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울충만 리뷰/[영화평Ⅰ]요즘 영화리뷰

영화 타워 - 내가 살아나가야 할 이유, 너를 살려야 하는 이유

효준선생 2012. 12. 30. 07:30

 

 

 

 

 

  한 줄 소감 : 살았으면 하는 사람들이 산 것 다행이고 죽었으면 했던 사람이 산 건 마음에 안든다.

 

 

 

 

 

 

 

 

 

어린 시절 클로버 문고라는 만화 단행본 시리즈가 있었는데 그 문고본 중에서 첫 번째가 바로 바벨 2세였다. 초등학생 때 접했던 그 만화책의 내용 중 가장 섬뜩했던 건 악당과의 혈투가 아닌 인간이 신의 영역에 도전하기 위해 탑을 쌓아 올렸고 신은 인간의 오만함을 징벌하기 위해 탑을 뭉개버렸다는 이야기였다. 어린 시절 기억 속에 각인되었던 그 내용때문인지 몰라도 난 지금도 높은 고층 빌딩은 정말 안 좋아한다. 주상 복합아파트 펜트 하우스에서 살면서 흐뭇해 하는 졸부들을 보면 대단하다는 생각이다. 결코 부럽지 않는. 인간은 땅을 밟고 살아야 하는 줄 모르고 하늘에 매달려 살기를 스스로 청하고 원하고 있으니 어쩌 안그러겠나.

 

1977년 한국에서 개봉했던 미국 영화 타워링은 이듬해 개봉한 포세이돈 어드벤처와 더불어 재난 영화의 바이블이라는 평을 받으며 수도 없이 브라운 관을 채웠던 기억이 난다. 꼬맹이 시절 이불을 뒤집어 쓰고 아버지와 무서워 소리를 연발하며 보던 때가 생각이 난다. 이런 기억들이 오래 잠재할 수 있던 건 그만큼 재해, 재난과 관련된 이미지들이 주는 충격이 강하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외상후 스트레스라는 말이 흔해져서 보통 다 알고 있는 단어가 되었다. 압축 성장을 이룬 나라에서 빈번하게 발생하는 인재에 해당하는 각종 붕괴사건과 지진, 해일, 화산 폭발등 자연재해로 인해 엄청난 충격을 받은 후 일어나는 일종의 정신적 질환. 영화 타워를 보면서 함께 떠올려보았던 것들이다.


영화 타워가 잘 나가는 가장 중요한 포인트는 현실적으로 일어날 수 없는 불가능한 괴물 판타지와 길 건너 빌딩에서 일어날 수도 있는 가능성에 관객들은 호응을 하는 것이 아닐까 싶다. 특히 메가시티 서울, 땅덩어리 좁은 이곳에 우후죽순 들어서는 마천루들. 높은 것을 짓는 게 마치 무슨 권세나 되는 양 하늘 무서운 줄 모르고 올라가는 빌딩 숲 사이에서 사람들은 숨을 쉬지 못한다. 그러니 저 건물이 무너지면 길 건너 내가 사는 곳까지 영향을 끼치지나 않을까 싶을텐데, 그런 마음이 어느 정도 투영된 것 같다.

 

 

 

 

이 두 사람은 죽이지(?) 않기를 정말 바랬다.

 

 

그런 곳에서 오래 살 생각은 전혀 없지만 간혹 호텔 밥도 먹을 수 있고 친구 만나 커피 한잔 할 수도 있지 않을까? 영화 타워는 바로 그 공간에서 벌어진 하룻밤의 비극적 이야기다. 영화 초반, 30분 동안 주요인물들의 프로필을 소개하는데 할애한다. 그리고 노골적이지는 않지만 누가 죽고 누가 살 수 있는지 넌지시 힌트도 준다. 그리고 터지는 본격적인 엑소더스.


크리스마스 이브날 눈이 오게 만들기 위해 무리하게 헬기를 띄운 빌딩 오너의 욕심 때문에 시작된 지옥같은 시간들은 고층 건물에서 사는 걸 권력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나 부잣집 개의 똥을 치우는 청소부 아줌마나 주방에서 칼질하는 종업원들이나 마찬가지로 적용된다. 그러나 슬프게도 구해내야 할 사람들은 우선 순위가 정해져 있고, 또 누군가들은 구조라는 의무에서 자유롭지 못한 채 목숨을 걸어야 한다.

 

 

 

 

 

 

 

스케일이 크고 위험하다 보니 컴퓨터 그래픽 처리가 많이 들어가고 공간이동의 점프 컷들이 다소 편의적이지만 이 정도 퀄리티의 어드벤처 영화라면 또 하나의 재난 극복 영화를 기대해봐도 좋을 것 같다. 이 영화의 장점은 무엇보다 시간이 잘간다는 점이고 살기를 바라는 사람이 九死一生이라면 그 감동이 설사 신파적이라도 족히 눈물 한 방울 정도를 흘려줄 아량은 있다. 주인공 모두가 다 살 수 없다는 건 눈치 챘지만 그래도 비명에 간 그들의 명복을 빈다. 영화 속 그들뿐 아닌 실제의 그들(의용 소방대원) 말이다.

 

 

 

 

 


타워 (2012)

The Tower 
7
감독
김지훈
출연
설경구, 손예진, 김상경, 김인권, 도지한
정보
드라마 | 한국 | 121 분 | 2012-12-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