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울충만 리뷰/[영화평Ⅰ]요즘 영화리뷰

영화 레미제라블 - 세상은, 그래도 앞으로 나가야 한다

효준선생 2012. 12. 22. 08:00

 

 

 

 

 

 

   한 줄 소감 : 1830년대 프랑스만도 못한 2012년 대한민국을 感受하듯...

 

 

 

1815년 프랑스의 어느 감옥에서부터 이야기가 시작되는 영화 레미제라블은 문호 빅토르 위고의 동명소설을 영상으로 옮긴 올해 마지막 블록버스터다. 이 영화는 주인공인 장발장이 보호감호를 벗어나 타인을 위한 삶을 살기로 결심하고, 이어 수양딸인 코제트가 성인이 되는 시점까지를 조명하고 있다. 물론 장발장과 주요 인물들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전개하지만 주요한 정서는 당시의 프랑스를 검게 물들인 사회적 혼란과 그 안에서 죽지 못해 사는 하층민의 삶을 그리는데 있었다.


화면을 꽉 채우는 범선을 죄수들의 인력을 끄는 장면부터 어두운 시대상은 충분히 반영이 되었다. 조카에게 먹일 빵 한 조각 훔친 죄로 무려 19년의 수형생활을 해야 했던 장발장의 모습은 그저 개인적인 탐욕을 떠나 잘못된 양형기준과 억울함에도 발버둥칠 수조차 없었던 억압의 시대를 대변하고 있다. 장발장이 자신의 과오를 벗어버리고 마들렌이라는 새로운 인물로 태어나기로 결심하기엔 조력자가 있다. 다 아는 것처럼 성당의 은촛대 에피소드 역시 등장하는데, 선한 사람으로 만들기 위해선 감옥이라는 强固한 처벌이 능사가 아닌 포용과 믿음이라는 이야기도 덧붙이고 있다.

 

 

 

 

 

 

장발장의 개과천선의 과정이 첫 번째 章節이라면 두 번째 파트는 판틴이라는 또 한 명의 시대의 아픔을 겪고 있는 여성을 등장시켜 역시 하층민으로 전락할 수 밖에 없는 여성들의 고통을 여과없이 보여주고 있다. 공장 노동자였던 그녀가 어린 딸의 생활비를 벌기 위해 거리로 나서 창녀로 전락하는 과정은 그녀 또한 장발장 못지않은 수난의 시절을 겪는 그 시대의 하층민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공장 사장이었던 장발장과 그녀의 만남, 그리고 어린 딸을 부탁하고는 그 더러운 거리 한 구석에서 절명한 그녀의 모습에서 암울한 시대는 앞으로도 계속 될 것임을 암시했다.


세 번째 파트는 여관을 운영하는 부부의 탐욕에서 시작한다. 그들은 판틴의 어린 딸 코제트를 내세워 장발장에게 엄청난 보상비를 요구하고 같은 서민들의 재화를 갈취하는 장면이 나온다. 이른바 없는 사람들끼리의 쟁탈이다. 그래야만 죽지 않고 살 수 있는 사회구조라면 그들 역시 일종의 피해자인 셈이다. 마지막 이야기는 어느새 숙녀로 커버린 코제트와 열혈청년 마리우스의 만남이 그려진다. 이 즈음이 되면 장발장은 한 발 뒤로 물러나 새로운 세대의 진보를 격려하는 기성세대로 그려진다. 당시는 1830년대로 대혁명의 뒤끝에서 발발한 청년 봉기의 모습이 보여진다. 그리고 이를 막아서는 자베르와 왕정 군대의 모습들은 보수 기득권의 그것이다.

 

 

 

 

 

후반부에 이르면 정치적 냄새들이 상당히 많이 난다. 스케일도 커지고 등장인물들도 확대된다. 앞부분에서 장발장과 판틴, 그리고 자베르를 중심으로 엮어놓은 개인적인 운명의 끈을 이야기 했다면 후반부에 와서는 왜 청년들이 세상의 변혁을 요구하며 그들의 시대정신이 어떤 결과를 이끌어 냈는지를 보여준다. 사실 역사적 사실을 반추해 내보면 그 당시 이들의 행동의 결과는 달콤하지 않았다. 그 이후로도 오랜 시간동안 프랑스에서의 민주화 요구는 쉽사리 허용되지 않았다.


거리에서 숨져간 판틴의 딸 코제트와 젊은 혁명가인 마리우스의 결합은 그래서 상당한 의미를 지닌다. 그 가운데 서서 말없이 이들을 도운 장발장의 행위에서 역사를, 사회를 바꾼다는 게 얼마나 기나긴 시간과 인내와 희생을 요구하는 지를 보여주려고 한다. 사실 빅토르 위고의 동명 소설은 1862년에 세상에 나왔다. 그러니 영화의 배경이 된 시점으로부터도 2,30년은 족히 흐른 뒤였다. 이 책이 나온 시점은 나폴레옹이 집정한 시기로 여전히 프랑스는 하루가 멀다하고 전쟁의 소용돌이 속에 있던 시절이었다. 위고는 이 소설을 통해 사회 시스템에 의해 보호받지 못하는 하층민의 삶과 앞으로의 세상은 젊은 세대의 역량으로 바꿀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했던 것으로 보인다. 단언코 어느 나라 어느 시대든 사회는 진보를 지향해야 한다. 향수나 복고는 개인적인 취향일 뿐 사회 매커니즘과는 어울리지 않는다.

 

 

 

 

 

한번만 보면 각인될 이미지를 가진 여배우 앤 헤서웨이가 판틴으로 분해 <나는 꿈을 꿉니다>라는 뮤지컬 버전을 부를 때 가슴은 먹먹하고 소름이 끼쳤다. 그녀의 분량이 생각보다 적음이 안타까웠고 후반부 비록 장발장의 환상이었지만 다시금 등장해 여럿이 합창하는 장면에서도 그녀의 목소리에 흠뻑 浸潤되었다.


러닝타임이 무려 158분이다. 전체 대사량의 99%가 뮤지컬 풍의 노래로 채워졌다. 과연 그런 대사전달방식이 최선이었는지는 잘 모르겠다. 아무튼 판틴의 피끓는 듯한 독창과 엔딩을 장식한 민중들의 노래는 영화를 보고 나서도 흥얼거리게 만든다.

 

 

 

 

 

 

 


레미제라블 (2012)

Les Miserables 
8.3
감독
톰 후퍼
출연
휴 잭맨, 러셀 크로우, 아만다 사이프리드, 앤 해서웨이, 헬레나 본햄 카터
정보
드라마, 뮤지컬 | 영국 | 158 분 | 2012-12-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