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울충만 리뷰/[영화평Ⅰ]요즘 영화리뷰

영화 청출어람 - 좋은 스승 밑에 좋은 제자가 나오는 법

효준선생 2012. 12. 29. 07:30

 

 

 

 

 

 

    한 줄 소감 : "그냥 가게 놔두란 말이지"라는 말이 가슴에 와 닿는다.

 

 

 

박찬욱, 박찬경 형제 감독의 연작 시리즈중 신작이 선을 보였다. 영화 청출어람이 그것이다. 판소리를 배우는 소녀와 스승의 에피소드 한 자락으로 18분의 러닝타임을 채우는데 워낙 짧은 영화인지라 작은 추임새나 대사 하나에 포함된 은유를 파악하려면 최소 두 세 번은 봐야 한다.


경주 남산 어디쯤으로 추정되는 곳으로 찾아 들어가는 두 사람, 소녀는 경연대회에서 겨우 3등을 했다면 울먹거리고 백발의 스승은 웃옷을 벗어 소녀에게 입혀준다. 맥없이 울어버리는 통에 산행에 나섰던 사람들은 그들을 이상한 눈빛으로 쳐다보고 스승은 발길을 재촉하며 목적지인 마애석불 앞으로 가자고 한다.


영화 제목인 청출어람은 중국 철학자인 荀子의 勸學편에서 나온 문장 중 한 구절이다. 푸른색은 쪽빛에서 나왔지만 더 푸르며 얼음은 물에서 나왔지만 더 차갑다라는 의미다. 다시 말해 배우는 제자라도 열심히 하면 스승을 능가할 수 있는 실력을 쌓을 수 있다는 말이며 스승에게도 자신의 실력을 앞선 제자가 문하에 있다는 건 고래로 자랑거리였던 셈이다. 간혹 가다 스승의 이런 마음을 헤아리지 못한 채 스승을 욕보이거나 혹은 제자의 논문을 제 것인 양 도적질 하는 교수들을 보면 한심하기 짝이 없다.


스승은 산에 오르다 말고 나한테 남은 건 너밖에 없다는 말로 자신의 입지를 대신한다. 어쩌면 그는 오늘이 마지막 전수라는 마음으로 산행에 나섰는지도 모를 일이다. 이들의 행동을 보면 그도 그럴 것같은 느낌이 들었다. 마지막 한 소절을 부르며 등을 돌린 소녀, 스승의 羽化에도 그다지 놀라지도 않고 사철가를 읊조리며 혼자 하산하는 그녀의 모습에서 청출어람이 어떤 뜻으로 반영되었나 궁금해졌다.

 

소녀는 마애석불 앞에서 새타령과 심청가의 한 소절을 뽑았다. 잘 부르는데도 스승은 타박이다. 스승은 늘 그러하다. 자만하지 않도록 연습에 연습을 시키는 것이다. 제 한 몸이 다 스러져가는 것도 모른 채... 師表가 죄다 무너진 요즘이라고 한다. 그런 이유로 자신의 재주를 알아봐주는 스승이 있다는 건 누구든 행복이다.


영화를 보면서 어쩌면 스승은 원래 없는 존재인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잠시 해보았다. 늘 소녀는 혼자 이곳에 와서 소리를 뽑았고 늘 그랬듯 혼자 산을 내려갔다는 가정. 그런 가정이 불가능한 것도 아닌 것 같다.


영화에서 스승을 맡은 송강호는 백발노인으로 나오고 오디션을 거쳐 선발된 전효정이 제자로 나온다. 참, 소녀가 들고 다니는 백은 눈길이 가는 아이템이다. 그 작은 백안에서 사과, 거울, 화장품, 겨울용 파커와 북이 나온다. 눈여겨 볼만한 것들이다. 아무래도 스포츠 의류 전문회사와의 콜라보레이션의 결과물인 듯 하다. 이 영화는 해당 회사의 홈페이지등에서 관람이 가능하다.  

 

 

 

 

 

 

 

 


청출어람 (2012)

9.6
감독
박찬욱, 박찬경
출연
송강호, 전효정
정보
드라마, 판타지 | 한국 | 18 분 | 2012-12-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