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울충만 리뷰/[영화평Ⅰ]요즘 영화리뷰

영화 로봇 앤 프랭크 - 진심을 알아준다면 기계도 친구가 될 수 있다

효준선생 2013. 1. 11. 07:30

 

 

 

 

 

   한 줄 소감 : 언젠가는 할아버지가 될텐데...그때 저런 로봇이라도 살 경제력은 있을까?

 

 

 


한방 먹었다. 영화 로봇 앤 프랭크를 보고 나서 가장 먼저 든 생각이었다. 더불어 이 영화가 보여준, 화면이 가지고 있던 영역은 프랭크의 어디까지일까? 가까운 미래의 언제라는 막연한 제시를 자막으로 보았을 때부터 속은 셈이다. 할아버지가 들고 있는 몇 가지 첨단 계기들. 특히 액정 박막 전화기에 깜박 속았다. 2020년 무렵이면 가능할 수도 있겠다. 그때가 되면 노인들을 위해 사람이 아닌 로봇이 간병인 혹은 건강관리사로 파견될 수도 있겠다 그런 생각을 했다. 아니 영화가 그런 생각을 하게 만들었다.


프랭크 할아버지는 전직 절도범이었다. 열쇠따기에 일가견이 있었고 그런 이유로 경찰의 블랙리스트에도 올라있다. 할아버지가 소일 삼아 하는 일은 읍내에 있는 도서관에 나가서 책을 고르는 일과 바디용품 샵에 들러 비누 하나를 슬쩍하는 일들이었다. 주말마다 할아버지를 찾아오는 아들은 할아버지를 위해 로봇을 하나 사드린다. 그런데 이 로봇의 기능이 만만찮다. 이때부터 관객들은 어떤 개연성에 빠져드는 시점이 된다.


아픈 노인이 있는 집이라면 공감이 된다. 돈을 써서 사람을 사서 수발을 들게 하는 일이 있어도 자기는 못하겠다는 자식들. 그 병이 치매라면 이야기는 더욱 간단해 진다. 있는 집이라면 100%다. 그런데 그 일을 로봇에게 맡길 수 있는 세상이 되다니. 그런데 좀 이상하다. 치매에 걸린 게 맞을까 싶게 할아버지의 일거수 일투족은 건강해 보인다. 아예 자신이 미워하는 신임 도서관 관리자에 복수를 할 생각까지 한다. 왕년의 실력을 보여주겠다는 심산이다. 치매걸린 노인으로 보이지 않는다.

 

로봇에겐 이름도 없다. 할아버지에게 로봇은 귀찮은 존재이기도 하지만 말 상대이기도 하다. 입력된 프로그래밍에 따라 대꾸를 하는 수준이 아니다. 할아버지가 하고 싶은 일을 하도록 돕기도 한다. 그게 불법적인 일일 수도 있지만 로봇은 가급적 할아버지의 편을 든다. 어느새 로봇과 프랭크 할아버지는 서로에게 없어서는 안될 知音이 된 모습이다.


이야기의 흐름이 치매에 걸린 할아버지와 그를 간호하는 로봇이라는 SF장르의 전형으로 흐르지 않고 드라마 장르라는 제 자리를 찾아간 건, 한 장의 사진을 보면서 부터다. 그리고는 마치 오랜 잠에서 깬 듯, 할아버지는 제 자리로 돌아온다. 그리고 관객들도 망치에 얻어맞은 듯 홀연히 迷夢에서 깨어난다.


만약 내 생각과 내 몸처럼 움직여주는 로봇이 있다면 무엇을 요구할까 평소 날 괴롭히는 사람들을 골탕먹이라고? 아니면 늘 눈독 들였던 값 비싼 물건하나를 들고 나오라고? 그런데 만약 그 로봇이 고장이라도 난다면 눈물 한 방울 정도는 흘려야 정상이겠지. 감정이 없다고 말할 수 없다. 그동안 쌓여온 정이라는 건 병든 아버지가 버거워 요양원에 넣어둔 자식보다 더 가까워진 것을 대신한다.


이 영화의 시대적 배경이 가까운 미래 사회가 아니라고 해도 상관없다. 지금 우리 곁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어떤 일을 풍부한 상상력과 기발한 아이디어로 부드럽게 풍자한 드라마다. 얼마전 본 홍콩 영화 심플라이프에서 유모를 위해 드러나지 않게 마지막 가는 길을 지켜주었던 유덕화의 캐릭터에 이 로봇을 대입시켜 보고 싶었다. 이 영화, 온 가족이 다 같이 보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다. 보면, 따뜻해진다.  (양진석의 씨네필 소울)

 

 

   장르  드라마

   수입  SG픽쳐스/화인픽쳐스

   배급  마인스엔터테인먼트

   홍보/마케팅  호호호비치/클루시안 

 

 

 

 

 

 

 

 

 

 


로봇 앤 프랭크 (2013)

Robot and Frank 
7.8
감독
제이크 슈레이어
출연
프랭크 란젤라, 제임스 마스던, 리브 타일러, 수잔 서랜든, 피터 사스가드
정보
코미디, SF | 미국 | 89 분 | 2013-01-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