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울충만 리뷰/[영화평Ⅰ]요즘 영화리뷰

영화 잊혀진 꿈의 동굴 - 구석기에 살던 이들과 벽화로 교감하다

효준선생 2013. 1. 3. 00:14

 

 

 

 

 

   한 줄 소감 :  책을 통해 선인들의 지혜를 얻고 동굴 벽화를 통해 문명의 기원을 접하다

 

 

 

 

대학 교양과목으로 지리학 개론 수업을 들은 적이 있다. 당시 강의를 맡은 교수는 한국에서 동굴연구로 일가견이 있던 분인데 한 학기 동안 상당부분을 동굴 과 관련된 이야기를 해서 같이 수업을 들었던 학생들끼리는 동굴학 개론을 들었다며 낄낄거렸던 기억이 난다.


사실 서울에서만 나고 자란 터라 유명하다 못해 관광지가 된 몇몇 동굴을 둘러보는 것 말고 진정한 의미의 동굴은 거의 만나보지 못한 셈이다. 중국에 갔을때 오지에 감춰진 동굴을 보면서 그 크기와 규모에 압도당한 바 있지만 교과서에 나온 종유석이니 석순이니 하는 것들을 멀리서 바라보며 대조했다는 기분말고는 그 감흥은 쉽사리 찾을 수 없었다.


1994년 프랑스 남부의 어느 협곡에서 그동안 단 한번도 속살을 드러내지 않은 동굴 하나가 발견되었다. 탐험대장의 이름을 따서 쇼베동굴이라 명명된 그곳으로 베르너 헤어조크 감독은 카메라를 메고 출동했다. 우리 앞에 다큐 영화 잊혀진 꿈의 동굴은 그렇게 등장했다. 이 영화의 배경이 된 쇼베동굴이 대단한 이유가 이 영화를 봐야하는 주요 지향점이 되는데 그건 자연 그대로의 동굴때문이 아니다. 어쩌면 그 정도 신비로움을 간직한 동굴이라면 다른 나라 다른 곳에도 있을 것이다. 그런데 바로 그 동굴에 수만 년 전 선조들의 손길이 기록되어 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서 쇼베동굴은 1994년 인류에 의해 발견된 것이 아니라 누군가의 거처였던, 혹은 화실이었던 그곳이 오랜 시간 봉인된 채 존재하다 아주 우연히 눈에 띄었을 뿐이다. 

 

전문가들은 이들 벽화의 주인들은 구석기 시대를 살았던 인물들로 추정하고 있다. 생각해보면 근세기의 유명한 화가들이 타계를 하고 나면 그들의 손길이 닿은 작품들이 수 억원을 호가하는 데 지금으로부터 수만 년 전 인류의 작품이면 도대체 그 가치는 돈으로 환산이나 가능하겠는가.


동굴 속 벽화를 영상으로 담는 작업은 지난했다. 벽화의 특성상 사람들의 입김과 체온, 카메라 불빛등은 독이 된다. 그걸 알고 있기에 사전에 철저한 통제가 있었고 어쩌면 다시는 쇼베동굴안의 벽화는 영상으로 옮겨질 수 없을 지도 모른다. 그렇기에 단 한번 구경할 수 있는 그 벽화들을 눈으로 보면서 놀라웠던 것은 그 그림들이 마치 어제 누군가가 그려놓고 간 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선명했다. 목탄으로 쓱쓱 그려놓은 동물들의 그림들은 지금이라도 벽에서 튀어 나올 것 같이 생동감있게 보였으며, 다리를 여러 개로 그려놓은 것은 당시 사람들이 움직이는 동물을 입체감있게 그리려는 시도로 보인다. 다시 말해 지금 우리가 보는 영화의 源流라고 보면 옳을 것 같다.


자연은 위대하고 그 자연을 어떻게 활용하는 지에 따라 문화는 풍성하거나 쇠약해질 것이다. 만약 쇼베동굴의 벽화를 돈벌이 수단으로 보았다면, 돈을 내고 들어가 수많은 사람들이 둘러보고 사진찍고 기념품 사면 되는 곳이 될 수도 있었다. 이번에 영화 잊혀진 꿈의 동굴을 통해 인류의 문화 유산을 구경한 것은 소중한 기회지만 가능하다면 이곳은 다시 세월 속으로 봉인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언젠가 아주 오랜 시간이 흘러 후손들에게 서프라이즈한 발견의 기쁨을 선사할테니 말이다. (양진석의 씨네필 소울)


 

 

   장르  탐사다큐멘터리

   수입/배급  그린나래미디어

   홍보/마케팅  스몰빌/프리비젼 

 

 

 

 

 

 

 

 


잊혀진 꿈의 동굴 (2013)

Cave of Forgotten Dreams 
8.5
감독
베르너 헤어조크
출연
베르너 헤어조크
정보
다큐멘터리 | 캐나다, 미국, 프랑스, 독일, 영국 | 90 분 | 2013-01-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