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울충만 리뷰/[영화평Ⅰ]요즘 영화리뷰

영화 콜럼버스 서클 - 믿을 사람 하나 없어요

효준선생 2013. 1. 21. 07:30

 

 

 

 

 

   한 줄 소감 : 세상 사람들이 다 그녀를 "뜯어 먹기" 위해 혈안이 되어 있다면??

 

 

 

 

 

어린 시절 아버지로부터의 학대를 피해 도심 초고층 아파트 꼭대기로 도망친 여자가 있다. 십수 년이 지났지만 그녀는 절대 그곳을 벗어나지 못한다. 이른바 펜트하우스에 스스로를 유폐시키고 세상 속으로 나가지 못하는 그녀. 그녀를 도와주는 두 명의 조력자 덕에 고급 아파트와 외부로부터의 물자를 공급을 받을 수는 있지만 이제 그녀를 겨냥한 모종의 계략이 시작된다.


시놉시스만 보면 굉장히 재미있을 것 같은 이야기 줄거리다. 영화 콜럼버스 서클의 여주인공 아비게일은 부잣집 딸이지만 결코 순탄치 않은 삶이란 건 그녀의 기억과 오버랩되는 과거의 장면과 충돌이 일어나며 정신적인 트라우마에 갇혀 살고 있기 때문이다. 사람들이 부러워할만한 경관좋은 고급아파트에서 살지만 그녀는  낮에도 불을 키지 않고 외부인과의 접촉은 되도록 하지 않는다. 아파트를 빌려준 의사와 아파트 관리인에게 전달하는 쪽지가 세상과 통하는 유이한 창구인 셈이다. 그런데 단 두 채 뿐인 이 곳 펜트하우스 옆 집 할머니가 살해당하는 사건이 발생하면서 그녀는 겁에 질린다.


이 영화는 신선한 설정이 돋보이는 초반부와 그녀를 둘러싼 모종의 계략이 드러나는 후반부가 상당히 스릴있다. 영화 전체적으로 하나의 틀안에서 유기적으로 발생한다는 점도 그렇고 자기만의 세상에 격리되었을 거라 생각했던 아비게일이 용기를 내어 확실하게 복수를 하는 장면도 더 이상 세상과 담을 쌓고 살지는 않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그런 차원에서 케이퍼 무비에서 느낄 수 있는 시원함마저 선사한다.


아비게일이 당한 아버지로부터의 학대는 그 이유가 명확하게 드러나지는 않는다. 돈 많은 남자가 왜 하나 뿐인 딸 자식에게 분노의 주먹질을 하는지 분명하지는 않다. 그런데 이 영화에서는 또 한명의 피학대를 피해 도망치는 캐릭터가 등장한다. 그녀는 자신의 입으로 자기도 당해왔으며, 지금도 술만 먹으면 자신을 구타하는 남편에게 당하며 산다고 했다. 그런데 이 두 여자 중 한 사람은 거짓말을 하고 있다. 만약 그 과정을 영화가 마무리 된 뒤 보여주었다면 더욱 쾌감을 느꼈을 것 같다.


세상을 등지고 사는 가장 큰 이유는 결국 믿을 사람이 없다는 걸 의미한다. 아비게일의 경우, 단 두 사람만에게 의지하게 되는데 그 두 사람 역시 믿을 수 없는 존재라면, 그리고 당신이 아비게일이라면 그때 어떤 심정이 들까 “나만 믿으라”며 상대방에게 환심을 사기 위해 수많은 유혹이 돌아다니는 세상에서, 영화 콜럼버스 서클은 말한다. “당신 스스로를 믿지 않고서는 믿을 수 있는 타인은 없다고”. 머리 검은 짐승은 거두지 말라고 하더니만, 그녀를 속인 채 검은 가발을 뒤집어 쓴 범인의 뒷 모습이 참으로 속물스러워 보였다.


아비게일이 그동안 살던 집에서 단 한 발짝을 내딛지 못하며 괴로워하는 장면이 등장한다. 이른바 광장 공포증이다. 이 증세를 앓고 있는 사람들은 자기에게 익숙하지 않은 공간에 서면 마치 벌거벗고 있는 기분을 느끼며 불편하다고 한다. 자기가 블로그에 쓴 글이 의도되지 않게 세상에 유포되면서 찾아오는 낯선 이들의 불편한 댓글을 받았을때 블로거들에게도 어느 정도의 광장 공포증을 느끼게 되지 않을까 갑자기 그런 생각이 든다.

 

 

 

 

 

 

 

 

 

 

 

 


콜럼버스 서클 (2013)

Columbus Circle 
8.8
감독
조지 갈로
출연
셀마 블레어, 에이미 스마트, 제이슨 리, 지오바니 리비시, 케빈 폴락
정보
범죄, 미스터리, 스릴러 | 미국 | 86 분 | 2013-01-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