틈을 주지 않는 화려한 액션을 바라보면 상당한 쾌감을 얻을 수 있을 듯 하다. 영화에 나오는 대사 하나를 인용하며 리뷰를 정리한다. “먹구름이 몰려오는데 비를 피할 길이 없네”   (양진석의 씨네필 소울)

 

 

 

  장르 글로벌 액션 블록버스터

  제작 외유내강

  제공 배급 CJ엔터테인먼트

  홍보 레몬트리엠엔씨/투래빗

 

 

 

 

 

 

 

 

 

 


베를린 (2013)

The Berlin File 
7.9
감독
류승완
출연
하정우, 한석규, 류승범, 전지현, 이경영
정보
액션, 드라마 | 한국 | 120 분 | 2013-01-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