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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클라우드 아틀라스 - 당신의 전생은 무엇이었습니까?

효준선생 2013. 1. 4. 01:30

 

 

 

 

 

 

  한 줄 소감 : 메시지 충만하고, 볼거리도 적지 않다. 배두나가 들러리가 아닌 핵심이라는 사실이 좋다.

 

 

 

 

 

최근 개봉 예정영화들의 러닝타임이 장난이 아니다. 그 중에서도 영화 클라우드 아틀라스의 경우 172분을 찍었다. 도대체 무슨 이야기를 담았길래 이리 오랜 시간 관객의 시선을 잡아두려는 걸까 궁금했고 그 뚜껑이 열렸다. 보고 난 뒤, 그럴 수 밖에 없었다는 느낌이다.


영화 클라우드 아틀라스를 관통하는 키워드는 다음과 같다. 데쟈뷰, 윤회와 전생, 평행이론, 과거와 미래는 결코 다름이 아니라 일정한 흐름이다. 여러 배우와 카운터 파트너, 그리고 헬퍼등이 시대별로 나누어 등장하지만 결국 이들은 하나, 혹은 둘 셋이다. 거죽은 비록 다르지만 속내는 같다. 본인이 구체적으로 인지하지 못하고 있을 뿐이다. 이 영화는 3인칭 시점에서 말을 하고 있지만 어찌보면 스스로의 잠재의식 속에서 과거, 혹은 미래의 자신들에게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지나간 미래”, “아직 오지 않은 과거”라고 하면 궤변으로 들리지만 이 영화에선 이런 가정이 결코 말장난으로 들리지 않는다. 모두 여섯 개의 스토리는 각각의 시대로 나누어 진행된다. 가장 이른 시기는 1849년의 망망대해를 항해중인 배안에서의 백인 변호사와 도망친 흑인 노예이며, 이어 1936년의 동성애에 빠진 천재 작곡가, 1973년 핵발전소의 비리를 캐려는 여기자, 2012년 책을 내서 돈을 벌었다가 졸지에 형이 운영하는 요양원에 감금되다시피한 어느 늙은 출판인, 2144년 미래의 서울을 배경으로 유흥업소에서 일하는 젊은 여자, 마지막으로 2341년 황폐화가 된 지구에서 식인종과 환청에 시달리는 남자의 이야기가 이 영화의 전부다. 하나 하나 떼어서 놓고 보면 한 편의 영화로도 만들어질 법한 내용들이 마치 용광로에 집어넣어 단단한 成塊가 되는 형태와 닮은 구조다.


이런 비선형적 구조에 익숙해지지 않은 초반부는 도대체 무슨 이야기를 하려는 건지 다소 혼미스러웠다. 그러나 이야기의 가닥이 하나로 모이고 그것들이 시대만 바꿔가며 거의 동일한 움직임으로 수렴되면서 영화의 본질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각각의 배역은 인물만 다소 다를 뿐이고 전생의, 혹은 내세의 그(그녀)로 대입되었다. 그 과정의 몰입도는 대단했다. 이 지점에서 중요한 포인트가 하나 있는데, 그건 현재 인간이 가지고 있는 인종, 성별, 연령, 출신지에 대한 일종의 편견들이 산산이 깨지는 쾌감 같은 것이 느껴진다는 점이다. 영화 초반부엔 아주 노골적으로 흑인에 대한 비하발언이 난무하고 미래 사회에서 백인 남성들은 유흥업소에서 동양권 여성들이 대다수인 여종업원에게 치근대는 모습도 보인다. 이런 망언, 망발에 가까운 의도는 후반부에 자연스레 해소가 되고 지금의 당신도 전생, 혹은 내세에는 피해자가 될 수 있음을 상기시킨다.

 

 


하지만 이 영화를 돋보이게 하는 결정적 역할은 나름 이름값 하는 배우들이 이미지를 해칠만한 분장에 개의치 않고 참여했다는 데 있다. 엔딩 크리딧에는 이들 배우가 다양한 역할을 하기 위해 분장한 모습이 잡히고 한 명의 배우가 많게는 여섯 개의 캐릭터로 등장하는 모습도 확인할 수 있다. 개중엔 누군지 알아 볼 수 없을 정도여서 영상을 보면, 마치 마술의 비법을 알게 된 이후처럼 자연스레 탄성과 환호가 나왔다.


또 하나 한국 배우 배두나는 이 영화에서 굵은 줄기 중의 하나인 손미로 등장하며 배경으로 박혀있는 한글과 간헐적으로 들리는 한국어는 헐리웃에서 온 영화라는 사실을 깜박할 정도로 생경하게 느껴졌다. 미래의 서울의 모습이 다소 왜색적이라는 지적도 있지만 아무래도 서양 감독들의 눈에 비친 동양권 문화에 대한 이해부족을 양해했으면 하는 바람과 그게 반드시 왜색만의 것이라는 주장도 설득력은 별로 없어 보인다. 우리가 서구 각국의 고유문화를 100% 구분하지 못하는 것과 마찬가지 아니겠는가 설사 그것 때문에 이 영화를 고의적으로 폄훼하고 배척할 만큼 편협한 사고로부터 유연해질 때도 되지 않았나. 다다미방을 연상케하는 공간과 벚꽃이 보인다는 것으로 이 영화의 전체맥락을 놓치는 우를 범할 필요는 없다.

 

 

 

여러 개의 산만한 이야기가 윤회라는 과정을 통해 하나의 이야기로 수렴되는 과정이 마치 씨줄과 날줄을 엮어 하나의 패브릭을 만들어 내는 듯한 효과가 인상적인 영화 클라우드 아틀라스, 극중에서 천재 작곡가가 테마곡으로 만든 연주곡 클라우드 아틀라스 6중주도 따로 찾아보고 싶을 정도로 귀에 감긴다.


지금으로부터 몇 백 년 전, 지금의 나와 비슷한 사고를 하고 비슷한 행위를 하면서 살았던 사람이 존재할 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미치자, 그럼 그때의 그가 미래의 나를 어떻게 여길까 하니, 대충 살아서는 안 될 것 같은 기분이 든다. 내가 내세의 나에게 일종의 기대감을 가지고 있는 것처럼. (양진석의 씨네필 소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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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라우드 아틀라스 (2013)

Cloud Atlas 
8
감독
앤디 워쇼스키, 라나 워쇼스키, 톰 티크베어
출연
톰 행크스, 휴 그랜트, 할 베리, 배두나, 짐 스터게스
정보
SF, 액션 | 미국 | 172 분 | 2013-01-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