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울충만 리뷰/[영화평Ⅰ]요즘 영화리뷰

영화 누나 - 누군가에게 쓸모있는 사람으로 기억되기

효준선생 2012. 12. 28. 07:30

 

 

 

 

 

 

   한 줄 소감 : 누군가에게 도움의 손길을 내밀지 못할 정도이기에..

 

 

 

 

 

10년전 남동생이 자기를 구하려다 물에 빠져 죽는 바람에 졸지에 쓸모 없는 자식이 되어 버렸다는 자괴감에 매몰되어 사는 여자가 있다. 그 이후로 비가 오는 날엔 한발짝도 집 밖으로 나서지 못한다. 이혼한 엄마는 와병중이고 수술비를 마련하지 못한 채 학교 후배를 상대로 삥이나 뜯으며 사는 고3 남학생도 있다.


영화 누나는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는 두 남녀의 만남이 스스로에게 어떤 모습의 치유작용으로 승화할 수 있는지 작은 해법을 모색하고 있다. 그리고 그 과정에 특정 종교에서 말하는, 그들도 기도하면 구원받을 수 있는가에 대한 질문과 일정부분의 해답까지 내리고 있다.


영화의 시작은 좀 모호했다. 아무리 동생 덕에 목숨을 건졌다고 해도 10년 동안 술에 취한 아버지에게 몽둥이로 맞고 사는 여자가 있을까 싶기도 하고 백주 대낮에 커터칼로 지나가는 여자의 돈을 갈취하는 남자를 다시 만나고도 별다른 감정의 변화를 보이지 않는 것도 희한했다. 마치 그녀는 과거의 한 순간에 딱 고정된 채 몸만 어른이 된 건 아닌가 싶기도 했다.


두 사람의 만남은 그런 이유에서 좀 아이러니 했다. 학교에서 학생과 급식소 직원으로 만난두 사람이 여자의 소심한 복수끝에 어느새 가까워졌음을 암시하고, 그러는 사이에 이미 오래전에 상실한 동생의 자리를 채울 대체제를 그에게서 찾은 듯한 모습을 보인다. 영화에선 두 남녀의 만남과 트라우마의 극복을 선결과제로 제시하고 있지만 오히려 주방장으로 나온 여자의 캐릭터에서 보다 깊은 구원의 모습을 보았다.


자신이 운전하던 차에서 사고로 죽은 아들을 못 잊어 하며 수시로 기도를 올리는 그녀, 간혹 학교 뒷켠 파이프에다 대고 소리를 지르며 막힌 속을 뚫는 자기만의 스트레스 해소방법, 그리고 현실에 제대로 적응하지 못하는 윤희에게 그침없이 다가서려는 모습이 어쩌면 그녀가 구원자로 나선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었다.


다시 여자와 남자의 이야기로 돌아와 어색한 만남이 이뤄진 뒤 그들이 해야 할 일은 과거의 트라우마를 깨는 것과 돌아가신 엄마의 그림자를 지우는 것이었다. 그 부분이 어느 한 장면에서 합일이 되었으면 좋았을 텐데, 여자는 여자의 방식대로 폭력의 시해자인 아버지와의 구원을 푸는 것으로, 남자는 폭력에 의해 자상을 입고 새로운 삶을 사는 것으로 정리가 된다.


윤희는 영화초반에서 중반이 지나도록 단 한번도 밝은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아니 억지로라도 웃기는커녕 주변인과의 소통마저도 힘겨워했다. 영화 말미에서야 나름대로 화장을 하고 웃는 모습을 보이며 어느 정도 심리적 굴레에서 벗어난 듯한 모습을 보여준다. 구원은 타인에 의해 주어지는 것이 아닌 스스로가 마음의 병을 벗어버릴 수 있어야 진정 가능한 일이다. 이 영화에서 새로운 모습의 누나와 동생이 탄생함으로써 두 사람의 남겨진 자들이 구원을 받았음을 암시하는 건, 결국 자각에서 비롯된 것으로 봐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다. 

 

 

 

 

 

 

 

 

 


누나 (2013)

7.6
감독
이원식
출연
성유리, 이주승
정보
드라마 | 한국 | 103 분 | 2013-01-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