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울충만 리뷰/[서평]책 읽고 주절주절

서평 사막에서 연어낚시 - 누군가의 꿈, 누군가의 현실

효준선생 2012. 9. 11. 11:34

 

 

 

 

 

 

소설 사막에서 연어낚시는 제목에서부터 호기심을 유발한다. 연어는 청정 하천에서 자신이 태어난 곳을 향해 거슬러 올라가는 회귀어종이다. 그런데 그런 연어가 사막이 주는 폐쇄적인 이미지와 매치가 되지 않는 것은 당연하다. 어떻게 사막에서 연어를 낚을 수 있단 말인가? 은유적인 것도 아니다. 소설 중 주인공들은 영국 스코틀랜드에서 연어를 예멘에 공수한다는 계획하에 열심히 움직이는 중이다. 과연 예멘에서의 연어낚시는 성공할 수 있을까?


이야기의 시작은 이렇다. 모하메드 족장은 어류학자인 알프레드 존스 박사로 하여금 위에서 말한 것처럼 예멘의 건천에 물을 대고 거기에 연어를 풀어 놓으면 되는 것 아니냐는 주장이다. 거기에 들어가는 모든 돈은 자신이 낼 것이라며 호기를 부린다. 하지만 이 책은 연어낚시에만 있지 않다. 영국과 예멘의 정치인과 또 언론인, 과학자들이 얽히고 설키며 서로의 입장을 피력하는데 혼신의 힘을 다한다. 특히 서신, 이메일, 인터뷰 내용을 주고받으면서 밝히는 자신의 이야기는 만나서 직접 이야기하는 것 이상으로 아집적으로 드러낸다.


연어 이야기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영국의 위정자들이 보이는 이중적 태도와 주인공이라 할 수 있는 알프레드와 메리의 위태위태한 결혼 생활도 삽입시켜 전방위적으로 이야기를 흩뜨려 놓는다. 이런 점은 짧게 단락을 나누면서도 각각의 캐릭터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해준다. 물론 “나”로 시작하는 알프레드가 주인공이지만 어찌보면 철없어 보이는 프로젝트의 입안자인 모하메드 족장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연어낚시보다 더 중요한 정치적 늬앙스가 깔려있음을 발견할 수 있다. 예전엔 영국이나 프랑스가 식민지를 운영할때에 총과 칼이면 가능했지만 이젠 경제력임을 내세워 새로운 제국주의 모습을 경계하고자 한다.


그런데 왜 땅에서 키워내는 1차 식품도 아닌 손이 많이 가는 연어를 택한 것일까? 그 어떤 물고기에게서 볼 수 없는 펄떡거림의 이미지도 좋고, 회귀어종인지라 다른 나라에서 잡힐 가능성도 많아 보이지 않았다. 영국에 대저택을 가진 족장에게 고향과 다름없는 예멘의 정치상황은 어떻게 보였을까? 건들면 총알이 발사될 것 같은 일촉즉발의 위기 속에서 평화를 찾기 위한 마지막 수단으로 여긴 것으로 보였다.


의미심장한 것은 바로 정치인들의 이중적 태도였다. 계획이 수면위로 올라오면서 이들의 서신엔 극도의 자기 편의주의와 인기영합주의에 매몰되어 실제 성공가능성이나 일선에서 고생하는 사람들에 대한 안목은 거의 없었다. 처음엔 극렬하게 반대를 하다가 오프닝 날짜가 다가오면서 보여주는 간사함들. 엔딩을 장식하는 큰 사고는 이런 표리부동한 그들의 모습에 대한 본보기였다는 걸 알게 해준다.


이야기의 중심 축인 어류학자 알프레드와 메리 부부의 이야기와 해리엇 커플의 아픈 사연도 읽을만 했다. 남편보다 돈 많이 버는 메리, 남편이 사막에 연어를 방류하는 작업을 한다는 소리가 지긋지긋해 했으면서도 결코 그를 미워하지는 않았다. 그리고 남자 친구를 이라크에 파병보내고 매일을 전전긍긍하는 모하메드 족장의 비서격인 해리엇의 이야기를 통해 영국이 전쟁 당사국에 개입하는 몇 가지 사례에 대해 집어보기도 했다.


한마디로 이 소설은 異種 문화에 대한 무분별한 도입을 꼬집는 소설이다. 그 나라 현황에 거의 맞지도 않고 마치 종교를 전파하면서 가졌던 조금은 낯선 기분도 들 것이다. 모하메드라는 남자를 통해 자신의 이상을 현실에 접목하는데 자신의 모든 것을 쏟아 붓는 사람이 있다면 먹고 사는 것도 무시할 수 없는 어느 평범한 과학자 부부를 통해 할 수 없는 일이라는 걸 알면서도 해야 할때의 난감함도 읽혀졌다.


세상엔 아이러니한 일들이 너무 많다. 이 소설처럼 사막에서 연어낚시를 하는 것이 불가능한 일이 아님은 조만간 기술적으로 밝혀질 것이다. 사막 대신 젖과 꿀이 흐르는 마을을 조성하고 모든 사람들은 장소에 구애받지 않으며 행복을 만끽할 수 있는 이상향이란 과연 존재할 수 있을까? 한 남자의 기발한 착상이 마치 나비효과처럼 많은 사람들의 입을 통해 어떻게 변주되며 결과적으로 어떤 형태로 귀결되는지 지켜볼 만한 흥미로운 소설이다.

 

 

 

 

 

 

 

 

 

 

 


사막에서 연어낚시

저자
폴 토테이 지음
출판사
마시멜로 | 2012-08-10 출간
카테고리
소설
책소개
불가능을 가능으로, 연어낚시 프로젝트!‘예멘에서의 연어낚시’라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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