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울충만 리뷰/[영화평Ⅰ]요즘 영화리뷰

영화 다시, 뜨겁게 사랑하라 - 인연이란 정해진 걸까 정하는 걸까

효준선생 2012. 12. 25. 08:00

 

 

 

 

 

  한 줄 소감 : 위태로워 보이는 사랑앞에 인연이란 이름표를 하나 붙이다 

 

 

 

 

결혼할 딸이 있는 것으로 보아 그녀의 결혼 생활은 족히 25년은 될 듯 싶다. 남들은 은혼식이니 어쩌구 하는 마당에 오늘도 병원에 들러 항암치료 결과를 의사에게서 듣고도 마음 한 구석이 찝찝하다. 애써 아무일 없는 듯 집에 돌아오니 깜짝 놀랄만한 일이 벌어졌다. 남편의 외도. 그것도 같은 회사의 여직원이라니. 이다는 실망감을 감추지 못한 채 망연자실해 하고 있다.


필립은 덴마크에 와서 과일 무역업을 영위하고 있다. 장사가 그럭저럭 잘 되는 편이고 아들도 결혼한다고 하니 오래전 사별한 아내가 문득 생각나는 거 말고는 인생에 별로 부족함은 없어 보인다. 아들 녀석은 무슨 영문인지 이탈리아 촌구석까지 와서 결혼을 축하해달라고 하니 일단 좀 휴가를 가야겠다.


영화 다시, 뜨겁게 사랑하라는 2010년 인 어 베러 월드 라는 묵직한 메시지의 영화 연출을 맡았던 수잔 비에르의 작품이다. 덴마크 출신의 배우와 미국배우, 그리고 이탈리아 현지 배우들이 어울려 여러나라 언어가 마구 혼재되어 등장하는 예사롭지 않은 로맨틱 코미디다. 이 영화는 알고보니 사돈지간이었던 두 중년 남녀의 만남을 통해 진정한 사랑은 정말 시도 때도 찾아 올 수 있음을 상기시켜주는 레몬 액기스에 올리브 오일을 두어 방울 떨어뜨린 것 같은 영화다.


특히 풍광좋기로 소문난 이탈리아의 바닷가 마을을 원경으로 잡아낸 시퀀스가 자주 등장하는데 어찌 보면 절반 넘게 살아온 인생을 보여주는 것 같기도 하고, 사랑이란 나이와 관련없이 늘 마음을 들뜨게 한다는 걸 말해주려는 듯한 이미지도 오버랩된다.


영화의 대부분의 시간은 이탈리아의 시골마을에 자리잡은 이층집에서 보내게 된다. 이다와 필립의 딸과 아들의 혼례식이 있기 전까지의 여러 인물 군상들의 사랑전선이 반복되고, 정말 어울리지 않는 여러 커플들의 이야기가 덧붙여진다.


사랑은 자신들이 생각했던 것대로 진행되지 않음을 이들은 대변하고 있다. 설사 부부라는 타이틀을 달고 그렇게 오랜 시간을 함께 했음에도 공유할 수 없는 심리적 차이를 극복하지 못했을때 발생할 수 있는 일들, 죽을 지도 모르는 급박한 심리가 끼어들면서 누구에겐 사랑할 시간마저 사치처럼 느껴질 수도 있겠구나 싶어 안쓰럽기도 했다.


암환자로 나오는 이다는 삭발에 가발을 쓰고 나온다. 그리고 그녀의 머리카락이 조금씩 다시 나오는 장면에서 아직은 하늘이 그녀를 부르지 않는구나 싶어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지난 세월, 허수아비 같은 사랑을 했다면 얼마나 더 살 수 있을지 몰라도 이젠 좀 자신의 감정을 존중해줄 만한 사랑을 해야 하지 않겠는가.


세상 사람들은 인연도 아닌 걸 인연이라고 우기며 살거나 살려고 애를 쓰기도 한다. 영화에서 결혼을 앞둔 젊은 커플의 이야기도 그렇다. 사랑에 대한 확신도 없이 어떻게 결혼 직전까지 왔는지 모르지만, 그것이 영화의 재미를 위해 인위적인 장치라 할지라도 차라리 아닌 것 아닐때 그만두는 게 옳다고 본다.


이탈리아의 나폴리와 소렌토가 주요한 배경으로 등장하고 주인공들이 거니는 장소로 등장하는 고풍스런 골목등은 유럽 여행 한 번 할 기회가 생기면 여기에 가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게 한다. 

 

 

 

 

 

 

 

 

 

 

 


다시, 뜨겁게 사랑하라! (2013)

Love Is All You Need 
10
감독
수잔 비에르
출연
피어스 브로스넌, 트리네 뒤르홀름, 킴 보드니아, 파프리카 스틴, 스티나 에크블라드
정보
드라마 | 덴마크, 스웨덴, 이탈리아, 프랑스, 독일 | 116 분 | 2013-01-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