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울충만 리뷰/[영화평Ⅰ]요즘 영화리뷰

영화 프레셔스 - 터널안에서 한 줄기 빛을 보다

효준선생 2013. 1. 13. 07:30

 

 

 

 

 

     한 줄 소감 : 이토록 가학적인 삶도 있음에 놀라는 중

 

 

 

 

영화 프레셔스를 보면서 대명천지에 설마 저렇게 사는 사람이 있을까 싶은 생각이 든다. 소녀의 이름인 프레셔스는 소중한 보물이라는 의미는 어디로 가고 그녀의 삶은 일반인의 시각으로 보면 완전히 망가진 상태다. 그녀를 그렇게 만든 건 그녀의 부모다. 글로 차마 옮기기 힘든 수준이지만 아이가 세 살 때부터 친부로부터의 성폭행이 시작되어 10대 초반에 이미 다운증후군 여자아이를 낳았고 아버지는 집을 나갔다. 그 이후로 부터는 엄마로부터의 언어폭력과 신체폭력이 이어졌다. 그런데도 프레셔스는 그 집에서 벗어나질 못한다.

 

 

프레셔스는 학교가 가는 게 유일한 도피지만 그 마저도 여의치 못하다. 현저하게 떨어지는 학업능력과 다른 학생들과의 마찰, 게다가 두 번째 임신을 하고 말았다. 그 또한 아버지로부터의 강간 결과였다. 이런 삶, 상상으로도 가능하겠냐마는 심심치않게 터지는 유사 뉴스를 접하면 누군가는 비슷한 경우에 살고 있구나하고 그냥 잊고 만다. 다들 내 일이 아니기에.

 

 

영화 프레셔스를 본 사람이라면 다들 한마디씩 할 것이다. 왜 저런데서 사느냐고, 자기 같으면 도망쳐 나올 것 같다고, 물론 영화 후반부 그녀는 집에서 나온다. 자기를 죽일 것 같이 달려드는 엄마의 폭행을 피해서였다. 그건 자신의 목숨을 부지하기 위해서가 아니었다. 갓 태어난 핏덩이를 건사하기 위한 모성의 발로였다.

 

 

이쯤 되면 아직 이 영화를 보지 못한 영화 팬으로서는 그녀의 모습이 굉장히 궁금해질 것이다. 만약 이 영화의 주인공이 날씬하고 인형같은 외모의 백인여성이었다면 어떤 생각이 들었을까 당장이라도 달려가 그 엄마라는 사람을 패주고 싶을 것이다. 최소한 따지고 싶어질 것이다. 그런데 소녀는 쌀 한가마 그 이상의 몸무게의 소유자이며 살이 쪄서 눈이 잘 떠지지도 않는 흑인 여성이라면? 곁에 서 있는 것조차 부담스러운 그녀의 외모만 보고 섣불리 뭔가 편견에 사로잡히지는 않았을까?

 

 

소녀 프레셔스에게 던지는 시선은 영화 후반부에 들어가기 전까지만 해도 극히 객관적인 3인칭 관찰자 시점이 된다. “뭐 그럴 수도 있겠구나” 싶은 정도의, 하지만 사회보험 상담사 앞에서 쏟아내는 그녀의 엄마의 충격적인 발언은 듣고 있는 당신의 귀를 의심하게 할 것이다.

 

 

자기가 사랑하는 남편을 빼앗아간 여자가 자신의 딸이라고 굳게 믿는 엄마에게 소녀 프레셔스는 더 이상 분노할 여지도 없어 보였다. 가해자와 피해자의 영역마저도 누군가에겐 인정받지 못하는 현실과 마치 헛간에서 키우는 돼지에게 짬밥을 먹이듯 키운 딸로서 소녀가 들을 수 있는 이야기의 한계는 그걸로 끝이었다.

 

 

하지만 분노하지 않았다. 다행히 그녀를 이해해주는 대안학교 선생님과 몇몇의 친구들, 그리고 비록 사랑받으며 태어난 것은 아니지만 자신을 바라보는 피붙이앞에서 그녀는 웃는다. 그 웃음의 眞僞는 보는 사람의 주관이다.  이 영화는 소녀 프레셔스의 이야기말고도 몇가지 주목해야 할 이야기가 더 있다. 사회보장제도에 대한 시선, 여성 동성애자들에 대한 시선, 그리고 소위 불량 청소년과 대안학교에 대한 시선등. 영화의 이야기는 한 소녀에게 국한되는 것 같지만 그런 아이들을 거두고 보살피는 역할은 부모에게만 지울 수 없는, 사회 모두의 부담이라는 걸 피력하고 있다.

 

 

이 영화는 실화를 모티프로 해서 만들었다고 한다. 주연을 맡은 가보리 시디베는 이 캐릭터에 최적화된 듯 보이며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오프라 윈프리가 제작을, 놀랍게도(?) 가수 머라이어 캐리가 상담사 역할로 나온다.  

 

 

 

 

 

 

 

 

 

 

 


프레셔스 (2013)

Precious 
8.2
감독
리 다니엘스
출연
가보리 시디베, 모니크, 폴라 패튼, 머라이어 캐리, 레니 크래비츠
정보
드라마 | 미국 | 110 분 | 2013-01-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