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울충만 리뷰/[영화평Ⅰ]요즘 영화리뷰

영화 반창꼬 - 아픈 옛 사랑은 새 사랑으로 커버되고...

효준선생 2012. 12. 19. 00:02

 

 

 

 

 

 

  한 줄 소감 : 미모의 여의사가 마구 들이대는게 부담스럽지만, 고수정도의 비주얼이라면...

 

 

 

 

 

청춘은 아니, 사람들은 평생을 두고 자기의 연분을 찾아 헤매다 늙어 죽는다고 했다. 어디다 두고 그렇게 찾아 헤매는지 모르지만 간혹 잘못된 연분을 제 짝이라고 우기며 살다가 한참 시간이 흐른 뒤에서야 “내거 아닌가벼”를 읊조려 보지만 이미 물 건너갔다. 도대체 제 짝은 언제 어디서 뿅하고 나타나는 걸까? 영화 반창꼬를 보면 좀 도움이 될지 모르겠다.


영화 반창꼬의 주인공 여자 미수(한효주 분)는 의사다. 경력이 일천해 보이지만 좀 배짱도 있어 보인다. 그녀는 응급환자를 놓고 잘못 진단하는 이른바 의료사고 때문에 의사면허 정지의 위기에 처한다. 그녀를 도와줄 유일한 탈출구는 환자의 남편에게 얻어맞아 약간의 상처를 입은 소방구조대 요원 강일(고수 분)뿐이다. 내키지 않았지만 그를 찾아간 여의사는 한눈에 그에게 반하게 되면서 뜻하지 않은 사랑이 시작된다.


강일은 까칠하다. 그 정도 미모의 여의사가 대시를 해오면 못 이기는 척 하면서 받아주면 그뿐일텐데, 뭔가 사연이 있는 눈치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쉴새 없이 치근덕거리는 그녀가 왠지 밉지가 않다.

 

 

 

 


몸에 작은 상처라도 나면 누구는 흐르는 물에 씻어내고 소독약을 바르고 반창고를 잘 발라 덧나지 않게 하는 반면 누구는 혼잣말로 욕 한마디하고는 금새 잊어버리고 만다. 며칠 지나면 자연스레 아물기 마련이지만 제 몸을 아끼는 사람과 그렇지 않는 사람의 차이는 얼마나 될까 만약 그 두 사람이 사귀기라도 한다면 성격차이는 없는 걸까


이 영화의 주요 배경은 소방구조대다. 불을 끄기 위해서도 투입되지만 사고를 당한 사람을 구조하거나 심지어 높은 곳에서 뛰어내려 죽겠다고 아우성치는 사람도 구해야 하고 간혹 짐승도 생포해야 하는 만능 일꾼이다. 당연히 위험한 경우도 많고 다칠 때도 많다. 남자 주인공 강일은 맨 몸을 보여주는 장면이 있는데 몸에 크고 작은 상처들이 많다. 남을 위한 희생의 대가들이다.


 

 

이 영화는 일단은 멜로의 분위기를 띠고 있는데 강일이 마음에서 지우지 못한 죽은 아내에 대한 그리움인 듯 싶다. 만약 실제로 그런 일을 겪었다면 다시는 같은 일을 하지 못해야 하는 것인데, 기필코 다시 이 일을 하는 걸 보면 천직이라고 밖에는 말할 수 없다. 다시 한번 사랑이 오려는 모양인데, 이것 참, 잘생기고 볼 일이다.


멜로 드라마의 요소를 들어내면 이 영화는 로맨틱 코미디다.  미수가 강일에게 접근한 원래 목적은 자신의 사고를 무마하기 위한 도움을 청하기 위함이었는데, 정확히 언제부터 강일에게 호감을 갖게 되었는지가 좀 불분명하다. 그저 잘생긴 외모의 소방관에게 빠졌다고 하기엔 뭔가가 부족하긴 한데, 이 여자 어쩌면 남을 구하기 위해 혼신의 힘을 다하는 남자의 뒷모습에 빠진 건지, 아니면 이 남자도 은근 자기를 좋아하는 구나라고 직감적으로 알게 된 건지. 멜로 영화에서 중요하게 다루는 이성에게 꽂히는 원 포인트보다 “나 좀 봐줘” 라면서 로맨틱 코미디에서 자주 등장하는 밀당의 장면들이 쏟아진다. 

 

 

 

 

 

아무려면 어떤가 첫눈에 반해, 싫다는데 달라 붙는 미모의 여의사라니, 열 번 찍어 안 넘어갈 남자 있겠는가. 이들의 사랑이 불안한 건, 몇 번의 출동 끝에 야기되는 위험한 상황이다. 이 영화에선 소방관을 소재로 하다보니 여러번의 에피소드들이 나오는데, 뒤로 갈수록 정도가 세진다. 그 때문에 누구 하나는 불귀의 객이 되는 건 아닐까 하는 불안감도 들었다.


사랑은 받는 것보다 하는 것이 좋다고 하는데, 이 영화 속 미수가 딱 그래 보인다. 아, 사랑이야기는 좀 어설퍼도 흥겨운게 좋다. 따뜻한 님의 품이 그리운 계절이 아니던가

 

 

 

 

 

 

 


반창꼬 (2012)

8.9
감독
정기훈
출연
고수, 한효주, 마동석, 김성오, 쥬니
정보
드라마, 로맨스/멜로 | 한국 | 120 분 | 2012-12-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