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울충만 리뷰/[영화평Ⅰ]요즘 영화리뷰

영화 바람의 검심 - 칼잡이, 사람 살리는 칼을 쥐다.

효준선생 2013. 1. 5. 02:41

 

 

 

 

   한 줄 소감 : 역날검의 의미를 되새겨보았으면 좋겠다. 언제나 승자가 될 수 없듯이

 

 

 

 

한때는 정말 잘 나가던 사람이 있었다. 동종업계 모두가 부러워할 만 실력의 소유자다. 하지만 시대가 더 이상 그가 가진 재능을 필요로 하지 않게 되면서 그는 어느덧 잊혀진 인물이 되고 말았다. 소위 잘나가는 직업을 가진 사람들에겐 분명 위기가 닥치곤 한다. 왜냐하면 잘나간다는 건, 못나간다는 것의 반댓말이기 때문이다. 올라갈 때는 흥겨워했지만 내려갈 때는 가속도가 붙어 주체할 수 없을 정도가 된다. 그런데 잊혀졌던 인물이 다시 세상에 등장해 자신의 진면목을 보여줄 때가 왔다. 세상이 바뀐 줄로만 알았건만, 그게 아니었던 모양이다. 


영화 바람의 검심은 요즘 한국에서 화두가 되고 있는 경제민주화의 핵심과 많이 닮아있다. 19세기 중엽, 일본은 사무라이들의 천국이었다. 서로를 죽이며 자신의 존재감을 내세우던 시절, 그들에게 무서운 건 없었다. 그들에겐 날카로운 검과 도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오래지 않아 정치적 변혁이라고 할 수 있는 메이지 유신이 닥치면서 더 이상 사무라이니, 닌자니 하는 구 시대 유물적 존재는 그 가치를 잃어버리게 되었다. 하지만 어려서부터 배운 거라고는 칼 휘두르는 것 밖에 할 수 없는 그들의 선택지는 세 가지였다. 하나는 관직으로 들어가 근대 경찰이 되는 것, 또하나는 돈 많은 부잣집에 들어가 호위무사가 되거나 식객이 되는 것, 그리고 마지막 하나는 강호를 떠돌며 주유천하를 하는 것. 영화에선 이 세가지 버전으로 전화된 전직 사무라이들의 이야기가 자못 흥미롭게 펼쳐진다.


막부가 붕괴된 뒤, 관료의 힘을 빌어 졸부가 된 자들에겐, 더 이상 무서운 게 없었다. 그저 열심히 돈을 버는데 혈안이 되어 있고 설사 그 돈벌이 수단이 아편같은 마약이라고 해도 상관할 바 아니었다. 변혁은 세상의 많은 것들을 붕괴하거나 전복시킨다. 대대로 의원을 하던 집의 여식은 돈 많은 부자의 여자가 되어 아편 제조법을 알려주며 연명하고, 도장을 운영하던 집의 여식은 덩그러니 남은 도장을 지키기 위해 긴장의 끈을 놓지 않고 살고 있다.


주인공은 단연코 전설의 칼잡이 히무라 켄신이지만 문제의 제공자는 악덕 졸부 간류다. 그는 아편을 만들어 팔며 축재를 하고, 마음에 들지 않으면 전직 사무라이들을 고용해 사람목숨을 파리목숨 다루듯 하곤 했다. 그런 그와 맞설 수 있는 유일한 인물이 켄신이지만 그는 과거의 자신과 단절하기 위해 역날검을 들고 다닌다. 그 칼은 칼날이 자신을 향해 있어 공격을 하기 어려운 형태다. 적의 공격을 막아내거나 자결용으로 보는 편이 타당하다. 그는 입만 열면 사람을 살리는 칼이라고 하는데, 그래서인지 그는 쉽게 상대의 목숨을 거두려고 하지는 않았다. 물론 그 때문에 다치는 사람도 많아지고, 간류의 음모는 더 많은 사람들에게 고통을 주었다.


만약 간류의 캐릭터가 오늘날 재벌들의 자기 욕심차리기에 준한다면 켄신은 어떤 인물이 적당할까? 정치권력을 주무르는 경제권력이라면 정말 켄신 정도의 칼잡이가 나타나야 해결이 가능할 걸까? 켄신이라는 캐릭터 자체가 살인병기였던 인물이 모종의 사건을 겪으며 개과천선한 인물이라는 설정인데, 그 때문에 벌어지는 여러 가지 에피소드들은 진정한 실력자가 제 모습을 드러내려는 과정과 맞닿아 있어 시사성을 띤다.


사람을 살리는 법을 최전선에 내세우며 옳은 세상을 꿈꾸는 바람의 검심, 그의 바람대로 세상 사람 모두가 함께 욕심내지 않고 잘 살 수 있는 그 때가 도래할 수 있을까? 두 명의 청순파 여배우의 비주얼이 내내 기억 속에서 아른거린다. 그녀들의 기구한 사연도 들어볼 만 했으니, 이 영화는 과거의 사연과 현재의 액션이 잘 버무려진 기대작이라 할 수 있다. 

 

 

 

 

  장르  액션

  수입  도키 엔터테인먼트

  배급  도키 엔터테인먼트/예지림 엔터테인먼트

  홍보  무비앤 아이 / 클루시안

 

 

 

 

 

 

 

 

 

 

 

 

 

 

 

 


바람의 검심 (2013)

7.8
감독
오오토모 케이시
출연
사토 타케루, 타케이 에미, 킷카와 코지, 아오이 유우, 아오키 무네타카
정보
액션, 시대극 | 일본 | 134 분 | 2013-01-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