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울충만 리뷰/[영화평Ⅰ]요즘 영화리뷰

영화 로얄 어페어 - 세상을 바꿀뻔 했던 황실 스캔들

효준선생 2013. 1. 1. 08:00

 

 

 

 

 

  한 줄 소감: 내가 만약 덴마크 사람이라면 이 남자에게 어떤 느낌을 갖고 있을까

 

 

 

 

 

황제는 하늘이 내린다고 하지만 그건 자수성가한 황제에게나 해당되는 말이다. 아버지가 어렵사리 새로운 나라를 만들어 놓았건만 어리석기 짝이 없는 후손들이 나라를 말아먹은 경우는 동서양을 막론하고 부지기수다. 권력에 눈이 멀어 형제자매와 개국공신들을 죄다 살육하거나 온실 속 화초처럼 자라나 위기대처능력이 현저히 떨어지거나 혹은 근친으로 인해 선천적으로 정신과 육체에 다소 문제가 있는 경우도 있었다. 물론 그 옛날엔 지금과 달리 질병 치료가 원활치 못한 점도 있다보니 어린 시절 잔병치레에 적절하게 대응하지 못하는 바람에 덜 떨어진 아이도 다음 황제의 자리에 예약되어 있었다.

 

그러나 어쩌겠는가 바보 천치가 왕세자라도 그 밖에 없으면 어쩔 수 없는 것이니 문제는 황제의 자리에 오른 뒤에 발생하곤 한다. 왕세자로 있을 때야 든든한 믿을 맨이 있으니 큰 일은 아니지만 혼자 국정을 책임져야 함에도 엉뚱한 짓만 골라 하고 있으니 충신은 충신대로 간신은 간신대로 속이 터질 일이다.

 

 

 

 

 

영화 로얄 어페어의 배경은 18세기 중반 덴마크다. 지금은 유틀란트 반도와 부속 도서로 강역이 축소되었지만 당시엔 지금의 북부 독일 대부분을 차지할 정도로 북유럽의 강국이었다. 영국 황실의 처자인 캐롤라인이 덴마크로 시집을 온 이유도 실상은 프랑스를 견제하기 위한 영-덴 간의 결혼동맹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문제는 덴마크의 왕으로 등극한 크리스티안 7세가 약간의 정서불안 증세를 앓고 있는데, 성장과정에서의 문제가 가치관 형성에 영향을 주었다는 얘기가 있다. 영화에서 그는 황실을 벗어나 유곽에서 창녀들과 몸을 섞고 국사엔 손도 대지 않은 채 심지어 1년동안 유럽여행을 다녀오기까지 했다. 이 과정에서 왕비는 혼자 어린 아들을 키우고 자기가 왜 이런 곳에 와서 독수공방을 해야하나 싶어 우울했을 게 뻔했다. 영화의 재미는 왕의 주치의인 요한 스투르엔시가 등장하면서 부터다. 그는 왕이 하는 일에 결코 반대하지 않았다. 하고픈 대로 하도록 내버려두었고 점차 신뢰의 관계가 되면서 덴마크의 정책에서 서서히 변화가 일기 시작했다. 그런데 이 남자는 독일인이다. 당시로서는 덴마크의 식민지라고 할 수 있는 함부르크 출신으로 덴마크 戚臣들의 입장에선 굴러온 돌이나 다름없는 셈이었다. 그러니 그가 자신의 주관대로 개혁의 기치를 들어올리기 위해 지원군이 필요했고 바로 왕비가 눈에 들었다.

 

왕비는 처음부터 그가 마음에 들었던 것 아니었다. 둘을 하나로 이어준 계기는 아이러니하게도 덴마크에서는 금서로 지정된 일련의 철학서적들 때문이었다. 요한의 방에서 발견된 루소의 책이 그녀에겐 눈 앞의 섬광처럼 느껴졌다. 어쩌면 이 남자 자기와 말이 통할 수도 있겠다는 희망...

 

 

 

 

 

 

따지고 보면 왕비도 주치의도 이방인이다. 그들이 보는 덴마크의 염증은 현지인들이 보는 것과는 달랐을 것이다. 예를 들어 당시 유럽을 강타했던 천연두를 막기위한 일련의 조치, 보육원의 설치, 검열의 폐지등은 당시로서는 혁신적인 복지와 언론정책이었던 셈이다. 설사 그들이 남녀관계로 발전되며 슬하에 딸까지 두었지만 왕과 왕비 그리고 주치의 세 사람이 의기투합해 마련해 놓은 여러 가지 정책들은 덴마크를 이웃국가 보다 한 발짝 더 앞서갈 수 있는 토대가 될 수 있었다. 하지만 이들의 움직임을 호시탐탐 노려본 세력들에 의해 결국 파국을 맞고 만다.


여기까지만 보면 야사같은 느낌도 들지만 모두 실화라고 하니, 지금의 덴마크 사람들이 요한 스투루엔시에 대한 好惡가 분명한 것도 무리는 아닌 듯 싶었다. 이 영화는 무엇보다 세 사람의 연기가 탁월하다 말할 수 있는데, 소재가 주는 비범함을 이들은 절제된 연기로 소화해냈다. 평소엔 듣기 어려운 덴마크어로 대사가 나옴에도 그렇게 귀에 거슬리지도 않았으며 원시림에 가까운 당시 풍광에 눈이 시원해짐을 느끼게 된다.

 

 

 

 

 

 

이 영화는 왕비의 편지로 시작해 엔딩에 이르면 그 편지가 왕비의 아들과 딸에게 전해진다. 한발 먼저 시작했던 덴마크의 개혁이 중단없이 추진되었다면 지금의 덴마크는 좀 더 큰 땅덩어리와 좀 더 큰 목소리를 갖고 있을지도 모른다. 자기들의 권력욕만 챙기려 하다 개혁의 바람을 덮어버린 수구세력의 모습이 잔상으로 남았다.  

 

 

 

   수입: SG픽쳐스, 화인픽쳐스, 배급 마케팅: 화인픽쳐스

   2012년 베를린 영화제 은곰상 : 남우주연, 각본상 수상,: 매즈 미켈슨(요한 스투르엔시)은 영화 더 헌트로 조만간 다시 만난다네요

 

 

 

 

 

 

 


로얄어페어 (2012)

A Royal Affair 
9.6
감독
니콜라이 아르셀
출연
알리시아 빈칸데르, 매즈 미켈슨, 미켈 푈스가르드, 다비드 덴시크, 트리네 뒤르홀름
정보
드라마, 로맨스/멜로 | 덴마크, 스웨덴, 체코, 독일 | 137 분 | 2012-12-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