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울충만 리뷰/[영화평Ⅰ]요즘 영화리뷰

영화 컨빅션 - 남매의 끈기앞엔 더러운 공권력은 없다

효준선생 2013. 1. 6. 08:00

 

 

 

 

 

  한 줄 소감 : 18년동안 남매는 宮刑을 당한 司馬遷이 史記을 써내려가는 심정이 아니었을까

 

 

 

 

 

영화를 다 보기전 까지만 해도 혹시 그 남자...진범이 아닐까 하는 의구심을 떨쳐버릴 수가 없었다. 무려 18년 동안 무죄임을 주장하면서도 갇혀 있을 수 밖에 없는 한 남자의 심정이라니. 미쳐버리지 않을까 싶다. 다행히도 그의 곁에 전생에 인연이라는 게 있으면 분명 한 사람이었을 것 같은 여동생이 있었길래 망정이지. 영화 컨빅션이다.


정죄(定罪)라는 의미를 가진 이 영화의 제목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사람이 잘못을 해서 이미 정해진 법의 틀 안에서 댓가를 치러야 하는 것이 맞지만 양형의 기준의 형평성은 둘째치고 정말 그 사람이 진범이 맞는 지를 따져야 하는 건 그 어떤 것 보다 중요하다. 이들은 미국 메사추세츠의 로컬 룰을 따른 모양이다. 그래서 일급 살인죄임에도 즉시 사형이 아니었던 것은 그래도 다행이었다. 이 긴 시간 동안 남자 못지않게 자신의 거의 모든 것을 포기하고 변호사가 되고 오빠의 무죄를 밝혀 내기 위해 백방으로 증거를 찾기 위해 수소문하는 동생의 그것을 보면서 정말 쉽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빠와 동생은 한 사람의 아집과 독선으로 인해 인생이 꼬인 케이스라고 한다면 그들은 정말 풀기 힘든 실타래를 풀어낸 셈이다. 남편과 이혼을 한 뒤에도 자신의 여력을 무죄임을 입증하기 위한 노력에 쏟아 붓는 동생과 세상에 하나 있는 어린 딸에게 우리 아버지는 일급 살인범이었다 라는 오명을 남긴 그들의 모습을 보면서 正義에 대해 다시금 생각하게 한다.


비록 이들은 그 오랜 시간을 지탱하며 견뎌내긴 했지만 그들을 이 지경으로 몰아넣은 그 사람은 면죄를 받았다는 엔딩 자막을 보면서 한숨이 나왔다. 다시 앞으로 돌아가, 몇 개의 전과가 있다는 이유로 동네에서 일만 터지면 경찰들은 남자에게 수갑부터 채워 연행해가고, 어린 시절 거의 방치하다시피 커온 남매에게 이런 일의 반복은 일종의 통과의례 정도로 여겨진 모양이다. 하지만 끔찍한 살인사건의 용의자라니. 하지만 죄 없는 자에게 죄를 뒤집어 씌운 건 그 끔찍한 살인사건 이상으로 끔찍한 범죄행위가 아닌가.


살인사건은 80년대 초반에 벌어진 일이고 당시엔 DNA 검사같은 건 없이 그냥 혈액형만 맞으면 유력한 용의자로 체포부터 하고 보니, 이 남자 말고도 많은 사람들이 진범이 아닐 수도 있었다고 한다. 그럼 자신은 범인이 아님을 스스로가 잘 알고 있음에도 징역살이를 하고 있단 말인가. 영화에선 남자의 공권력에 대한 불신이 극에 달한 상황을 묘사한다. 경찰은 물론이고 DNA검사관도 믿을 수 없다고 했다. 결과가 음성이라고 해도 무슨 수를 써서라도 자신을 진범으로 엮어 넣을 것이라고. 오랜 수감생활 끝에 오는 강박이 아닐까 싶었다.


영화 말미 이런 대사가 나온다. 만약 남자가 무죄로 풀려 나온다면 그건 또 다른 사람이 잘못된 판단을 한 것을 인정하게 되는 것이고, 그들은 결코 그런 인정을 쉽게 하지 않을 것이라는. 석방이 자꾸 뒤로 미뤄지는 과정에선 여러 가지 추측이 가능했다. 남자가 알고 있는 어떤 진실이 있거나 혹은 누군가가 개입을 하고 있거나. 이미 다 커버린 아이들이 이런 이야기를 한다. 엄마가 삼촌의 석방을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희생하는 모습을 보면서 형도 자신을 위해 그럴 수 있냐고, 형은 그렇게 하지 못한다는 말을 하지 않았다. 그 말로 표현하지 못한 긍정의 힘이 이들 가족에게 전해졌다.


누군가를 위해, 자신을 포기할 수 있다는 말 결코 쉽지 않다. 호수를 보며 자신의 이름을 앞에 붙여야 겠다며 옥신각신하는 이들 남매의 뒷모습이 예사롭지 않아 보였다. 그게 피붙이가 아닌가 싶다. 특히나 요즘 같이 각박한 세상에. 엔딩 크리딧에 이 영화의 실제 인물들이 사진이 보였다. 환하게 웃는 모습을 보니 아마 석방 즈음의 모습인 모양이다.

 

 

 

    장르   드라마

    수입   아이비젼 

    배급   시너지하우스

 

 

 

 

 

 

 

 


컨빅션 (2013)

Conviction 
9.1
감독
토니 골드윈
출연
힐러리 스웽크, 샘 록웰, 미니 드라이버, 멜리사 레오, 피터 갤러허
정보
드라마 | 미국 | 107 분 | 2013-01-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